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레바뮌’ 첫 코리안리거 김민재

아시아 넘은 월클 센터백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 김민재가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는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그는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3대 클럽 중 한 곳에 입단하기까지 단 2년 걸렸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 2028년까지 5년간 계약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센터백 김민재와 2028년 6월30일까지 5년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재는 전 소속팀 나폴리에서 사용하던 등번호 3번을 달고 뛴다.

장 크리스티안 드리센 뮌헨 CEO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을 세웠고, 시즌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뤄낸 선수”라며 “그의 개인적인 능력인 정신력, 스피드 모두 인상적이다. 김민재는 자신의 플레이로 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밟은
꿈의 무대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식서 포부를 드러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항상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이 기대된다”며 “구단과 대화하면서 나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고 가능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뮌헨은 김민재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뮌헨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나폴리에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으로 5000만유로(약 710억원)를 지불했다. 앞서 축구선수 손흥민이 기록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유로(약 410억원)를 뛰어넘으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김민재는 뮌헨 구단 역사에도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 마티아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뮌헨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세계 축구 클럽 주축인 유럽 축구를 꼽을 때 사용하는 단어인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뮌헨)이라 불린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김민재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현주(베헨 비스바덴)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뮌헨 자체 육성시스템으로 영입한 유망주다. 김민재는 구단 역사상 이적료 3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주전급으로 분류된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서 인정한 최고의 수비수다. 2019년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로 입단한 김민재는 전북서 두 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리그 베스트11과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는 당시 유럽 무대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을 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민재를 향해 “커리어보다 돈이 우선이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민재는 무대를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아가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는 2021-2022시즌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처음 입성했다. 튀르키예 리그에 합류함과 동시에 곧바로 뛰어난 존재감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입단 1년 만에 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나폴리로 이적하게 됐다.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명문 클럽으로
몸값 28억→857억 2년 만에 30배 상승

나폴리는 나폴리 수비진을 오랜 기간 책임진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했다. 당시 시즌 시작 전 합류한 김민재를 향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민재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유럽 2년 차인데다 쿨리발리의 자리를 메우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첫 시즌부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데뷔 전부터 헤딩으로 득점포를 쏴 올리는가 하면, 철벽수비도 선보였다. 이후 그는 매 경기 놀라운 기량을 선보여 시즌이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철벽수비를 펼치면서 세리에 A 이달의 선수상만 세 번 선정됐다. 

김민재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나폴리는 2022-2023 시즌 세리에A 정규리그서 38경기 28승6무4패의 성적을 거두고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 3054분 동안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태클 1.6회, 가로채기 1.2회, 클리어링 3.5회, 슈팅 블록 0.7회의 성적표를 일궈냈다. 나폴리 수비진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았다.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나폴리 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나폴리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준 팬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저의 열정적인 클럽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님, 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폴리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나폴리를 기억하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김민재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서 대형 구단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뮌헨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관심을 보였고 최근 이강인이 입단한 파리 생제르맹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매 시즌 각 리그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구단인 데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구단이다.

수많은
러브콜

이적시장 초반 가장 적극적으로 김민재를 원하는 곳은 맨유였다. 구단 재건을 노리고 있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를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맨유 수비진에는 라파엘 바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빅토르 린델로프 등이 있지만 부상이 잦아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맨유는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진 경쟁을 견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연봉과 계약기간까지 김민재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맨유는 김민재와 영입 협상을 한 달 넘게 끌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맨유는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로프 등 백업 수비진을 이적 및 방출 시킨 이후 김민재를 영입해 수비진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맨유 측은 나폴리와 한 협상서 김민재의 이적료 중 일부에 린델로프를 포함시킬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맨유는 센터백 포지션의 백업 선수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과이어와 린델로프 등 백업 선수들은 기량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다른 구단에서도 영입을 제안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실력에 비해 고액 연봉을 받는 백업 선수들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이적료 및 주급 마련에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맨유가 주춤하자 타 구단들은 김민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김민재와 나폴리 간 계약에는 지난 1일부터 해외 구단 한정으로 유효한 바이아웃이 존재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구단 입장에서는 김민재의 이적료인 5000만유로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금액이었다.


