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민주당 양 계파 해법 다섯

‘누가 받았나’ 머릿수 세고 총질?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돈봉투 살포’ 의혹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허덕이는 민주당이 이번엔 완전히 쓰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두 축인 ‘비명계’와 ‘친명계’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결국 돌아왔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앞선 현지 기자회견서 “모든 책임을 지고 탈당한 뒤 귀국해 수사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돈봉투 의혹’에 정면 돌파할 의지를 보였다.

본인 진영에 
유리한 방법만 

그가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이었다. 입국장을 나오면서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랑제콜(ESCP, 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약 5개월간 머물던 송 전 대표는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빨리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처음 ‘돈봉투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그의 귀국이 이처럼 빨리 이뤄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가 당초 사안을 가볍게 보고 현지서 모든 문제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문제를 접하고 민주당 지도부에 “귀국할 뜻이 없다”고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강성 초선으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은 사태 직후인 지난달 1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몇몇 의원께 혹시 소문이나 간접적으로 들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본인들이 전해 듣거나 소문으로 들었을 때는 태도가 동일한 것 같다. 그리고 당분간 귀국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알렸다.

해당 발언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대표가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갈수록 민주당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는 계산 아래서다.

만일 송 전 대표가 프랑스에 머물며 해당 문제를 나몰라라 한다면 민주당 전체와 이재명 대표의 부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산재해 있는 사법 리스크에도 휘청거리고 있는 민주당에 송 전 대표 문제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의원총회를 열고 송 전 대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서 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송영길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을 낱낱이 분명히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그것이 당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국민과 당에 대한 기본 도리라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의원총회에 모인 중진 의원들은 당 차원의 진상규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에 난색을 표했다. 당 차원서 진상규명을 한들 실질적인 처벌 권한이 없고, 당 관계자들이 상당수 엮여 있어 오히려 당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당의 거센 압박을 견디지 못한 송 전 대표는 불과 일주일 만에 처음 밝혔던 입장을 철회하고 급거 귀국했다. 모든 문제를 본인이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힌 그는 측근들에게 당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돈봉투 의혹’을 종결짓겠다고 했다.


송영길 자르기로 가닥 잡은 친명계 지도부
현 지도부 모두가 책임 져야한다는 비명계

그러나 돈봉투 의혹이 단순하게 송 전 대표 한명만의 책임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간의 연결고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당대회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심송심’이라 불렸던 둘의 관계가 그 근거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서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측근 역할을 도맡아 하며 그의 경선을 물밑서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송 전 대표가 ‘대놓고’ 이 대표를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원칙상 ‘중립’을 지켜야했던 송 전 대표는 시종일관 ‘이재명 유착설’을 일축해왔고, 대외적으로도 “모든 후보를 공평하게 지지한다”고 밝혀 세간의 의심을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이후 여러 행보를 통해 그는 이 대표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에 관한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지자 대선후보들은 100만원 이하의 전과 기록도 중앙당에 제출해야 하는 ‘클린검증단’ 설치를 당 지도부에 요구한 바 있다.

검증단 설치는 순전히 이 대표를 향한 타 후보들의 견제구였으며 여기에 이낙연·정세균·김두관 당시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며 힘을 실어줬다.

송 전 대표의 민주당 지도부는 검증단 설치에 난색을 표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경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각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검증단 논의는 없었다”고 잘라 말하며  사실상 검증단 설치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검증단 설치 얼마 후엔 송 전 대표가 ‘대깨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심송심’ 의혹을 증폭시켰다. 대깨문이란 문재인 지지자들을 칭하는 말로, 그다지 좋지 못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민주당 내에선 해당 용어 사용을 암묵적으로 금기시해왔다. 그 금기를 당 대표가 직접 깬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7월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안 된다’ ‘차라리 야당을 뽑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송심
송 자르나

여기서 송 전 대표가 말한 ‘누구는 안 된다’는 당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고 있던 민주당원들이 이 대표를 저격할 때 주로 쓰던 문구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해당 발언을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인식했다. 또 함께 사용한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당시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은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낙연 캠프에 있었던 김종민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당 대표는 비주류가 아니다. 지적한 다음에 다시 당이 단합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친문이라든가 우리 지지층을 부르는 용어가 있는데 ‘대깨문’이 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불거졌던 송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를 비명(비 이재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일부 비명계 의원이 이번 돈봉투 사태에 있어 이 대표를 함께 문제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송 전 대표 한 명만의 책임으론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마무리하려면 이 대표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부 민주당 관계자가 문제가 터진 후, 당시 돌렸던 돈봉투 금액을 ‘떡값’ ‘거마비’ 정도로 낮춰 말하며 사태를 가볍게 취했던 것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사태 초기 문제를 키우고 방관한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는 것이다.

