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조지 오웰의 책)<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광주과학기술원서 열린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 정치’ 출판기념회서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서 했던 발언 중 일부다.
이날 참석했던 강기정 광주시장과 같은 당 송갑석·조오섭·윤영덕·이용빈 의원 등은 최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을 제지하지 않고 함께 웃었다고 보도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강 시장과 송·조 의원은 초반 인사말만 하고서 다른 일정 등의 이유로 행사장을 떠났고 윤·이 의원도 후반까지 남아 있었지만 문제의 발언에 대해 박수를 치거나 공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시장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여성위원회가 전원 출당 조치 성명을 냈는데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가 맞느냐?’는 질문에 “일부 기념식, 출판 기념식이 끝나고 행사장을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2부에 있었던 최강욱, 민형배 의원이 했던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재차 ‘그 문제의 발언이 있을 때 그 자리에 없었다는 말씀이냐?’는 질의에도 “그렇다. 그때는 제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틀 만인 21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인이)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권력의 요체는 국민 자체로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복이 주인을 어떻게 섬기는지는 그의 언행과 태도서 알 수 있다.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면서 어찌 주인을 존중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태도가 본질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치인에게 말 한 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늘 진중하고 세심해야 한다”며 “언행은 언제나 국민 입장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엄정 대처’ 발언 하루 만인 지난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최고위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헌 제77조 및 당규 제7호14조, 32조에 따라 최강욱 당원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 비상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당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 대해서 엄정한 대처 및 경각심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인사들 발언이 논란이 되고 기강의 해이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상황을 당에서 볼 때 큰 부담이고 위기의 시작”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한 중대성, 당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국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고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비판 (모두)최고위원들의 같은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 전 의원과의 소통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그 과정은 잘 모르지만 이는 비상 징계에 해당한다”며 “비상 징계는 중대한 결정이자 중대한 결심으로 비상 징계 의결에 초점을 맞춰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또 당사자의 이의 제기 등으로 인한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해 지도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얼마나 엄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원권 징계 결정 이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최강욱 전 의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위는 “우리 당은 당내 젠더 인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당보다 노력하고 있음에도, 이번 문제를 겪으면서 여전히 부족하며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총체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당의 시스템적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구축하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 그 자체가 가부장제 문화가 만든 언어폭력이며 여성의 사회·정치적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다. 여성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기 위해선 가부장적 인식과 남성 중심적 정치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여전히 크게 부족한 여성 정치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당내 침묵의 카르텔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이게 위험하다. 주류 혹은 친명(친 이재명), 지도부 이런 분들이 문제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의원들도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런 문제에 침묵할 경우 국민들에게 심판받는다. 국민 심판 전에 우리가 내부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고 하는 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서 “전국 각지서 출판기념회한다고 모여서 하는 얘기가 이렇다니 진짜 한심해죽겠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만약 우리 회사에 이런 직장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조직이 이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그냥 도태되어가는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만큼 욕먹었으면 그것 자체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된 것 아니냐’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듯한 모양새를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이런 일이 발생한 조직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연했던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정도면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발언을 공식석상서 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많이 든다”고 거들었다.
박 전 최고위원은 “공식 자리서 이런 말을 입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당에서 이 발언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비판했을 때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이 올린 글을 봐도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도부의 중징계 결정과 여성위, 일부 야권 인사들로부터 비판이 나오자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노골적인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엔 최 전 의원의 중징계 처분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은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충분히 할만했던 말”이라는 입장이다.
한 지지자는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에 당 지도부가 총궐기하는 꼬라지가 눈꼴사납다. 지도부는 김건희가 대통령 행세하는 꼴을 보고 어떤 말을 해봤나. 내년 총선에서는 무엇으로 표를 달라고 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다른 지지자도 “최강욱 같은 강성 의원들이 사라질수록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일하기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최 전 의원을 방어했다.
반면,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내년 총선은 물론, 민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도부의 중징계 결정을 옹호하는 댓글도 일부 눈에 띈다.
문제는 최 전 의원의 반응인데, 정작 여권은 물론 야권의 비판 목소리와 지도부의 6개월 당원권 자격정지 징계 처분에 대해 사과는커녕, 가타부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잘못된 발언이 아니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라는 글과 함께 [김대중 칼럼] 4월 총선 대차대조표 링크를, 지난 21일엔 ‘T1의 롤드컵 제패! LCK의 세계 최고 수준 연속 확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멋져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언론의 양심을 묻는다’는 제목으로 ‘무더기로 만나는 것 말고, 바이든 기시다 정상회담(O) 바이든 시진핑 정상회담(O) 시진핑 기시다 정상회담(O) 오염수 방류 방관 덕에 그나마 윤석열 기시다 정상회담(O) 윤석열 바이든 정상회담(X) 윤석열 시진핑 정상회담(X) 문재인이 이랬으면 왕따 외교라고 했을 거면서 지금은 조용…’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인용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9월18일, 최 전 의원은 변호사 시절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써준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으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금고형 이상의 형벌(집행유예 포함)을 확정 시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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