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곡 살인 무기징역 이은해 검찰 ‘부실 공소장’ 의혹

인정 못 받은 ‘직접 살인’ 상고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계곡 살인사건’으로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가 2심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한 직접 살인은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간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했다. 최근 선고공판 직전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직접 살인 입증에만 몰두하던 검찰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가평계곡 살인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지난달 26일에 있었다.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는 동종 전과가 없었으나 잔혹성이 인정돼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이 내민 정황상 간접 증거에 의한 비상식적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인정된 범행
잔혹성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도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미수와 살인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유족 피해 해소도 전혀 없었고 도주하는 등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2심 재판의 쟁점은 살인이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작위) 살인 여부였다. 1심은 직접 살인이 아니라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하지 않은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봤다. 검찰은 이은해가 윤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했다며 직접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를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이은해 사이의 심리적 주종 관계 형성과 관련해 가스라이팅 요소가 있다고는 판단하지만 지배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가스라이팅이 주로 경제적인 영역서 이뤄졌을 뿐 다른 영역에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인미수나 보험사기 등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윤씨 사망 당시 가평경찰서가 혐의점을 찾지 못해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일산 서부경찰서가 재수사에 착수해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2020년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검찰의 첫 소환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고, 공개수배 끝에 지난해 4월16일 경기도 고양서 검거됐다.

이들은 윤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윤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라이팅’ 인정 안 돼…유례도 없어
원심 유지…조현수 전 연인 핵심 진술


이은해는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취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변론기일을 연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취지로 다음 기일을 잡지 않았다.

윤씨의 매부는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선량한 서민이 범죄자에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데, 가슴 아픈 일이 다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해가 보험금 소송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아직도 금전에 대한 미련이 많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이은해가 S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한 8억원의 생명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해는 조현수와 범행 이후 윤씨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S 생명보험사 측으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했다.

S 생명보험사 측은 이은해가 나이와 소득에 비해 생명보험 납입액수가 큰 점, 보험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이은해인 점 등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는 현재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도 적용받은 상태다.

국내 판례에서는 지금껏 손도 대지 않고 사람이 살해된 바 없다. 이번 선고공판서 직접살인이 인정됐다면 유례없는 판결이었을 수 있었다. 재판부가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한 것도 그 이유다. 그만큼 검찰이 직접살인을 고집한 게 재판부의 어깨를 무겁게 해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가 진행한 13번째 심리서 이은해에 대한 공소장을 바꾼 바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염두에 두라”는 재판부의 요구 때문이었다.

수차례
공소장 변경

<일요시사>가 입수한 ‘계곡 살인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19년 6월30일 가평 용소계곡서 피해자 윤씨가 계곡물에 빠진 뒤 이은해 등이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살인 계획에 따라 피해자가 물에 뛰어든 직후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은해는 위 계곡의 모래톱에 구명조끼가 3벌 있었고, 조현수에게 튜브가 있어 즉각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동행한)A씨에게 이은해는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자고 유인했다. 계곡서 약 58m 떨어진 곳에 비치된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는 방법으로 현장서 이탈시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적기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현수에 대해선 “피해자와 약 5m 거리서 튜브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튜브를 던져주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물속에 잠겼음에도 즉시 피해자가 빠진 위치 인근으로 다가가 물에 잠긴 피해자를 수색해 물 밖으로 인도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하지 않았다. 혐의는 유지하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작위적 요소와 부작위적 요소가 결합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볼 땐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에도 공소장을 변경했다.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바탕으로 범행 일시와 방법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1심서 이은해와 정모씨가 인근서 사온 복어와 부산물 등을 넣은 매운탕을 먹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진술 신빙성에 문제
수상스포츠 곧잘 즐겨

해당 공소장에는 이들은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서 미리 사둔 복어 1마리를 남겨놓고 남편에게 술을 마시도록 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윤씨가 거부하자 한 가게서 복어와 부산물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은해와 정씨는 남겨놨던 복어 및 부산물을 넣고 끓여 남편에게만 먹였다.

검찰은 이 정황이 직접살인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 내용 자체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상에도 복어를 손질받아왔고 피와 독성이 있는 부위도 구해오지 않았다. 독이 없는 복어로 매운탕을 끓인 것이지 윤씨를 죽이려 했던 게 아니다. 이은해 등의 주된 목적은 위자료 계획에 따라 윤씨가 술을 많이 먹도록 유도해 타 여자에게 실수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키맨’이자 조현수와 연인 관계였던 증인 김모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이은해의 살인이 계획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본 이후 ‘이은해가 살인을 하려 했다’고 여기게 됐다는 게 검찰 진술 내용이다.


다른 증인은 “윤씨가 빠지서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물을 무서워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윤씨가 이은해에게 ‘물에 들어가기 싫어, 물놀이 기구 안 탄다’고 말했으나 이은해가 윤씨에게 화를 내며 ‘그럼 내가 탈 것’이라고 해 윤씨가 바나나보트를 탄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윤씨가 수영을 못 한다고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진술이 됐다. 그러나 실제 윤씨는 김씨와 빠지에 자주 갔고 웨이크보드를 타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교육을 받았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심해 물에만 들어가면 경직된다는 말과 달리 수상스포츠를 곧잘 즐겼다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존재한다.

재판부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 언급
정황상 간접증거 의한 비상식 판결?

이은해 측 변호인은 “원심서부터 17회의 공판을 거치면서 정황 증거일 뿐 허구성이 존재한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밀복의 독이 있는 내장을 이용해 윤씨를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난처럼 이어진 텔레그램 내용만 있다”며 “실제로 복어를 구입했는지, 어디서 구입했는지, 복어의 독이 있는 내장은 구했는지, 그 내장으로 실제 매운탕을 끓여서 윤씨에게 먹였는지에 대해 어떠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들이 낚시터에서 윤씨를 밀어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김씨의 진술만 있었을 뿐이다. 김씨는 이은해가 윤씨를 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조현수가 물속에서 윤씨를 가라앉히려 시도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2심 판단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상고는 항소심의 판결, 즉 제2심판결에 대한 불복신청이다. 제1심판결에 대해서도 이른바 비약 상고가 인정돼 예외적으로 제1심판결에 대한 상고도 포함된다.

상고심의 관할권을 가지는 법원은 어떤 경우에도 대법원이며, 그 제기 기간은 항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7일이다. 상고도 상소의 일종이므로 당사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지만, 상고심의 주된 사명은 하급법원의 법령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한다.

상고는 최종심이므로 상고심의 재판에 대해서는 다시 상소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원은 신중을 기하는 의미서 ‘판결의 정정’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상고심도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사후심으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상고심의 절차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검찰도 직접살인을 인정받으려 상고에 임할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상고에 임한다 해도 판결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성 없는
간접 정황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2심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 대법원서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재까지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원심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정황 및 간접증거라고 해도 대법원 판단은 법률심이다. 법률에 반박할 수 있는 물증이 없다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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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