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이건그룹 홀로서는 장남 플랜

2막 2장 지휘봉 잡은 후계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건그룹이 완전한 2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장남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온전한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계자가 어떤 행보를 밟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승계 절차가 마침표를 찍은 만큼, 경영상 혼란이 뒤따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일, 이건그룹은 창업주인 박영주 회장이 별세했다고 알렸다. 향년 82세.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광명목재 대표이사를 거쳐 1978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이건산업을 합병하면서 오늘날 이건그룹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후 이건창호시스템 대표이사 회장, 이건자원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았으며 1993년 이건산업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다.

과거와
작별

박 회장은 국내 건자재 시장의 개척자 꼽힌다. 1972년 합판 제조기업인 이건산업을 설립, 1980년대 초 컨테이너 바닥용 특수합판을 개발해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달성하는 등 기술개발에 기여했다. 목재업계 최초로 199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이끌었다.

예술 후원에도 힘썼다.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의회’ 제7대 회장을 지냈으며, 2007~2011년 예술의전당 후원회 수석부회장, 2009~2011년 현대미술관회 회장, 2012년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예술 후원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한국메세나인상, 2015년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과 2001년에 각각 솔로몬군도, 칠레에서 최고훈장을 받았다. 2005년에는 독일 몽블랑 문화재단이 수여하는 ‘몽블랑 예술후원자상’을 받기도 했다.

창업주의 별세와 별개로 이건그룹은 경영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상태다. 박 회장이 주력 계열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인 데다, 박승준 이건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축으로 하는 오너 2세 경영체제가 뿌리내린 덕분이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박 회장의 장남이다. 1992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합판영업2팀장을 맡으며 경영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건 미국법인 법인장, 이건창호 이사, 이건리빙 상무이사를 거쳤고, 2003년 이건리빙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것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창업주 떠나고 독주체제 가동 
일치감치 준비한 승계 절차

이후 박 사장은 경영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이건에너지에서 시절 열병합발전 부문에서 매년 20%대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이건환경 대표 시절에는 특수 소재를 활용해 조경사업까지 진출하는 등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적이었다.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0년 3월을 기점으로 박 사장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당시 이건창호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박 회장을 대신하는 후임 대표이사에 박 사장을 선임했고, 같은 날 열린 이건산업 주총에서도 박 회장은 대표이사직 사임이 확정됐다. 사실상 오너 2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박 사장은 2013년 이건산업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부터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본업인 건자재업에서 업황이 나빠졌기에 신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던 시점이었다.

이후 박 사장은 10년 넘게 이건산업 대표이사, 이건창호 사내이사로 실질적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박 회장 별세를 계기로 박 사장이 이건홀딩스 사내이사 자리까지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 회장이 지분을 정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음에도 박 사장의 그룹 장악력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부터 지배구조상 정점을 박 사장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록잖은
경영환경

지난해 말 기준 박 사장은 이건홀딩스 지분 2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박 회장(13.42%), 어머니 박인자씨(1.74%), 은정씨(7.94%) 등을 포함한 오너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 총합은 52.84%다.

박 사장이 정점에 올라선 현 지배구조는 오랜 시일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건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건산업과 이건창호를 양대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띠고 있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특히 그룹의 모체격인 이건산업이 아니라, 이건창호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일치감치 부각됐다는 사실이다. 박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였던 이건산업보다 높은 곳에 오너 2세의 지분율이 높은 이건창호를 배치해야 증여 혹은 상속 과정에서 절차 간소화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너 일가는 2016년 기준 이건창호 지분 약 40%를 보유한 상태였다. 이 가운데 박 사장의 지분이 약 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박 사장의 동생인 은정씨도 이건창호 지분 9%가량을 직접 들고 있었다.

이건창호가 중심이 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2008년부터 조짐이 보였다. 당시 이건그룹은 관계사 합병을 단행했고, 그 결과 이건창호시스템과 이건인테리어, 이건산업과 이건리빙을 합병했다.

단계 밟아 올라 선 정상
본인 색깔 덧씌우기 관건

이건리빙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 이건창호는 해당 과정을 통해 이건산업에서도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한때 이건창호가 보유한 이건산업 지분은 17%에 달했다. 이는 박 사장을 정점으로 ‘이건창호→이건산업→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는 밑그림이 구체화됐음을 의미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큰 틀이 갖춰지자, 이건그룹은 2017년 4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예상대로 이건창호가 주축이 됐는데, 이건창호를 물적 분할 방식으로 이건홀딩스(지주회사)와 이건창호(사업회사)로 나누는 게 골자였다.


당시 이건그룹 측은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진 이후 이건그룹의 지배구조는 ‘박 사장→이건홀딩스→이건창호·이건산업→자회사’로 이어지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지주회사에 대한 박 사장의 장악력도 굳건해진 양상이다.

완벽한 홀로서기가 시작된 박 사장에게는 부친이 보유했던 이건홀딩스 지분 13.42%를 상속받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일단 창업주가 보유했던 지주사 주식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도 박 사장의 지분율은 33%를 넘긴다.

박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하게 되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이건홀딩스 주가(3430원)를 반영한 박 회장의 주식 가치는 104억원 수준이다. 박 사장은 부친의 지분을 모두 흡수할 계획이라면 상속세 산정 기준 적용 시 5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도 놓여 있다. 박 회장은 10여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근까지도 이건홀딩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간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분 상속
묘수는?


최근 경영 흐름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창업주라는 버팀목을 잃은 박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이건홀딩스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507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9%나 감소한 22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4.4%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목재 사업이 지난해부터 가격 하락세를 맞이하면서 수익성 부진으로 이어진 형국이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이건산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목재 사업에서 발생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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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