또, 돈봉투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씨의 자녀가 이재명 대선 캠프서 일한 정황이 드러나 이 대표도 해당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이 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한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돈봉투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송 전 대표가 당선된 후, 대선후보 경선을 겪으며 완벽히 ‘친명(친 이재명)계’로 자리잡았다. 이후 본인의 지역구를 그에게 물려주는 등 수상한 행보는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폰서 김씨의 자제가 이재명 캠프서 일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나? 이만큼 심각해진 돈봉투 사태를 잠재우려면 이 대표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태를 시작한 것도, 사태를 키운 것도, 모두 친명계가 한 일이라며 민주당의 재도약을 위해선 이들의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명계는 ‘돈봉투 의혹’을 어떻게 수습하려하고 있을까? <일요시사>와 만난 친명계 관계자들은 송 전 대표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면 끝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추진했다. 이 대표가 직접 송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고 송 전 대표도 이를 받아들이고 지난달 들어온 것”이라며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터무니 없는 소리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오버랩?

송 전 대표가 귀국한 것을 두고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 지도부의 대응이 늦었다기보다는 신중한 것이었다”고 다소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친명계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속한 진상규명, 비명계는 이 대표를 포함한 친명계의 책임을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수사가 진행되며 나올 새로운 사실들이 이들의 입장을 하나로 묶을 전망이다.

한편 전혀 다른 해결책을 내놓은 민주당 관계자들도 있다. 이들은 당명을 교체하고 제2 창당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등 최대 위기”라며 “우리 당은 젊고 깨끗한 이미지였는데 젊은 이미지는 이준석 등장 이후에 국민의힘이 가져갔고 남아 있던 깨끗한 이미지마저도 돈봉투 사건으로 부패한 이미지로 돼 버렸다”고 일갈했다.

안 의원은 “쓰나미 이후에 제2의 창당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의 당명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지속적으로 비교돼왔다.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의 “돈봉투를 받았다” 폭로로 시작된 돈봉투 사건은 당시 돈을 뿌렸다고 지목된 박희태 전 대표가 사퇴하고 한나라당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한동안 ‘천막 당사’에서 집무를 보는 등 당 쇄신에 앞장섰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 행보에 지지자들은 응원을 보냈고, 새누리당은 이후 열린 총선과 대선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일부 중진 의원들은 천막 당사 때의 한나라당처럼 민주당이 전면 쇄신해야 당이 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 사안이 여기까지 온 데는 당 지도부가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본 점이 컸다”며 “전면적인 당 쇄신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영간 서로 “물러나야” 주장 
같은 문제에 답은 ‘동상이몽’

친명계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일단락될 문제를 왜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쇄신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친명계는 ‘86 용퇴론’과 ‘대의원제 개편’ 등을 위기 탈출법으로 들고 나왔다. 이들은 돈봉투 문제의 원인을 당 차원이 아니라 개인과 일부 그룹, 또 현행 중인 전당대회 제도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참에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86그룹이 각성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86그룹은 60년대생,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끈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한동안 386세대라 불리며 민주당에 지속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인 송 전 대표도 86그룹의 맏형 격으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민주주의 4.0’ ‘사의재’ 등 멤버들 대부분이 86그룹에 속한다.

86그룹의 용퇴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들이 염원하던 민주주의는 이미 이뤄졌으니 이제 다음 세대에 다음 소임을 넘겨주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86 용퇴론’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나온 목소리였으며 돈봉투 사태 이후로 당내서 재조명되고 있는 중이다.

대의원제 개편은 현재 친명계가 강하게 시동을 걸고 있는 해법이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서 막강한 권한을 누린다. 이번 돈봉투 살포 의혹 역시 대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대의원들의 막강 권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서 약 1만명의 대의원 투표는 45%가 반영된다. 100만명이 넘는 권리당원 투표가 40%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의원 한 명의 표는 권리당원 60명 정도의 표와 비슷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점은 권리당원들은 투표를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반면, 대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큰 영향력 아래 놓인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 아래 전당대회가 ‘현역 의원 몇 명을 포섭하느냐’ 싸움으로 변질됐고, 변질의 끝에 돈봉투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25일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대책으로 “대의원 수를 늘리는 등 제도적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고, 박범계 의원도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비등가성을 혁파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 같이 
죽을래?

비명계서 주장하는 ‘당명 교체’와 ‘친명 지도부 책임론’은 친명계서 주장하는 ‘송영길 책임론’ ‘86그릅 용퇴론’ ‘대의원제 개편론’과 사뭇 대비된다.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렇게 다른 데는 민주당이 아직도 계파 갈등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에 큰 논란이 터졌음에도 당내 계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민주당을 유권자들이 차기 총선서 어떤 식으로 심판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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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