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VS 문정부’ 확대 감사 논란, 왜?

검찰 수사 밑그림 그려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의 이례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내부 갈등이 현재진행형임에도 본연의 임무인 감사는 잊지 않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의 마찰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젠 문재인정부 시절 언급됐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핀셋 검증하는 데 나섰다. 4대강 보, 통계조작 의혹,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등 확대 감사로 향후 검찰 수사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 논란을 ‘정면 돌파’ 중이다.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일 정도다. 이제야 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안팎에서는 전 정권의 의혹을 지나치게 들쑤신다는 말도 나온다. 자칫 물 만난 물고기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 있는
전방위 조사

윤석열정부는 정치권과 사교육 업계, 시민단체 등에 대한 압박에 나선 지 오래다. 사정기관들은 검찰이 수사하듯 조사 대상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감사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감사원은 현재 유병호 사무총장의 지휘 아래 전 정권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안들을 거르지 않고 감사 중이다. 감사 컨트롤타워가 된 특별조사국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만 해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등을 살펴보면서 주목을 받았다. 통상 감사원 감사는 사무처가 연초에 ‘연간감사계획’을 세우고 감사위가 최종 의결해 확정하는데, 특별조사국 감사는 감사위원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

감사위 문턱을 피하는 다른 방법은 ‘공익 감사청구’다.


국민이 직접 감사를 청구하는 ‘국민 감사청구’의 경우 외부위원이 포함된 심사위서 감사 개시를 결정한다. 그러나 비영리 민간단체, 공공기관장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가 청구하는 공익 감사청구는 사무처가 감사 개시를 결정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감사 여부가 나뉜다.

전 전 위원장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 등이 대표적인 공익 감사청구 사례다.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직이 공익 감사를 청구하고 이를 수사기관과 협력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위가 패싱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특별조사국의 연이은 감사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4월4일 새로운 감사사무처리규칙을 만들었다. ‘범죄 혐의가 확실하진 않으나 수사에 참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감사위 의결 없이 수사기관에 수사 참고자료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내부 지침’이던 수사기관 참고자료 전송 공식화
전 정권 실세 청와대 인사 이례적 잇단 소환조사

해당 조항은 그간 ‘내부 지침’으로만 존재해왔다. 감사사무처리규칙으로 공식화하면서 감사원이 수사기관의 자회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7월 공익 감사청구 규정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감사원 감사청구권을 부여했다. 행정안전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전 정권을 겨냥하기 시작한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문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정권의 판단을 뒤집었다. 감사원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등 평가가 불합리하게 된 것을 확인했다”며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보의 처리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것을 환경부에 통보했다.

특히 환경부가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특정 단체의 추천 인사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날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관련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환경부가 국정과제서 설정한 보 처리 방안 마련의 시한을 이유로 들며 과학적·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과 신뢰성 측면서 한계가 있는 방법으로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감사 결과를 밝혔다.

당시 보 해체를 결정하는 데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으로 이뤄졌다. 보 해체 시 드는 소요 비용보다 기대 편익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결론은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를 해체했을 경우 기대되는 편익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 환경부가 채택한 것이 보를 설치하기 이전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날카롭게
핀셋 조사

물론 해당 논의 과정서도 보를 건설하기 이전의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형상의 변화, 오염물질 유입으로 인한 수질 지표(COD) 값의 증가 추세, 보를 대표하는 측정지점서의 측정 자료 부재 등으로 ‘보 해체 후’의 상태를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2019년 2월까지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보고한 만큼 이런 경제성 분석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사용해 분석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문정부 당시 실세로 통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소환조사했다.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조사에 나서면서 감사원 내부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감사원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입안자이기도 한 장 전 실장이 문정부 당시 집값과 소득 및 고용 통계에 부당하게 관여한 의혹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감사원은 문정부 기간 주택가격동향이 공개되기 전, 한국부동산원 내부서만 공유되는 통계 잠정치를 국토부 공무원이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 장 전 실장의 지시와 개입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장 전 실장은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중 이상 거래로 분류되는 주택거래 등을 걸러내는 과정서 집값 통계를 임의로 낮추려 과도한 보정작업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장 전 실장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문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주중대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째 통계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감사원이 장 전 실장을 조사했다는 건, 감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으로 장 전 실장과 김 전 실장 외에 올해 초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을, 지난해엔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대면 조사했다.

장관급
줄소환

유 사무총장은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통계감사는 마무리 단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올해 3월부터 특별조사국 감사관을 추가로 투입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의 통계조작 의혹 감사에 관해 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정치 보복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감사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을 앞세운 현 정부의 문정부 때리기가 도를 한참 넘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원이 문정부와 관련된 의혹 대부분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소재 한 변호사는 “지금껏 종료된 감사 대부분이 검찰 강제수사 착수로 이어졌다. 과거 월성 원전도 그렇지 않냐”며 “검찰이 직접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사안에 감사원과 타 사정기관이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도 “특별조사국이 감사위 의결 제한이 없으니 소위 ‘월권 행위’를 한다는 말이 내부서도 나온다”며 “윗선서 암묵적 감사 분위기를 풍기면 막힐까 봐 유 사무총장이 특별조사국의 권한을 과도하게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의 감사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O명 규모로 정원 증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감사원은 현재 결원이 70명에 달한다.

“4대강·통계 조작 감사 끝나면 수사” 관측
7년 만에 인력 증원…감찰·조사 기능 강화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이달 기준) 정원 1080명, 현원 1010명 규모로 인력을 운용 중이다. 현재 결원 규모는 총 70명으로, 감사원은 하반기 임용 유예자 및 경력 채용, 내년 신규 7급 공채를 통해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앞서 감사원은 대규모 정원 증원을 대통령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결원과 별도로 50명 남짓 규모로 증원될 예정이다. 현실화된다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정원 증원이다. 이는 윤석열정부 들어 언급된 공직사회 압박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전방위적으로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관련된 공직자들을 솎아내겠다고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올해 초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감찰조사팀을, 국무조정실 산하에 복무관리팀을 각각 신설해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을 보강한 바 있다.

이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공직자 기강 확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 이후 약화된 사정 기능을 보강하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당시 군의 북한 무인기 부실 대응 문제와 이태원 참사 등 굵직한 사고가 잇따른 이유로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일부 부처가 정권교체 후에도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차관 교체 등 인사를 단행하면서 관가에 경각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강경성 당시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임명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 차관 자리에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임명한 것도 현재 공직사회의 잘못된 인사 관행이나 이권 결탁을 바로잡으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수십명 규모 결원을 지닌 채 정원 늘리기에 나선 감사원을 향해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과거 산업통상자원부 감사 때 “정원 조정 등 인력 관리 운영 미흡”을 사유로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내로남불
인력 늘리기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 정기감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산자부는) 2019년부터 본부와 소속기관 모두 결원인 상태로 인력을 운용해오고 있다”며 “본부 및 소속기관의 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하되, 본부 업무량의 증가로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곧바로 산업부 전체 정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소속기관의 정원을 본부로 이관하는 등 우선 산업부 내에서 조직 및 정원을 조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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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