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살인 태클’ 당한 황의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4:52:38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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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핸드폰 뭐가 들었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멈춰섰다.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누리꾼이 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다. 5개의 SNS 계정에 폭로한 정체불명의 누리꾼을 고소한 황의조. 이로 인해 원소속팀인 노팅엄포레스트 복귀마저 불투명해졌다. FC 서울과의 임대계약 종료를 앞두고 영국행을 고대했던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한 누리꾼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 황의조의 복잡한 이성 관계를 폭로했다. 게시글에는 그의 성관계 영상까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논란이 가중되자, 폭로글은 비공개 전환됐다. 황의조의 치부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후였다. 급기야 ‘황의조 성관계 영상’을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정치권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영상 속 여성에 관한 2차 가해 행위’라며 누리꾼을 향해 경고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황의조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나온다.

분실 후
협박받아

황의조는 해당 누리꾼을 고소했지만 신분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의조 측 고소장에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자’로 명시됐는데, 이는 피고소인의 SNS 아이디가 5개였기 때문이다. 잠적한 피고소인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피고소인이 외국인일 것이라는 의혹이다.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올림피아코스FC서 뛰던 그는 당시 신원불상의 외국인에게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소지자는 ‘이 안에 재미있는 것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황의조 측은 당시 분실한 휴대폰서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황의조가 협박에 대응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지난 27일 성동경찰서에 누리꾼이 보내온 협박 메시지와 게시물 등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이 다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25일, 피고소인은 5개 SNS 계정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황의조 휴대폰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게시글을 올린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 속 여성들에 대한 존엄성은 고려하지 않은 황의조의 양다리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취지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영상이 떠돌고 있어 등장한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황의조 측은 게시물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UJ스포츠 측은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유포에 강력 법적 대응
정치권까지 나서 복잡한 양상

황의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경찰이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다만, 그럴만한 단서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 협조를 구해 IP를 추적해야 하는데 해외기업이라 쉽지 않다. 피고소인이 타인의 휴대폰, 선불 유심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황의조의 치부가 드러나자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6일, 문성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폭로자는 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 남성(황의조)과 성관계를 가졌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변인은 “연인이 되고 싶었다면 ‘사귈 거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피고소인은 ‘황의조가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했고, 가스라이팅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 전 대변인은 황의조가 관계 정립을 피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은 피고소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것은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자유로이 결정한 성관계의 책임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은 극도로 혐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가세했다.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던 허 의원은 이튿날(27일), SNS에 “N번방, 디지털 교도소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근대적 법치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의조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허은아·박지현 우려
리벤지 포르노 범죄

이어 “사생활은 개인의 대단히 내밀한 영역이다. 복잡다난한 맥락을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러라고 사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의조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피고소인의 주장에도 반발했다. 허 의원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오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의조를 비롯해 남녀를 불문하고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선수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성회롱을 비롯한 온갖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박 전 위원장은 황의조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황의조의 영상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박 전 위원장은 “피해물을 소지·구입·시청하는 것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SNS를 통해 피해물을 사고 팔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동의하에 찍은 촬영물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라며 성관계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리벤지 포르노’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상에 나온 여성들은 엄연히 피해자가 맞지만, 피고소인은 영상 속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졌다고 면피했다. 그렇다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애초에 촬영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른 ‘동의하지 않은 성적 자료 유포 범죄’다.


주된 피해자가 황의조 즉, 남자일 뿐인 엄연한 리벤지 포르노 범죄다.

피고소인은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황금폰’을 언급하며 동일시했다. 엄밀히 따지면, 정준영 사건은 불법 촬영임이 명백했고 본인이 유포했기에 처벌받은 것으로 이번 황의조 사건은 조금 다르다. 황의조가 촬영 당시,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

불법 촬영?
의견 분분

피고소인이 일방적으로 ‘동의 없는 불법 촬영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수사 없이는 불법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그의 과거 인성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황의조 양다리’ 사건이다. 황의조가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을 만나 잠자리를 가진 뒤 연락을 두절했다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그는 한 여성에게 ‘여자친구에게 논 거 걸렸다’라며 사과했다. 

