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욕심’ 태영호 무리수

나가도 너무 나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제주 4·3 사건 망언, 공천 녹취록 등 여러 논란이 터졌지만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모양새다. 공천만 받을 수 있다면 일단 발을 맞추는 등 시키는 대로 한다. 태 최고위원은 논란에 대해 악의적이라며 잘못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공천권을 위해 허락된 당무 개입이 당의 약점으로 자리 잡힌 모양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공천 녹취록 파동이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 녹취록에는 태 최고위원이 “나(태 최고위원) 들어가자마자 이 수석이 나에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로 대통령 공격하는 걸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음성이 등장한다. 이어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물갈이설

이 수석은 “오늘 한일 관계 얼마나 좋냐. 첫 상견례 자리서 당신(태 최고위원)이 치고 들어오면 대통령한테 태영호가 한마디 했으면 얼마나 좋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또 “마이크를 쥐었을 때 잘 활용해 오늘 이렇게 했다”며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면 공천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천을 위해 윤석열정부의 대일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라는 취지였다고 해석한다.

음성이 녹음된 일자는 김기현호가 출범한 지 불과 하루 뒤다. 오전에는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바 있다. 당일에는 한일 관계와 관련된 별다른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3월13일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더불어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공세만 펼친다며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언급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은 녹취록 발언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단순히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이었다는 것.

이와 함께 한일 관계, 공천 문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도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오히려 태 최고위원이 두 차례나 사과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공천 문제 역시 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닌 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4·3, 김구, 돈봉투 발언 논란
이번 녹취록 파문까지 ‘4연타’

국민의힘 지도부는 논란이 확전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는 일단 태 최고위원 지키기에 나섰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거짓말이라며 태 최고위원의 발언 자체를 부정했다. 

현재 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그는 끊임없이 여러 설화에 휩싸여 징계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제주 4·3 사건 관련 망언과 백범 김구 선생 발언,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SNS에 JMS(Junk, Money, Sex)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글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김 대표는 ‘3연타석’ 논란이 터지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태 최고위원 역시 자진으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자숙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들에 대해서는 입장의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히려 스스로 징계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태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는 ‘경고’에 그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논란으로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용산(대통령실) 지시로 보이는 것을 이행한 점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강남갑은 보수층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3선 이상을 지낸 의원은 전무했을 정도다. 

국민의힘 공천 문제는 시작 전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지역구에서는 물갈이설까지 돌고 있다. 이런 탓에 태 최고위원이 재선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선용 무한 용비어천가 
당무·공천 개입설 사실?

윤리위 입장에서도 징계 수위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날을 세운 적도 있다. 태 최고위원이 날을 세운 게 아니라며 발뺌했지만 한동안 불편한 기류도 흘렀다. 

현재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장은 정치권서도 끊임없이 확전되는 가운데 민주당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당무 개입 논란으로 재차 공격태세를 갖췄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녹취 내용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무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는 만큼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헌법 및 선거법상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은 엄연히 철저하게 금지돼있다. 정치 중립의 의무를 어겨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당무 개입은 정치권서 여야 대립의 원인 중 하나로 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탄핵 위기에 처했던 바 있다. 

이번 녹취록 사태는 공천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야당의 공격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당무 개입설은 국민의힘 리스크의 한 축으로 자리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과 대통령실이 호흡을 맞춰 심기일전한다고 해도 한편에서는 개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녹취록 파장으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러 우려가 쏟아진다. 당 일각에서는 윤리위서 추가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과 최고위원 사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버티기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의원직 사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는 여당 최고위원에게 대통령실서 주문한 게 용비어천가”라며 “최고위원 자리가 고작 자신의 공천 때문이었다는 고백 같은 해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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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