끝나지 않은 저축은행 사태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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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성적표 보니 '낙제점 투성이'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저축은행발 구조조정 악몽이 재연될 전망이다. 이미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친 저축은행 업계는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무려 10곳의 저축은행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아직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년 초 추가 퇴출 가능성은 없지 않다. 금감원 영업정지 기준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은 3곳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홍역을 겪은 저축은행들의 1년 성적표가 공개됐다. 전년에 비해 손실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은행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좀처럼 실적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자본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IS 5% 미만 13곳

지난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말) 저축은행 총 자산은 50조9029억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1곳당 평균자산은 5648억원에서 5553억원으로 2% 감소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출현으로 업체 수가 86개에서 92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떼인 돈으로 간주되는 고정 이하 여신비율이 30∼40%에 이르는 저축은행은 1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를 넘는 저축은행도 10곳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4곳과 7곳이 증가한 것.

26개 저축은행은 2년 연속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8곳은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모회사의 영업정지로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한국저축은행 자회사인 진흥·경기·영남과 토마토저축은행 자회사인 토마토2 등에서 적자가 많이 늘었다.

특히 서울, 더블유, 현대스위스2, 유니온, 인성, 세종, 아주 등의 저축은행 27곳은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대형 계열사 중에는 현대스위스 계열이 1·2·3저축은행에서 621억원, 273억원, 103억원씩 적자를 기록해 큰 손실을 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저축은행은 7개에서 10개로 늘었다. 더블유·토마토2·대원·삼일·우리·진흥·경기·신라·골든브릿지·세종 등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감독기준(5%)을 여전히 넘기지 못했다. 2011회계연도 기준 BIS 비율이 5% 미만은 은행은 모두 13개이며 마이너스인 은행은 11개로 전년대비 4개 늘었다.

토마토2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26.24%로 가장 낮았고 우리 -20.66%, 진흥 -7.45%, 경기 -2.86%, 세종 -2.09%, 유니온 -2.03%, 삼일 -1.46%, 더블유 -0.4%, 신라 -0.34%, 골든브릿지 -0.32%, 오투 -0.3%, 서울 1.64%, 현대스위스 3.02% 순이다.

10곳 완전자본잠식 상태…또 영업정지?
업계 절반이 적자 "3곳 추가 퇴출 위기"

경제불황으로 대기업 계열 저축은행 경영상태도 악화 일로다. 서울저축은행은 26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불구하고 모기업인 웅진홀딩스의 지난달 법정관리 신청과 더불어 2년 연속 자본잠식으로 오는 17일 상장 폐지된다. 진흥저축은행과 경기저축은행도 같은 날 상장 폐지될 전망이다.

STX의 흥국저축은행은 2011회계연도 적자규모가 80억원으로 지난해 47억원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자산은 2704억원에서 2305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4개 금융지주가 인수한 저축은행 4곳 중 3곳은 올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KB는 -49억원, 신한은 -145억원, 하나는 -21억원 등이다. 우리금융만 1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일본 금융회사인 SBI(Strategic Business Investment)는 업계 1위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300억∼500억원을 투자해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스위스3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의 매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어떻게든 건전성 지표를 올리려다 보니 일부 업체는 무담보 주택담보대출을 수익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등 회계처리 문제를 두고 감사기관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2011회계연도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란 건 이미 예상했던 바"라며 "저축은행업계가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현재 BIS 비율 5% 미만인 13개 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931억원이다. 초과 예금자수는 9000여명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집계된 저축은행의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후속 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에서는 작년 세 차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상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BIS 비율이 위험수위로 내려앉은 저축은행에는 자본 확충을 주문하고,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진 곳에도 자구계획을 마련토록 요구할 방침이다.

대규모 뱅크런 조짐

안종식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감독기준인 5%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금감원에서 검사를 나가 45일간 증자 기회를 주고 정상화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며 "검사기간 7주와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한달 정도의 기간을 고려하면 연내에 저축은행이 추가 퇴출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또 "저축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힘들다"며 "현재 상황을 구조조정 후 회복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 일지>
▲2011년 1월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2011년 2월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2011년 2월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2011년 2월22일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
▲2011년 7월4일 금융당국, 저축은행 85개 경영진단 착수
▲2011년 8월5일 경은저축은행 영업정지
▲2011년 9월14일 저축은행 경영개선계획 접수 완료
▲2011년 9월17일 금융당국, 경영평가위원회 개최
▲2011년 9월18일 토마토저축은행 등 7곳 영업정지, 6곳 적기시정조치 유예
▲2012년 1∼3월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 4곳 대상 추가 검사
▲2012년 5월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6개월 영업정지, 경영개선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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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