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천재의 좌절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2012년 11월생으로 만 10세인 백강현군은 2016년 SBS 예능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만 3세의 어린 나이에 방정식 문제를 풀어냈다. 지능지수는 IQ 164(웩슬러 기준), IQ 204(멘사 기준)로 측정됐다. 백군은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해 이듬해 5학년으로 조기 진급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나이인 지난해 중학교에 들어간데 이어 지난 3월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IQ 204
그로부터 5개월 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백군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18일부로 서울과고를 자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됐다”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아빠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니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자퇴 이유가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백군이 학교에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는 것. 특히 “팀별(조별) 과제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학교에서 ‘왕따’ ‘언어폭력’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백씨는 “강현이는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자퇴하게 된 것”이라며 “경찰 고발 직전까지 가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이 조치해 줄 것이라 믿고 경찰 고발과 학폭위 소집을 해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측의 배려나 지원이 없었다”며 “그동안 몇몇 서울과고 선배 학부모들의 악플과 메시지에 시달려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과학고 한 학부모가 보낸 메일을 공개했다. 메일에 따르면 자신을 ‘선배맘’으로 지칭한 학부모는 “(백군이)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에 수학 한 문제밖에 못 풀었다 해서 학교 학부모들이 들썩했다. 그래서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학교가 잘못했네’라는 반응을 모두가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만 10세에 서울과학고 입학
5개월 만에 자퇴…“학폭 때문” 주장
학부모는 “서울 영재고의 재학생과 졸업생들 이미지를 사실이 아닌 거짓말로 실추시키는 걸 놔둘 수 없었다”며 “유튜브에서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했다’고 말했던데,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 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백씨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그만둔 것이 아니다. 수학 한 문제만 풀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현이가 뛰어난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고 반박했다.
서울과학고는 중부교육지원청에 백군의 학교폭력 사안을 정식 접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가 21일 중부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사안을 접수했다고 알려왔다”면서 “앞으로 중부교육지원청에서 백군 사안을 조사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 영웅이, 천재가 없는 이유다’<moon****> ‘어린 아이 챙겨주질 못할망정…주눅 들어 하는 모습 상상하니 맘이 너무 아프네’<kims****> ‘동생이다 생각하고 좀 따뜻하게 대해주지.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 인성이 그 따위면 금방 밑천 드러난다’<wjdt****> ‘이런 게 명확한 학폭인데, 가해 학생들이 어떻게 처분되는지 지켜봅시다’<won3****>
“왕따, 언어폭력 시달려”
서울시교육청 조사 시작
‘이래서 이런 인재들이 해외로 가는 거다’<kjc1****> ‘가정 형편이 어려우나 이를 딛고 일어나 강현이가 꼭 잘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국가에서 영재를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hrfy****> ‘아이가 너무나 출중한데 내 능력이 부족해서 지원을 못해주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다’<haha****> ‘영재발굴단 봤을 때도 너무 짠했는데…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myon****>
‘강현이네가 경제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었다면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피해자가 피해야 하는 참 웃기는 세상이다’<jebi****> ‘17살이랑 10살이 한 교실에 있으니 어울리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안타깝지만 어린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고 잘 어울리기를 바라는 건 부모 욕심 같네요’<euge****> ‘아직 어린 강현이에게 가장의 무게가 지워진 듯해서 안쓰럽고 불쌍합니다’<arih****>
‘입시제도 때문에 현실적으로 10살 아이가 고등학교에 월반해서 다니는 게 무리인 듯하다’<iwan****> ‘학교는 공부만 하는 데가 아니라는 걸 왜들 모를까? 어른들의 이기심에 또 한 아이가 상처를 받고 있다. 살아가는 데에는 공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 인격형성과 관계도 중요하다’<auto****> ‘양쪽 입장 다 서로 속상할 노릇. 수학만 잘 푼다고 정신적, 신체적, 공동 관심사까지 비슷할 수는 없다’<nayo****>
누구 잘못?
‘우리나라 과학고를 외국처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자유로운 토론, 실험, 끊임없는 연구는 일반인들 생각이고요. 진짜 경쟁 치열합니다’<prin****> ‘우리나라 영재는 어디서 성장해야 하죠? 이번 일로 인해 서울과학고는 영재를 선발은 하지만 영재를 육성할 수는 없는 학교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생각됩니다. 부모 잘 만나 선천적으로 좀 똑똑하고 집에서 뒷받침 잘 하는 학생만 다니는 학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nice****>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은?
백강현군처럼 영재학교에 다니다 그만둔 학생이 최근 5년간 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정보 공시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이하 공시 연도 기준)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가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중도 이탈한 학생은 18명으로 집계됐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은 2019년 19명, 2020년 18명, 2021년 17명, 2022년 15명으로 조사됐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