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범’ 공인중개사의 두 얼굴

“먹튀 집주인보다 더 나빠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펑펑’ 터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암울한 진단까지 나온다. 전세사기 문제를 마냥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을 연결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은 한 개인의 전 재산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범죄로 여겨진다. 임차인은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등락에 벌벌 떨면서 돈을 빌려 최소 2년 동안 살 집을 마련한다.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돈뿐만 아니라 ‘당분간 내 집’이라는 주거 안정감까지 앗아가는 셈이다. 

돈 잃고

전세사기 피해자는 거리로 나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사기로 전세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임차인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연령대가 대부분 20~30대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여 총 729건, 2188명을 검거해 209명을 구속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는 2030세대에 집중됐다. 연령별 피해자는 20대가 18.1%(308명), 30대가 33.4%(570명)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에 사는 2030세대가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 금액은 2억원 이하가 71.1%였고 피해 주택 중 66.2%는 다세대주택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에서 다수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특히 미추홀구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를 본 20대, 30대 청년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빌라왕피해대책위 등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증금 반환 채권매입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특별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사각지대 없는 피해 구제, 보증금 채권매입을 활용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크게 불거지면서 여야는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야당은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을 통한 일부 보전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통한 주거권 보호 ▲경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 등을 골자로 잡았다.

반면 정부여당은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은 제외하고 우선매수권 부여와 피해주택의 공공매입만을 담았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가담 혐의로 400명 입건
문제 있어도 못 걸러낸다

전문가는 사인 간의 거래인 전세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모두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방문한 뒤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가해자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때 ‘선호 직업’으로 여겨졌던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입건된 피의자 2188명 가운데 414명(18.9%)은 공인중개사였다. 가짜 임대인 1000명(45.7%)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공인중개사는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해 임차인을 끌어들였다.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일단 계약을 진행하고 보는 식이다. 

최근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빌라왕의 범행에 개입된 공인중개사 40여명이 추가로 입건됐다. 이들은 법정 수수료율보다 더 높게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해 컨설팅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결과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뒷돈을 챙기면서도 임차인에게 전세 매물의 문제점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법상 중개인은 중개 물건의 위치, 주변환경, 종류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또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끼리의 거래보다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사건에 공인중개사가 다수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만명에 육박하는 공인중개사(국토부 통계)를 싸잡아 비판할 순 없지만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다수의 피해자를 낳은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자 극단적 선택
부랴부랴 대책 마련

더 큰 문제는 임차인이 공인중개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마치 ‘복불복’처럼 좋은 공인중개사가 걸리길 바라야 하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가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확정판결까지는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이 낮다.

형사 고소를 당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도 구속이 되지 않는 한 중개 업무를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가해자, 이른바 빌라왕 등으로 불리는 문제의 임대인의 정보가 일부나마 공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공인중개사가 신용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나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열람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인중개사가 집행유예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공인중개사에 많은 정보를 주고 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게끔 해 전세사기를 막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문제의 공인중개사는 퇴출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 방식을 쓰겠다는 것이다.

업계서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이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을 당시 전세 관련 ‘폭탄 돌리기’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전세값 상승이 예상됐고 언젠가 터질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면 미리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다치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왜 정책 실패의 주범인 본인의 반성은 없나?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전세사기 원인을 제공해놓고 피해자 지원을 외치는 것은 제비 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고쳐준 놀부 심보와 무엇이 다르냐”며 “이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과 정의당부터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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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