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유효하지 않은 여권(위·변조, 위명(僞名) 여권 등)을 사용해 입국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유효하지 않은 여권으로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람은 총 535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2명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432명, 2020년 681명, 2021년 551명, 2022년 955명, 올해 8월까지 737명이다.
주요 적발 사례로 ▲공무원이 아님에도 현지 브로커에게 미화 7500달러를 건네주고 타인 명의의 캄보디아 외교 관용여권을 발급받아 입국한 캄보디아 국적 A ▲타인 명의로 한국인과 결혼해 결혼이민(F-6)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총 14회에 걸쳐 타인 명의 여권으로 입·출국한 베트남 국적 B 등이었다.
이 외에도 ▲현지 브로커에게 미화 2000달러를 건네고 타인 명의의 남아공 여권을 발급받아 입국한 파키스탄 국적 C ▲지인에게 부탁해 타인 명의의 여권을 위조 제작해 입국한 나이지리아 국적 D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이 상실된 자로서, 효력이 상실된 한국 여권을 이용해 입국한 미국 국적 E의 경우도 적발됐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외국인이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査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으며, 위반 시 강제퇴거 조치(제46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제94조)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조여권’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발급한 적이 없는 여권을 아무런 자격 없는 개인이나 기타 조직서 새로 만든 것을 말하고, ‘변조여권’은 본국 정부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급받은 후 그 여권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조작해 변경한 여권을 말한이다.
‘위·변조여권’은 본국 정부가 그 여권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처음부터 보증한 적이 없거나, 보증이 훼손됐으므로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여권이 되는 반면 ‘위명여권’은 본국에 등록돼있는 본인의 인적사항과 다른 인적사항으로 신청해 발급받은 여권이다.
이 경우 본국 정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한 것인 만큼 본국 정부의 인적사항 보증이 여전히 유효한 여권이다. 다만 해당 여권을 사용한 사람이 실제로는 그 여권에 기재된 사람이 아닌 경우에 해당된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虛無人) 명의의 여권일 수도 있고, 타인 명의의 여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체코에서 수억원대 사기를 벌인 뒤 신분세탁 후 한국으로 도망쳤던 한 남성은 그동안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지만, 10년 만에 체포돼 체코 현지로 압송되기도 했고, 2021년에는 중국서 2명을 살해하고 신분세탁한 후 한국으로 도피해 한국 영주권까지 얻은 중국인이 추방되기도 했다.
황희 의원은 “신분세탁을 통해 본인의 범죄 사실을 숨기고 출입국 규제를 회피하려는 악의적 목적을 가진 경우도 있고, 일부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제도가 미비하거나 전산화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위명여권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황 의원은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국가 간 공조체제를 확대하는 등 출입국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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