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웃는 이상민 장관, 왜?

질질 끌다…답정 심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탄핵 인용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앞선다. 이 장관의 위법행위와 그 중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보성향 재판관이 줄어드는 것도 부정적 변수다. 실제로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근 ‘헌재 존중’을 몸소 외친 만큼, 빠져나갈 공간도 마땅찮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소심판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론준비기일이란 변론기일에 앞서 사건 쟁점 정리, 증거·증인 채택 등을 논의하는 과정이다. 지난 2월 초 국회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약 2달 만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시작된 셈이다. 

여건 자체가…

이 장관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들 중 윤용섭 변호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리해 탄핵 재판에 나서 이긴 이력이 있다. 

이날 윤 변호사는 취재진들과 만나 “파면당할 만큼 중대한 위법이 없었다”며 “행안부 장관은 재난 대응과 관련해 최상의 총괄 조정자가 맞지만 정작 이 사건서 문제가 되는 재난 현장 긴급구조활동과 관련해선 지휘·감독권은 물론 아무런 개입·관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추는 깊이 숙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 장관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보다 기각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인용되기엔 여건 자체가 여의치 않다는 것.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청구인 측인 국회가 재판서 이 장관의 ‘중대한 법률 위배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여기에 찬성해야 파면이 결정된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의 법률 위배행위와 그 중대성까지, 사실상 ‘이중 입증’ 절차를 뚫어내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국회는 첫 번째 난관인 위법행위 입증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관련 수사를 이어왔던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서울시와 행안부 등 상급 기관에게 부실 대응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참사가 재난안전법서 규정하는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처치 책임을 지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서울시와 그 상급기관인 행안부 처벌이 어렵다는 논리다.

가결 2달 만에 탄핵심판대로…인용 비관론
‘중대한 위법’ 입증 관건…인용 난점 많아

특히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이래로 소환조사·압수수색 등을 전혀 당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 장관 처벌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사건을 이첩할 수 있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지난해 말 ‘수사불개시’ 결정을 내리며 이 장관의 부실 대응 문책은 별 소득 없이 정리됐다. 

국회로서는 사정기관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것을 넘어, 중대성까지 추가 입증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장관이 임명직 공무원인 만큼, 선출직인 대통령에 비해선 ‘중대한 법위반’ 인정의 기준선이 한층 낮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군다나 탄핵심판서 국회 측을 대표해 검사 역할(소추위원)을 맡을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 장관 탄핵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여당의 중진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는 이 장관의 죄목을 역설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역대 3번 있었던 탄핵심판(노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선례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수행해온 김 의원이 공공연하게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힌 적은 없지만, 여권 주류와 비슷한 인식을 지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김 의원이 소추 위원직을 성실히 수행할지 확신할 수 없는 배경이다.

속속 교체되고 있는 헌법재판관 명단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퇴임한 이선애 헌법재판관 대신 김형두 재판관이 취임했고, 오는 17일 이석태 재판관이 퇴임하면 정정미 재판관이 후임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 중 이석태 재판관은 임기 중 진보성향을 가진 재판관으로 분류돼왔다. 최근 검수완박 관련 권한쟁의심판 결정에서도 청구인인 국민의힘 의원·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인 등에 불리한 의견을 여럿 냈다. 반면 정 재판관은 중도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소 내에서 이 장관 탄핵에 관한 전향적 의견 개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각되면? 민주당 역풍 맞을 수도
‘헌재 존중’ 외친 나비효과 여기서?

민주당은 연일 이 장관의 참사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이 장관은) 언제까지 발뺌과 책임 회피에만 힘쓸 생각이냐”며 “일상적·비일상적인 다중밀집을 막론하고 사고 없이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번도 사상자가 난 적이 없는 핼러윈 행사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도망칠 궁리만 여전히 하는 것은 아니냐”며 “어제 헌재 변론준비절차를 지켜본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겨우 이런 꼴 보여주려고 장관 자리 지키고 있나 국민이 묻고 있다”고 맹폭했다. 

아직까지는 민주당이 공세를 퍼붓는 형국이지만, 탄핵 기각 결정이 나면 구도가 뒤집힐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정부와 여당은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명분을 들어 탄핵 역풍으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2월 “(탄핵안에 관해)소추위원으로서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도 “다만 여야가 의견이 서로 반대인 상황서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헌재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이 기각돼도 강하게 반발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민주당의 난점으로 꼽힌다. 검수완박 결정은 인정하고, 탄핵 기각 판결은 부정하면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최근 여당에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공세를 펼쳐왔다.


여당과 한 장관 등이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 결과에 불만을 드러낸 점에 관한 응수 차원이었다.

일단 재판은 초입부터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양측은 첫날부터 증인 신청을 두고 대립했다. 국회 측은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포함한 증인 8명을 신청했는데, 이 장관 측이 이를 전부 반대했다. 

기각 가능성

이 장관 측 대리인은 반대 요지로 “증인 신청은 어떤 특정한 사실관계에 대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즉 양측의 대립되는 주장 중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청구인 측 증인 신청은 사실관계 전반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보여 부당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