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살인 태클’ 당한 황의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4:52:38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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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핸드폰 뭐가 들었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멈춰섰다.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누리꾼이 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다. 5개의 SNS 계정에 폭로한 정체불명의 누리꾼을 고소한 황의조. 이로 인해 원소속팀인 노팅엄포레스트 복귀마저 불투명해졌다. FC 서울과의 임대계약 종료를 앞두고 영국행을 고대했던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한 누리꾼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 황의조의 복잡한 이성 관계를 폭로했다. 게시글에는 그의 성관계 영상까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논란이 가중되자, 폭로글은 비공개 전환됐다. 황의조의 치부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후였다. 급기야 ‘황의조 성관계 영상’을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정치권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영상 속 여성에 관한 2차 가해 행위’라며 누리꾼을 향해 경고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황의조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나온다.

분실 후
협박받아

황의조는 해당 누리꾼을 고소했지만 신분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의조 측 고소장에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자’로 명시됐는데, 이는 피고소인의 SNS 아이디가 5개였기 때문이다. 잠적한 피고소인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피고소인이 외국인일 것이라는 의혹이다.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올림피아코스FC서 뛰던 그는 당시 신원불상의 외국인에게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소지자는 ‘이 안에 재미있는 것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황의조 측은 당시 분실한 휴대폰서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황의조가 협박에 대응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지난 27일 성동경찰서에 누리꾼이 보내온 협박 메시지와 게시물 등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이 다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25일, 피고소인은 5개 SNS 계정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황의조 휴대폰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게시글을 올린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 속 여성들에 대한 존엄성은 고려하지 않은 황의조의 양다리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취지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영상이 떠돌고 있어 등장한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황의조 측은 게시물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UJ스포츠 측은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유포에 강력 법적 대응
정치권까지 나서 복잡한 양상

황의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경찰이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다만, 그럴만한 단서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 협조를 구해 IP를 추적해야 하는데 해외기업이라 쉽지 않다. 피고소인이 타인의 휴대폰, 선불 유심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황의조의 치부가 드러나자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6일, 문성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폭로자는 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 남성(황의조)과 성관계를 가졌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변인은 “연인이 되고 싶었다면 ‘사귈 거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피고소인은 ‘황의조가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했고, 가스라이팅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 전 대변인은 황의조가 관계 정립을 피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은 피고소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것은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자유로이 결정한 성관계의 책임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은 극도로 혐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가세했다.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던 허 의원은 이튿날(27일), SNS에 “N번방, 디지털 교도소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근대적 법치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의조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허은아·박지현 우려
리벤지 포르노 범죄

이어 “사생활은 개인의 대단히 내밀한 영역이다. 복잡다난한 맥락을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러라고 사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의조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피고소인의 주장에도 반발했다. 허 의원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오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의조를 비롯해 남녀를 불문하고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선수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성회롱을 비롯한 온갖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박 전 위원장은 황의조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황의조의 영상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박 전 위원장은 “피해물을 소지·구입·시청하는 것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SNS를 통해 피해물을 사고 팔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동의하에 찍은 촬영물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라며 성관계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리벤지 포르노’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상에 나온 여성들은 엄연히 피해자가 맞지만, 피고소인은 영상 속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졌다고 면피했다. 그렇다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애초에 촬영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른 ‘동의하지 않은 성적 자료 유포 범죄’다.


주된 피해자가 황의조 즉, 남자일 뿐인 엄연한 리벤지 포르노 범죄다.

피고소인은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황금폰’을 언급하며 동일시했다. 엄밀히 따지면, 정준영 사건은 불법 촬영임이 명백했고 본인이 유포했기에 처벌받은 것으로 이번 황의조 사건은 조금 다르다. 황의조가 촬영 당시,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

불법 촬영?
의견 분분

피고소인이 일방적으로 ‘동의 없는 불법 촬영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수사 없이는 불법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그의 과거 인성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황의조 양다리’ 사건이다. 황의조가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을 만나 잠자리를 가진 뒤 연락을 두절했다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그는 한 여성에게 ‘여자친구에게 논 거 걸렸다’라며 사과했다. 

