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범’ 공인중개사의 두 얼굴

“먹튀 집주인보다 더 나빠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펑펑’ 터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암울한 진단까지 나온다. 전세사기 문제를 마냥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을 연결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은 한 개인의 전 재산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범죄로 여겨진다. 임차인은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등락에 벌벌 떨면서 돈을 빌려 최소 2년 동안 살 집을 마련한다.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돈뿐만 아니라 ‘당분간 내 집’이라는 주거 안정감까지 앗아가는 셈이다. 

돈 잃고

전세사기 피해자는 거리로 나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사기로 전세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임차인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연령대가 대부분 20~30대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여 총 729건, 2188명을 검거해 209명을 구속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는 2030세대에 집중됐다. 연령별 피해자는 20대가 18.1%(308명), 30대가 33.4%(570명)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에 사는 2030세대가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 금액은 2억원 이하가 71.1%였고 피해 주택 중 66.2%는 다세대주택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에서 다수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특히 미추홀구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를 본 20대, 30대 청년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빌라왕피해대책위 등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증금 반환 채권매입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특별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사각지대 없는 피해 구제, 보증금 채권매입을 활용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크게 불거지면서 여야는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야당은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을 통한 일부 보전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통한 주거권 보호 ▲경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 등을 골자로 잡았다.

반면 정부여당은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은 제외하고 우선매수권 부여와 피해주택의 공공매입만을 담았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가담 혐의로 400명 입건
문제 있어도 못 걸러낸다

전문가는 사인 간의 거래인 전세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모두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방문한 뒤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가해자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때 ‘선호 직업’으로 여겨졌던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입건된 피의자 2188명 가운데 414명(18.9%)은 공인중개사였다. 가짜 임대인 1000명(45.7%)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공인중개사는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해 임차인을 끌어들였다.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일단 계약을 진행하고 보는 식이다. 

최근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빌라왕의 범행에 개입된 공인중개사 40여명이 추가로 입건됐다. 이들은 법정 수수료율보다 더 높게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해 컨설팅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결과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뒷돈을 챙기면서도 임차인에게 전세 매물의 문제점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법상 중개인은 중개 물건의 위치, 주변환경, 종류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또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끼리의 거래보다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사건에 공인중개사가 다수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만명에 육박하는 공인중개사(국토부 통계)를 싸잡아 비판할 순 없지만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다수의 피해자를 낳은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자 극단적 선택
부랴부랴 대책 마련

더 큰 문제는 임차인이 공인중개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마치 ‘복불복’처럼 좋은 공인중개사가 걸리길 바라야 하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가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확정판결까지는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이 낮다.

형사 고소를 당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도 구속이 되지 않는 한 중개 업무를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가해자, 이른바 빌라왕 등으로 불리는 문제의 임대인의 정보가 일부나마 공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공인중개사가 신용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나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열람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인중개사가 집행유예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공인중개사에 많은 정보를 주고 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게끔 해 전세사기를 막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문제의 공인중개사는 퇴출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 방식을 쓰겠다는 것이다.

업계서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이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을 당시 전세 관련 ‘폭탄 돌리기’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전세값 상승이 예상됐고 언젠가 터질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면 미리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다치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왜 정책 실패의 주범인 본인의 반성은 없나?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전세사기 원인을 제공해놓고 피해자 지원을 외치는 것은 제비 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고쳐준 놀부 심보와 무엇이 다르냐”며 “이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과 정의당부터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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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