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윤석열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국내 유권자 10명 중 절반가량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윤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묻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7%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25%는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 정부였던 문재인정부보다는 긍정 평가가 높았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부정 평가가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20~50대서 20% 내외, 60대 이상에서 40% 내외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 응답자 266명의 긍정 평가 이유로는 ▲집값 안정화‧집값 하락(22%) ▲규제 완화(11%) ▲세금 인하(7%) ▲전 정부보다 낫다(5%) ▲시장 자율/시장원칙에 따름(4%) 등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472명의 부정 평가 응답자들은 ▲여전히 비싼 집값/더 내려야 한다(9%) ▲실효성‧효과 없음(8%) ▲집값 하락/폭락(7%) ▲고금리/금리인상‧부자 위한 정책(6%) ▲규제완화‧시장 불안정/변동 심함‧관심 부족/노력 미흡(5%) ▲서민 위한 정책 부족(4%) 등의 이유를 댔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부동산거래 추가 활성화에 대해선 49%가 ‘해야 한다’, 41%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의견 유보 10%). 주목할만한 부분은 국민의힘 지지층, 대통령 긍정 평가 응답자들은 ‘거래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야권 지지층에선 ‘활성화 필요’와 ‘그럴 필요 없다’ 응답이 반반으로 갈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응답 결과는 야권 성향의 지지층 사이에선 개인의 소득 상황이나 주거 형태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국내 부동산 경기는 주기적으로 침체와 활황을 반복해왔다. 2000년대 부동산 가격 상승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와 함께 막을 내렸고, 2012년에 이르러서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대두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하우스푸어의 어려움에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동정하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개인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2013년 9월 조사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4%였으나, 이듬해 대출 규제 완화 후 가계 부채가 급증하자 2016년 다시 규제 강화 기조로 바뀌었다. 여론도 2014년까지는 거래 활성화 쪽이 우세했지만, 2015년과 2016년은 찬반 엇비슷, 2017년 1월에는 추가 활성화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집값 급등은 2022년 급랭했고,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번 침체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하락 기대감도 더 크다.
현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거래 활성화를 도모할 뿐, 10년 전처럼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보다 집값은 올랐어도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졌다. 집값이나 금리가 적정선이 되길 바라며 기다리는 잠재 수요층은 두텁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에는 당시 무주택자 중 45%만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022년 11월에는 69%였다.
이번 조사에서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집이 있는 사람(유주택자)은 59%였는데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에서는 10명 중 7~8명이 집을 소유하지만, 30대에선 10명에 3~4, 20대에서는 한 명 정도가 자신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51%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고 22%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8%는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고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실제 집값은 지난해 6월, 3년 만에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섰고, 이후 11월까지는 조사할 때마다 격차가 커졌으나, 올해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하락론은 10년 내 최다 수준(60%대 후반)서 급감, 상승론은 저점(10%대 초반)서 반등했다.
문정부였던 2017년 6‧9 부동산대책을 필두로 관련 대책 발표 때마다 주요 관심 지역 집값은 일시적 침체 후 폭등·과열 현상이 반복됐다. 이 같은 양상은 집값 전망 조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2018년 9월 집값 상승 전망 50% ▲2019년 12월 55% ▲2020년 7월 초 61%로 매년 높아졌고 이후 2021년 9월까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하건 등락하지 않았다.
문정부 시절 집값 상승 전망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9년 3월(20%)이었다.
윤정부는 출범 후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지난 한 해 가파르게 상승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1~3월 3.5%서 멈춰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12월15일 사상 최고치인 4.34%에 달했고, 이후 하락해 지난달 15일 기준 3.53%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65%가 ‘잘못하고 있다’, 27%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2%는 어느 쪽도 아님, 6%는 응답을 거절했다.
긍정 평가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층(68%), 70대 이상(54%) 등에서, 부정 평가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95%), 30~50대(80% 내외) 등에서 두드러졌다. 지지 성향별 직무 긍정률은 보수층 54%, 중도층 18%, 진보층 7%으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 응답자 266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외교’ ‘노조 대응’ ‘결단력/추진력/뚝심’(이상 6%), ‘국방/안보’ ‘공정/정의/원칙’(이상 5%), ‘전 정권 극복’ ‘경제/민생’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 한다’ ‘주관/소신’(이상 4%)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 응답자 650명은 ‘외교’(28%), ‘경제/민생/물가’(10%),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9%), ‘독단적/일방적’(7%), ‘경험·자질 부족/무능함’(6%), ‘소통 미흡’(5%), ‘전반적으로 잘못한다’(4%)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대통령 직무 평가서 일본·외교 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주는 공통되게 일본 비중이 줄고 외교 관련 언급이 늘었다. 이는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6%, 국민의힘 3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9%, 정의당 4%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50대는 민주당, 20대는 무당층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69%가 국민의힘, 진보층의 68%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19%, 민주당 38%,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도 38%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ARS 무선전화 RDD(유선전화 RDD 5% 포함)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p, 응답률은 8.2%(총 통화 1만2251명 중 1002명 응답)였다(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