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친문 기업의 추락

‘문’ 달아준 날개 ‘윤’ 다 떼버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좋은 날이 마냥 이어질 순 없다는 뜻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업은 부침이 더 있는 편이다. 호황과 불황을 넘나드는 시장의 시류에 잘 올라타야 한다. 그와 동시에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정치권이다. 특히 정부의 성향이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정부서 추진됐던 정책들이 여럿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은 ‘문재인정부 지우기’가 윤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정권교체가 10년 주기로 이뤄질 때는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편이었다. 

5년 만에
바뀐 분위기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면서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국회서 우위를 점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대선서 승리해 균형의 추가 맞춰졌다.

여소야대 국면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삼아 입법을 시도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국은 경색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의 행보는 특히 외교와 경제정책서 두드러진다. 윤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했던 문정부의 중립외교를 뒤엎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청하면서 순방 외교에 몰두 중이다. 경제와 외교를 접목해 대한민국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역시 ‘친노동’ 정책을 우선시했던 문정부와 상반되는 행보다. 

이 과정서 문정부서 흥했던 기업이 윤정부 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정부서 이른바 잘나가던 기업이 정권교체 이후 타격을 입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윤정부에선 그 정도가 노골적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에 이어 그 대상이 되는 기업까지 엎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첫손에 꼽히는 기업은 카카오다. ‘공룡기업’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내수시장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배경으로 각종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어 문정부와 ‘밀월관계’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 정부 정책 뒤엎기
외교부터 경제까지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100여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문정부 말에 이르러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칼을 뽑았다. 점유율 90%가 넘는 메신저 앱(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 계열사가 표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주요 서비스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과정서 카카오의 사후 처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양적으로는 크게 확장됐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 밉상’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윤정부는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카카오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 규제를 넘어 카카오 계열사에 처벌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 섰고 칼끝은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까지 겨누고 있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카카오는 의혹에 연루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야심차게 금융업에 뛰어든 초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고 향후 금융 관련 사업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카카오를 ‘콕’ 찝어 ‘철저한 조사’ ‘반드시 제재’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나왔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이 부도덕한 형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대책을 내놓겠다며 즉각 반응했다. 

국민 기업
국민 밉상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가려졌을 뿐 문정부서 승승장구했던 건설사의 입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호반건설·중흥건설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정부가 호남기업을 타겟으로 잡았다는 말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벌떼 입찰’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제일건설 등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먼저 호반건설이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647억원)에 이어 부당지원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3번째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가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한 후 이를 총수 자녀 소유 회사와 그 자회사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조사 과정에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 측은 지난 9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2심 법원서 다룬다. 과징금 폭탄 외에도 호반건설 앞에 놓인 산은 높고 험하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호반건설을 겨냥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직후다.


장관이 직접
“화가 난다”

원 장관은 “호반건설이 벌떼 입찰로 알짜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그걸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을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다”며 “2013~2015년 벌어진 일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 벌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국토부서 해당 시기에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입찰 등록기준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공소시효(5년) 소멸을 들어 김상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지만 국토부 입장은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호반건설의 승계 작업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껑충 뛴 중흥건설 역시 공정위가 불붙인 벌떼 입찰 의혹으로 표적이 된 상태다. 문정부서 ‘벌떼 입찰’로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를 5개 건설사가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호반건설이 18필지로 가장 많았고 중흥건설이 11필지로 나타났다.

우미건설(17필지), 대방건설(14필지), 제일건설(7필지) 등도 이름을 올렸다. 


문정부서 보조금을 몰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에디슨모터스는 여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디슨모터스 자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회사에 지원된 정부 자금 1960억원 중 문정부 시절 집행된 금액은 19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디슨모터스는 2017년 당시 강영권 회장이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인수한 뒤 지금의 사명으로 바꿔 운영한 회사로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

카카오·호반건설·에디슨모터스
전폭적인 지원→조사·감사 대상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서 문정부와 전북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법정관리와 경영진 기소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슨모터스에 돈을 댄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전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북도가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입은 직접 피해 추계액은 52억3700만원에 이른다. 앞서 문정부 당시 행정안전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군산형 일자리 산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막대한 금융지원은 물론 빚보증까지 해줬다. 2021년 7월 전북도와 군산시는 각각 50억원씩 출연해 100억원을 빌려줬고 전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이 대출에 대한 빚보증을 섰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고 전북신보는 올해 초 보증에 따라 대신 빚을 갚았다. 

전북신보는 국정감사에서 “에디슨모터스 대위변제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군산형 일자리를 이끌기 위해 대승적으로 사업을 지원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에디슨모터스로 인한)피해는 고스란히 전북도민이 지게 됐다”며 “왜 이런 피해를 보게 됐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서 에디슨모터스로 지원한 돈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진공은 2018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회에 걸쳐 에디슨모터스에 약 129억원을 지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에디슨모터스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고 곧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국감서 밝혔다. 

5년 뒤엔
또 누가?

한 경제계 인사는 기업의 흥망성쇠 주기가 5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대권의 향배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엎는 과정서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기업이 철퇴를 맞고 있다. 반대로 또 다른 기업은 친정부라는 바람을 타고 위로 오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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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