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이동관 청문회 쟁점

“탈탈 털어 끌어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 안 봅니다.” 2019년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의 발언이다. 그런 그가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물망에 올랐다. 김영호 통일부 신임 장관 임명에 이은 두 번째 인사 강행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벼르면서 포문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현재 방통위 구성원의 임기는 오는 23일 종료된다. 방통위 의사 정족수인 3인 이상 등을 고려할 때 남은 임기 내에 후임 방통위원장을 선임해야 한다.

또 MB맨

이 후보는 소위 ‘MB 키즈’로 불리는 친이(친 이명박)계 기자 출신 인사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별보좌역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위해 2012년, 2016년 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의도에 입성에는 실패했다.

윤정부에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지난달 28일 방통위원장으로 공식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가 언론계서 쌓은 경험과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방송통신분야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후보의 과거를 재조명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 지명에 날을 세웠다. 특히 이 후보가 윤정부의 ‘언론장악 기술자’로서 든든한 뒷배를 자처하고 있다고 보고 공직자로서의 윤리성, 도덕성 자질 검토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2016년 한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두고 “조금 시끄럽다” “개인들이 많이 농락당했지만 전체적인 국가가 뒷걸음질 치면 안 되지 않느냐”는 김장환 목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2019년 6월 한 유튜브에서는 “보수 언론은 과거보다 통제가 심해지고, 종편 재허가를 무기로 압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상파는 말할 것도 없다”며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를 안 본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방통위원장은커녕 대통령 특보도 불가능한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이 후보의 지명 철회를 위해 세 가지 쟁점을 꼽았다.

먼저 이 후보 아들의 학교폭력 리스크다. 이 후보 아들은 2011년께 하나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 여러명을 폭행해 문제를 일으켰지만 별다른 징계 조치를 받지 않아 논란이 됐다. 피해 학생이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치게 했다” “작년 3~4월부터 이유 없이 팔과 가슴을 여러 차례 때렸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교사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대책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당시 이 후보가 이 전 정부 청와대의 언론특보를 맡고 있었던 만큼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뒤늦게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1년 만에 무혐의 처분된 것 역시 당시 수사 검사가 손준성 검사 등 현재 여당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 가지 논란…제2 정순신 사태?
김영호 이어 두 번째 인사 강행?


‘제2의 정순신 사태’라는 꼬리표가 붙자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입장문을 통해 물리적 폭력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지만 당사자 간의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폭력의 행태는 ‘일방적 가해 상황’이 아니었으며 인터넷에 떠도는 말 역시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의 부인을 상대로 한 인사청탁 시도 사건 역시 새로운 쟁점이다. 2010년 한 불교 종파 신도회장이 이 후보 부인에게 지인의 이력서와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부인은 경찰 진술을 통해 돈을 발견한 뒤 곧바로 가져가라는 연락을 취했으며 그날 밤 돌려줬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였지만 국민의힘은 자진해서 돈을 돌려줬으므로 더 이상 걸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받아쳤다. 현재 민주당으로서는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마지막 패는 ‘언론통제’가 될 전망이다. 가장 치명적으로 꼽히는 이 리스크는 이 후보자가 이 전 정부 당시 홍보수석비서관과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후보가 여러 차례 국정원을 통해 언론 동향을 파악하고 방송사 등을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청와대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에 가담된 이들을 모두 퇴출시켰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서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이 후보 지명에 관해 “헌정파괴 인사 참극”이라며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그가 위원장으로 오르게 된다면 윤정부를 등에 업고 제2의 ‘방송장악’ ‘언론통제’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후보가 또다시 언론을 상대로 물밑 작전을 펼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 됐든 쉽게 쥐고 휘두를 것이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윤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정부의 정치는 ‘멸망 공식’ 절차를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정부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채 김영호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이 후보 역시 방통위원장으로 강행하려는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 경우 윤정부서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6명에 달하게 된다. 이미 인사 낙제점을 받은 윤정부에 이 후보까지 합류하면 ‘홍위병 집합소’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밀어붙인 인사만 15명
내 갈 길 가는 대통령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지난 1일, 이 후보가 ‘언론통제 의혹’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던 길에 기자들과 만나 “언론은 장악될 수 없고 또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지만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전 선동을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언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언론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한 셈이다. 공산당 발언에 민주당은 ‘썩은 언론관’이라고 질타했다. 윤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불리한 보도는 공산당 기관지 취급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과거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으로 생긴 편파 보도를 바로잡는 데에는 이 후보가 적임자라는 뜻이다. 이 후보에 관해 합리적인 반대 사유가 있으면 청문회 때 밝히면 된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강해지자 국민의힘에선 정쟁을 멈추고 청문회 절차와 목적에 따라 이 후보의 역량을 검증하자며 방어 태세로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받은 뒤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일정으로 20일 안팎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마이웨이


현재 거론되는 여러 쟁점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송곳 청문회’로 전략을 정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초점을 맞춰 견고한 방패막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의 거친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동관발 후폭풍’은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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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