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최민희…보은 인사 논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특보단장
주호영 “뼛속까지 편파적·방탄 댓가”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최민희 전 의원은 방송통신 전문가라서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27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민주당 몫에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추천하자 27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뼛속부터 편파적인 인사를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심의하는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과 옹호의 댓가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하자 이 같은 입장을 냈다.

박 대변인은 “뼛속까지 편파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실력 있잖아요. 능력과 실력이 검증된 분이고 그래서 추천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한 추천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갖 정책 실패에도 장악된 방송으로 근근히 유지해오다가 정권을 잃었음에도 민주당이 계속해서 방송을 장악하고 유지해가려는 노력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과방위서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 직회부한 건을 일방 강행처리했을뿐만 아니라 이번엔 방통위 상임위원 민주당 추천 몫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하겠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언론노조 민언련 등 특정세력에 장악된 방송환경에 대해 커다란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하면 장악할수록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민주당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위원회는 인재근 의원을 위원장으로, 진성준·조승래·변재일·이해식·장경태·정필모·최우식 의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후보자 접수를 받았다.

이후 지난 20일, 서류를 통과한 ▲김성수‧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등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19대 국회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그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 7월부터 제3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바 있다. 또 2017년 7월부터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의 설명처럼 어느 부분에서 ‘실력이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단순히 ‘경력’에 포인트를 뒀더라면 오히려 민경준 전 사무총장이나 김성재 전 본부장이 상임위원 역할에 더 가깝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 이들은 민주당 몫인 만큼 민주당 출신 인사가 아니라는 핸디캡도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최 전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서 미디어특보단장으로 활동했던 만큼 측근으로 분류돼있어 ‘보은인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1년에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성공한 전태일”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노동운동 및 민주화의 상징인 전태열 열사를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대선 기간이었던 2022년 2월26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자신의 SNS에 “푸틴(러시아 대통령) 침공은 일제침략과 같다. 푸틴을 규탄한다”면서도 “그런데 구한 말 무능 부패한 왕과 조정이 일제침략을 못 막았듯 준비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준비된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자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당시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불안했던 국제정세와 맞물려 이재명 캠프에 악재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자유진영에 속한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및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칭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단장만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면서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해 2월14일에는 ‘김포 집값 2~3억원’ 발언을 옹호하려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모욕적 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최 전 의원은 “김포에 2,3억짜리 아파트가 어디에 있느냐? 여기요, 여기! 2,3억짜리 아파트 있네요”라며 3억2000만원 매물의 김포 원도심 아파트를 공개했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그는 대선후보 캠프의 특보단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국민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는데 ‘능력과 실력’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같은 해 11월8일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쟁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최민희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해야” 주장 파장). 그는 자신의 SNS에 “156명 희생자, 유족 동의를 받아 (명단을)공개해야 한다. 찝찝하다. 애도하라는데 이태원 10·29 참사에서 156명이 희생됐다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던 2021년 5월31일에는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릉 방문 때 단골 음식점 주인 및 주민들과 촬영한 언론 보도 사진을 보고 “강원도는 치외법권 지대” “강원도는 방역 안 하나” 등 지역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함께 패널로 참석했던 김현아 국민의힘 의원이 “위험한 발언인 것 같다. 꼭 강원도라서 그런가. 요즘은 말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위험한 게 아니고 사진을 꼼꼼히 보시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발언은 강원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의 최문순 전 의원이었던 터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욱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허위 사실 유포죄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 2016년 4월, 한 케이블TV 토론회서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유치를 약속받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안나들목 신설을 확인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의원은 1심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항소했지만 2018년 7월26일, 2심서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이후 202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및 신년사면 때 12월31일자로 복권됐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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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