해당 여성은 대화 내용을 복사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황의조가 여성에게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고 시인했다. 바람피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밖에 황의조와 연락했다는 다른 여성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양다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진 폭로 내용으로 요약하면, 황의조는 당시 6개월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했다. 

여자친구가 없는 식으로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폭로한 여성은 황의조가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두절됐던 날, 황의조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자친구 사진이 게시되자, 해당 여성은 커뮤니티를 통해 황의조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을 접한 뒤 “추접스럽긴 하네” “최악이다” 등의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당시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상태였는데, 폭로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잠잠하던 그는 다시금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2021년 황의조는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과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그해 11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연애했지만 열애설이 터진 지 약 두 달 만에 결별했다.

잤지만 사귀진 않았다?
양다리 피해자들 속출

당시 효민 측은 “부담되는 상황으로 자연스레 소원해졌다”고 이별을 공식화했다. 효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호주에 체류 중에 그는 공책에 ‘그와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요’라고 적힌 문장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팬들은 황의조와 결별 후 심경을 표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후 효민은 게시물을 곧바로 삭제했다.

황의조는 숱한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선수로서 가진 재능은 남달랐다. 한국 축구선수 중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선수기 때문이다. 185cm 장신으로 남다른 피지컬을 보유한 황의조는 2013년 성남 입단 후 2017년까지 K리그 통산 140경기에 출전해 3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 2018년 감바 오사카에 영입된 그는 J리그서 맹활약해 ‘커리어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7경기서 9골을 쏘아 올리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축구 금메달을 안긴 영웅이 됐다. 이어 프랑스 1부 리그인 FC 지롱댕 드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9~2020시즌 6골, 2020~2021시즌 12골, 2021~2022시즌 11골로 프랑스 리그1서 29골을 터뜨리며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노팅엄 포레스트로 팀을 옮긴 뒤, 바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 이적했다. 이때부터 그의 팀 내 입지는 흔들렸다. 당시 휴대폰 분실 이후 협박받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K리그에 돌아온 그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과거 여자들 
논란 재조명

FC 서울에 6개월 단기로 임대 영입된 그는 지난 2월 말 인천과의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황의조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공격수로서 골잡이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플레이에도 주력하는 겸손한 선수였다. 활약만으론 부진하다고 지적할 순 없겠지만, 연속된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영국행은 불투명해졌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의조는 어떤 선수?

199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서 출생한 황의조는 황선홍-안정환-이동국-박주영에 이어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 권창훈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5번째 선수다.

특유의 움직임만큼이나 슈팅 능력, 특히 중거리 슛이 장점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J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인지 일본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기도 하다.

평단에서는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 황의조가 발탁되지 않은 것이 의외라고 할 만큼 실력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서 맹활약한 황의조는 7경기서 9골을 쏴올리며 결승전서 일본을 꺾었다.

J리그 시절 두터운 일본 팬을 확보한 덕에 크게 비난받진 않았다. 

특히 감바 오사카 팬들은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출전하는 경기를 시청하면서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개인 운이 좋지만, 클럽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입단한 성남 FC는 2016시즌에 강등당해 2부서 고군분투했고, 감바 오사카는 2018 시즌 강등권서 허덕일 때 그의 역할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FC 지롱댕 드 보르도는 2020~2021년 시즌부터 강등권에 맴돌다 다음 시즌에 팀 전체가 멸망했다. 

2022~2023년 시즌 이적한 올림피아코스 FC는 그리스 1강이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FC 서울은 올해 상위권에 있지만, 황의조는 임대에 불과해 반 시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성남 FC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후에 친정팀 성남에 복귀해 은퇴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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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