해당 여성은 대화 내용을 복사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황의조가 여성에게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고 시인했다. 바람피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밖에 황의조와 연락했다는 다른 여성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양다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진 폭로 내용으로 요약하면, 황의조는 당시 6개월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했다. 

여자친구가 없는 식으로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폭로한 여성은 황의조가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두절됐던 날, 황의조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자친구 사진이 게시되자, 해당 여성은 커뮤니티를 통해 황의조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을 접한 뒤 “추접스럽긴 하네” “최악이다” 등의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당시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상태였는데, 폭로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잠잠하던 그는 다시금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2021년 황의조는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과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그해 11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연애했지만 열애설이 터진 지 약 두 달 만에 결별했다.

잤지만 사귀진 않았다?
양다리 피해자들 속출

당시 효민 측은 “부담되는 상황으로 자연스레 소원해졌다”고 이별을 공식화했다. 효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호주에 체류 중에 그는 공책에 ‘그와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요’라고 적힌 문장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팬들은 황의조와 결별 후 심경을 표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후 효민은 게시물을 곧바로 삭제했다.

황의조는 숱한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선수로서 가진 재능은 남달랐다. 한국 축구선수 중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선수기 때문이다. 185cm 장신으로 남다른 피지컬을 보유한 황의조는 2013년 성남 입단 후 2017년까지 K리그 통산 140경기에 출전해 3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 2018년 감바 오사카에 영입된 그는 J리그서 맹활약해 ‘커리어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7경기서 9골을 쏘아 올리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축구 금메달을 안긴 영웅이 됐다. 이어 프랑스 1부 리그인 FC 지롱댕 드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9~2020시즌 6골, 2020~2021시즌 12골, 2021~2022시즌 11골로 프랑스 리그1서 29골을 터뜨리며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노팅엄 포레스트로 팀을 옮긴 뒤, 바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 이적했다. 이때부터 그의 팀 내 입지는 흔들렸다. 당시 휴대폰 분실 이후 협박받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K리그에 돌아온 그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과거 여자들 
논란 재조명

FC 서울에 6개월 단기로 임대 영입된 그는 지난 2월 말 인천과의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황의조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공격수로서 골잡이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플레이에도 주력하는 겸손한 선수였다. 활약만으론 부진하다고 지적할 순 없겠지만, 연속된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영국행은 불투명해졌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의조는 어떤 선수?

199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서 출생한 황의조는 황선홍-안정환-이동국-박주영에 이어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 권창훈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5번째 선수다.

특유의 움직임만큼이나 슈팅 능력, 특히 중거리 슛이 장점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J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인지 일본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기도 하다.

평단에서는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 황의조가 발탁되지 않은 것이 의외라고 할 만큼 실력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서 맹활약한 황의조는 7경기서 9골을 쏴올리며 결승전서 일본을 꺾었다.

J리그 시절 두터운 일본 팬을 확보한 덕에 크게 비난받진 않았다. 

특히 감바 오사카 팬들은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출전하는 경기를 시청하면서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개인 운이 좋지만, 클럽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입단한 성남 FC는 2016시즌에 강등당해 2부서 고군분투했고, 감바 오사카는 2018 시즌 강등권서 허덕일 때 그의 역할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FC 지롱댕 드 보르도는 2020~2021년 시즌부터 강등권에 맴돌다 다음 시즌에 팀 전체가 멸망했다. 

2022~2023년 시즌 이적한 올림피아코스 FC는 그리스 1강이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FC 서울은 올해 상위권에 있지만, 황의조는 임대에 불과해 반 시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성남 FC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후에 친정팀 성남에 복귀해 은퇴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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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