바이아웃 조항이 시작되자 김민재를 향한 빅클럽의 구애가 이어졌다. 바이아웃 조항은 특정 액수가 넘어가면 소속 구단과 상관없이 선수 개인과 협상이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김민재 영입전에 후발주자로 나섰던 뮌헨이 최종 승자가 됐다. 뮌헨 구단은 김민재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 뮌헨은 주전 센터백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대체 선수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근거 있는
다재다능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직접 김민재와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진정성을 보였다. 김민재가 뮌헨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는 “뮌헨 측이 김민재를 구단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발표 이후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너무 기쁘다”며 “김민재와 몇 차례 영상 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이며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던 김민재는 3주 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퇴소했다. 이에 뮌헨 구단은 퇴소일에 맞춰 독일서 의무팀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메디컬 테스트 진행 모습을 담은 비디오 클립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뮌헨 의무팀이 독일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과 함께 국내 병원서 김민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대화를 나누며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 뮌헨서 준비한 선물을 받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파격적인 대우에 독일 현지 매체도 놀랄 정도였다.

독일 현지 매체는 김민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아웃 조항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 뮌헨은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이제 뤼카 에르난데스를 잊게 할 사람이 뮌헨에 있다”고 환영했다. 

같은 현지 매체인 <란>은 “김민재는 에르난데스와 벵자맹 파바르를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며 “통계에 따르면 김민재는 여러 방면서 뮌헨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통해 마티어스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로 이어지는 센터백 라인을 구축한다.

김민재의 시즌 초반 목표는 전 주전 센터백인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을 잊게 하는 것이다. 

독일 <스포르트1>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에르난데스를 대신할 김민재에 관한 강점을 분석했다. 매체는 통계 정보를 두고 에르난데스보다 김민재가 훨씬 좋은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야프 스탐과 같은 선수”
뮌헨 가자마자 주전 예약

이 매체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세리에A서 3050분을 뛴 반면에 에르난데스는 가장 많이 뛴 2021-2022년 시즌 조차 2030분을 뛰었다”며 김민재가 내구성 면에서 우위라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막강한 신체 스펙을 이용해 공중볼 경합을 따낸다. 공중볼 경합서 김민재는 90분당 2.69번을 승리했고, 에르난데스는 1.77번”이라고 분석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에 ‘김민재에 대한 7가지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대대적인 김민재 홍보에 나섰다. 뮌헨은 김민재가 자라온 일대기를 소개했다. 구단 측은 김민재에 대해 “1996년 11월15일 한국의 항구도시 경남 통영서 태어나 과거 인터뷰를 통해 횟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 시절에는 아버지가 트럭으로 밤새 이동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로 데려다 줬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통계자료를 통해 스피드, 패스, 제공권, 빌드업 능력, 태클을 두루 갖춘 수비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뮌헨은 “190㎝의 신장을 갖춘 김민재는 지난 시즌 두 번째로 많은 92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했다”며 “63%의 태클 성공률은 시즌 1위였고, 상대가 그를 제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빌드업 능력도 치켜세웠다. 뮌헨은 “김민재는 빌드업 과정서 91%의 패스 성공률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며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서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했고 3번째로 많은 패스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서 빠른 스피드로 인정받았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수비라인에 있으면 상대팀이 역습을 할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서 최고 속도 34.2km/h를 기록했다. 같은 소속팀 수비수인 우파메카노(34km/h), 파바르(32.9km/h)를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김민재가 달고 뛸 등번호 3번에 관한 역사도 재조명했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레전드들이 거쳐간 등번호를 이어간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매체 <키커>는 “등번호 3번은 파울 브라이트너, 빅상트 라자라쥐, 루시우 등 뮌헨의 전설들이 사용해왔다”며 “김민재가 등번호 3번을 달고 바이에른 뮌헨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전했다.

김민재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2년 새 수직 상승한 몸값서 알 수 있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21년 650만유로(약 92억원)서 현재 6000만유로(약 860억원)로 이적료가 10배가량 상승했다.

김민재의 시장가치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으로 전 세계 축구선수 중 61번째로 높다. 소속팀 뮌헨이 속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전체 10위고 포지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8위다. 뮌헨은 이적료 지출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구단이다. 그만큼 뮌헨은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유례없는
파격 대우

실제로 뮌헨은 현재까지 선수를 영입할 때 1억유로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최근 이적시장서 선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뮌헨이 5000만유로 이상을 이적료로 지출한 사례는 김민재가 3번째다.

김민재는 이제 뮌헨 선수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뮌헨은 독일 테게른제에 훈련캠프를 차려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2023-2024시즌 준비를 알리는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시작으로 새롭게 팬들과 인사를 건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뮌헨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동행해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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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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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