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전직 치안감 사망 내막

다 뚫어주는 ‘민원 해결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광주·전남 지역 수사기관에 인사 및 수사 청탁과 관련한 ‘사건 브로커’ 수사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브로커와 연루 의혹을 받던 전직 경찰 치안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검찰이 8월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형사 사건 브로커 성모씨에게 세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성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15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성씨가 검경 뿐만 아니라 정관계에도 영향력을 미친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성씨 정체는?

‘사건 브로커’ 의혹은 성씨가 경찰 고위직, 검찰 인맥을 내세워 수사·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사건 브로커 의혹은 지난 8월4일 검찰이 성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성씨가 2020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사기 등으로 조사받은 공여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18억원 상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탁모씨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는 성씨에게 금품을 건넸다. 탁씨는 성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는데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성씨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검찰에 넘겼다. 


이는 사건 브로커 사건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해당 첩보를 바탕으로 1년간 성씨를 수사하며 수사 무마 로비, 경찰 인사 개입, 지자체 관급공사 수주 비리, 정치인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혐의를 포착했다. 

전남 담양서 보행 데크 설치 업체를 운영하는 성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골프와 식사 대접을 하며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과 친분을 쌓았다. 이렇게 쌓은 인맥을 통해 사건 관계인 등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경찰 간부급 인사 등에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성씨와 연관된 전현직 검경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수사관(5급)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성씨에게 금품을 받고 전남지역 단체장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혐의로 지난 1일, 광주지검 소속 수사관(6급) B씨를 직위해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관 구속 이후 검찰 수사의 칼날은 경찰을 향했다. 수사 청탁과 관련해 과거 가상자산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광주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소환 조사를 순차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검경 고위직 인맥으로
수사·인사 청탁 의혹

이 과정서 수사팀은 지난 9일 성씨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전직 경무관을 구속하기도 했다. 해당 경무관은 가상자산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서울청서 수사부장을 거친 바 있어 수사 청탁 관련 수사로 분류됐다.


앞서 지난 7일에는 3~4년 전 전남경찰청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감 C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광주경찰 핵심 간부들을 겨냥하고 광주경찰청과 광주북부경찰서, 광산경찰서 첨단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최근 3년치 전남경찰청 인사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해당 자료가 김재규 전 청장이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자료인 것으로 봤다. 구속된 C씨가 김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 후에 현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성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현직 경찰 고위직과 인맥을 과시해왔다. 전남 출신 경찰 관계자는 “전남지역 경찰 내부에선 ‘승진하려면 성씨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사 청탁에 관련된 주요 수사 대상들이 경정과 경감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승진에는 치안감급 지방청장의 결제가 있어야 하는 만큼 김 전 청장 외 전현직 치안감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조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브로커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김 전 청장이 전남경찰청장 재임 당시 경정 이하 경찰관 인사를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뇌물 수수 혐의 등)를 적용해 그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영장 집행 전 김 전 청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최근 입건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검찰 측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사망하면서 김 전 청장의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다만 성씨를 통해 수사·인사 청탁에 관여한 것으로 거론되는 다수의 전현직 경찰 고위직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승진하려면 그 줄 잡아야”
광주·전남 스캔들로 발칵

현재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숨진 김씨 외에도 전·현직 치안감급 2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직 총경급 4~9명도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경뿐 아니라 정계 인사들도 사건에 연루돼있다. 검찰은 성씨가 광주·전남 지자체와 정관계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때 특정 후보에게 수억원을 전달했다는 설도 나온다.

검찰은 성씨가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데크 설치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자치단체 보행 데크 입찰 과정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성씨가 수사 인맥을 활용해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었던 자치단체장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성씨는 올해 광주경찰청이 수사 중이었던 전남 중부권 한 자치단체장의 사건을 무마를 위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팀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자 수사 책임자와 수사 담당자에 대한 험담을 일삼고 인사발령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서부권 한 자치단체장 사건에도 성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당시 성씨가 해당 자치단체장의 캠프 실세와 접촉해 경찰이 조사하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이 잘 풀린 이후 성씨의 가족회사가 공사 수주와 관계된 혜택을 봤다.

광주경찰청의 한 간부는 “성씨가 공사 수주를 위해 경찰 인맥을 활용했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말했다. 

성씨는 지역 유력 인사 50여명 규모의 향우회를 주도하면서 지역서 ‘해결사’로 군림해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성씨와 연관된 검·경, 정관계 인사가 200~3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에는 검경 고위직와 유명 정치인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칼끝은?

검찰의 칼끝은 아직 경찰을 향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은 전직 경무관 1명, 전직 경감 1명을 구속했으며 치안감을 포함해 수사 대상에 15명 이상을 올려둔 상태다. 정관계 인사와 관련된 로비 정황에 관해선 수사를 깊게 하고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경찰을 향해 끝날지, 정관계에 흘러간 금품까지 확인돼 정권 실세를 자처한 세력까지 겨냥할지 주목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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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