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암컷 발언’에 자격정지 6개월 중징계…개딸들 분노

지난 19일, 출판기념회서 “비하 아닌 설치는 암컷”
‘정계 비판’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SNS에 글 게재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조지 오웰의 책)<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광주과학기술원서 열린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 정치’ 출판기념회서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서 했던 발언 중 일부다.

이날 참석했던 강기정 광주시장과 같은 당 송갑석·조오섭·윤영덕·이용빈 의원 등은 최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을 제지하지 않고 함께 웃었다고 보도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강 시장과 송·조 의원은 초반 인사말만 하고서 다른 일정 등의 이유로 행사장을 떠났고 윤·이 의원도 후반까지 남아 있었지만 문제의 발언에 대해 박수를 치거나 공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시장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여성위원회가 전원 출당 조치 성명을 냈는데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가 맞느냐?’는 질문에 “일부 기념식, 출판 기념식이 끝나고 행사장을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2부에 있었던 최강욱, 민형배 의원이 했던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재차 ‘그 문제의 발언이 있을 때 그 자리에 없었다는 말씀이냐?’는 질의에도 “그렇다. 그때는 제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틀 만인 21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인이)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권력의 요체는 국민 자체로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복이 주인을 어떻게 섬기는지는 그의 언행과 태도서 알 수 있다.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면서 어찌 주인을 존중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태도가 본질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치인에게 말 한 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늘 진중하고 세심해야 한다”며 “언행은 언제나 국민 입장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엄정 대처’ 발언 하루 만인 지난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최고위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헌 제77조 및 당규 제7호14조, 32조에 따라 최강욱 당원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 비상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당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 대해서 엄정한 대처 및 경각심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인사들 발언이 논란이 되고 기강의 해이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상황을 당에서 볼 때 큰 부담이고 위기의 시작”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한 중대성, 당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국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고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비판 (모두)최고위원들의 같은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 전 의원과의 소통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그 과정은 잘 모르지만 이는 비상 징계에 해당한다”며 “비상 징계는 중대한 결정이자 중대한 결심으로 비상 징계 의결에 초점을 맞춰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또 당사자의 이의 제기 등으로 인한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해 지도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얼마나 엄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원권 징계 결정 이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최강욱 전 의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위는 “우리 당은 당내 젠더 인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당보다 노력하고 있음에도, 이번 문제를 겪으면서 여전히 부족하며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총체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당의 시스템적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구축하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 그 자체가 가부장제 문화가 만든 언어폭력이며 여성의 사회·정치적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다. 여성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기 위해선 가부장적 인식과 남성 중심적 정치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여전히 크게 부족한 여성 정치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당내 침묵의 카르텔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이게 위험하다. 주류 혹은 친명(친 이재명), 지도부 이런 분들이 문제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의원들도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런 문제에 침묵할 경우 국민들에게 심판받는다. 국민 심판 전에 우리가 내부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고 하는 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서 “전국 각지서 출판기념회한다고 모여서 하는 얘기가 이렇다니 진짜 한심해죽겠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만약 우리 회사에 이런 직장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조직이 이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그냥 도태되어가는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만큼 욕먹었으면 그것 자체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된 것 아니냐’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듯한 모양새를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이런 일이 발생한 조직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연했던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정도면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발언을 공식석상서 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많이 든다”고 거들었다.


박 전 최고위원은 “공식 자리서 이런 말을 입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당에서 이 발언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비판했을 때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이 올린 글을 봐도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도부의 중징계 결정과 여성위, 일부 야권 인사들로부터 비판이 나오자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노골적인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엔 최 전 의원의 중징계 처분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은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충분히 할만했던 말”이라는 입장이다.

한 지지자는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에 당 지도부가 총궐기하는 꼬라지가 눈꼴사납다. 지도부는 김건희가 대통령 행세하는 꼴을 보고 어떤 말을 해봤나. 내년 총선에서는 무엇으로 표를 달라고 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다른 지지자도 “최강욱 같은 강성 의원들이 사라질수록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일하기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최 전 의원을 방어했다.

반면,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내년 총선은 물론, 민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도부의 중징계 결정을 옹호하는 댓글도 일부 눈에 띈다.


문제는 최 전 의원의 반응인데, 정작 여권은 물론 야권의 비판 목소리와 지도부의 6개월 당원권 자격정지 징계 처분에 대해 사과는커녕, 가타부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잘못된 발언이 아니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라는 글과 함께 [김대중 칼럼] 4월 총선 대차대조표 링크를, 지난 21일엔 ‘T1의 롤드컵 제패! LCK의 세계 최고 수준 연속 확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멋져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언론의 양심을 묻는다’는 제목으로 ‘무더기로 만나는 것 말고, 바이든 기시다 정상회담(O) 바이든 시진핑 정상회담(O) 시진핑 기시다 정상회담(O) 오염수 방류 방관 덕에 그나마 윤석열 기시다 정상회담(O) 윤석열 바이든 정상회담(X) 윤석열 시진핑 정상회담(X) 문재인이 이랬으면 왕따 외교라고 했을 거면서 지금은 조용…’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인용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9월18일, 최 전 의원은 변호사 시절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써준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으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금고형 이상의 형벌(집행유예 포함)을 확정 시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잃게 된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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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