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든 호남탑’ 딜레마

다시 영남으로 핸들 돌리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시 말뿐인 챙기기였던 모양새다. 그토록 탄탄히 쌓아온 성을 아주 쉽게 부숴버린 형국이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보수당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 발언들까지 소환되면서 호남 표심이 제대로 흔들리고 있다. 지도부가 다급하게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늦은 듯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미 불안함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내뱉은 말의 후폭풍이 거세다. 소위 전라도를 배척하려는 태도가 강해서다. 전 목사는 김 위원에게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오지 않는다. 전라도는 영원히 10%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또다시
극우로?

김 최고위원은 “불가능하고, 반대”라며 “표 얻으려고 하면 조상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답변했다.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은 이틀 만에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 보도됐고, 파장이 일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최고위원은 즉시 “죄송하다”며 SNS를 통해 사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신임 지도부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일파만파 커지자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진지한 자리가 아니지만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성일종 정책위원장 역시 당과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헌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이야기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만 지도부는 본인이 반성했기 때문에 별도의 징계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제는 김 최고위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임명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과거 인터뷰도 다시 재조명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임명에 앞서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자격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공개 석상서 다시 한번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서 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의 과거 인터뷰를 근거로 질의하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북한군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열린 한 정책 심포지엄 발표한 논문서도 5·18 헬기 사격은 허위라고 언급한 이력도 있다. 얼마 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가 일제히 삭제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교육부는 급히 해명에 나섰다. 교육과정 대강화 취지에 따라 교사의 교육 자율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5·18 단체를 중심으로 역사 지우기라는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시 명시하도록 전면 공고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과거 논란까지 다시금 떠오르는 형국이다. 이처럼 여당 지도부 핵심 인사와 윤석열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공격모드에 들어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두 인물이 5·18 정신을 훼손했고, 반국가적 발언을 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함께 끌어들였다. 두 인물과 결별하지 않으면 한 편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여파는 쉽게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지금껏 다져온 호남 기반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양새다. 즉시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히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 “김 위원의 발언은 당론이 아니며, 대통령실과 연결지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여러 단체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전국 18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망언을 규탄했다. 이날 해당 단체는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득표를 위한 공수표 공약으로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말 한마디에 호남 표심 추풍낙엽
물거품 된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

호남 정치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을 향한 사퇴 압박까지 가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시절을 거치면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터졌던 바 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이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어내지 못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깨고자,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호남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후보 시절 무려 일곱 차례나 호남권을 찾으면서 지지를 호소했던 바 있다. 오프라인 홍보물도 모두 호남에 올인해 호남 230만가구에 손편지까지 발송한 적도 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보수정당이 호남서 거둔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이른바 ‘호남 챙기기’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보수당의 새로운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 기념식은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여당 의원이 전원 참석했는데 이는 보수당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유례없던 일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민주의문을 통과한 것도 보수정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기도 했다. 기념식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덕분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했다.

분명 윤 대통령도 “42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 지켜낸 전 광주·호남 시민의 5월 항거를 기억한다”며 “5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추켜세웠다. 이 같은 행보는 여야 정치권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책적인 부문에서도 호남 챙기기는 빠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두드려왔다. 대선 기간에도 호남 정책을 제시했다. 꾸준히 힘들여온 덕에 지방선거에서도 효과를 거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승리한 후보는 없지만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였다. 

모두 다
물거품

이 덕에 호남 후보들은 선거비를 보전받을 수 있게 됐고, 보수 열풍이라는 새 기록도 세웠다. 지속적인 호남 포용 효과가 빛을 발한 셈이다. 

광주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용님 후보가 시의원에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광주서 보수정당 시의원이 탄생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수정당서 시의원이 당선된 것은 무려 27년 만이다.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민주당 후보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기존처럼 호남을 배제하려 하지 않았다. 또 보수당이 광주와 전남, 전북서 민주당에 이어 제2당으로 올라서는 쾌거도 이뤘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호남에 공들여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전 대표 체제하에서는 일찌감치 호남에 상당한 힘을 쏟아부었다. 미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호남 기조를 닦았고, 호남 공략을 위한 내실화에 이 전 대표가 힘을 보탰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선언한 뒤, 본격 지원하겠다는 노선을 깔았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흑산도까지 방문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간 호남을 찾았다. 이른바 서진정책을 펼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이 전 대표는 호남을 찾아 새벽까지 시민 한 명 한 명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윤리위 징계를 받은 뒤 장외 여론전을 펼칠 때도 호남은 이 전 대표가 빠짐없이 찾았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무등산을 등반하고 진도, 광주, 순천 등 호남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이 전 대표의 호남 방문으로 호남 당원도 크게 증가한 측면이 있다. 이번 3·8 전당대회서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호남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졌다. 

없어진
공략점


현장서 준비한 800석의 좌석보다 2배 가까운 1500명의 당원이 몰리는 등 말 그대로 대성황을 이뤘다. 호남서 달라진 보수정당의 위상을 한껏 보여줬던 셈이다. 호남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고, 국민의힘을 돕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고 연설했던 바 있다. 

그는 “다른 지역서 노력하는 것에 100배, 1000배 노력을 기울여야 비슷한 결과가 온다”며 “한 표를 주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의 망언 논란은 지금껏 쌓아올린 포인트를 한 번에 무너뜨린 측면이 있다. 

이번 3·8 전대를 통해 새로 꾸려진 지도부서 호남 세력은 찾을 수 없다.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민영삼 홍보본부장이 전라도 출신이긴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민 본부장은 스스로를 호남의 강을 건너온 귀순용사라고 밝혔다.

최고위원들 중에서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호남 출신으로 정계 입문 당시 보수당으로 발을 들였다. 호남의 딸이라며 외연 확장에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혼자서는 호남 표심을 다지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호남을 제외하더라도 영남 지역의 인구가 더 많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에만 호남 출신 유권자가 34%를 넘어섰다. 국민의힘이 자꾸 호남을 배척하는 그림을 연출한다면 차기 총선서 수도권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힘들어진 외연 확장
이대로라면 총선 망가질 판

그나마 있던 호남 표심이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지도부는 급하게 전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라는 해결책을 내놨다. 전주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다시 한번 5월에 개최될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 참석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번 전주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 민심을 가늠할 시험대다. 이번에 득표율 15%를 넘기지 못하면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외연 확장에도 빨간불이 함께 켜질 수 있다. 양당의 지지율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상황서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대선도 외연 확장으로 선거전략을 꾸려온 마당에 그마나 끌어온 호남을 잃는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여당과 정부가 점차 우클릭 중이라는 것은 정치권 안팎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윤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요 부처 등에도 호남 인사가 극소수란 점으로 대통령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호남 표심을 다져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악재 속에서 호남 민심이 점차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호남과의 연결통로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사업이 진척되고 있긴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모습보다는 공약 이행 차원이나 특별법을 발의해 진전시킨 사례가 많다. 기대를 모았던 광주 최초의 복합 쇼핑몰, 고속철도 등의 대선공약 사업도 예산에서 줄줄이 누락됐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광주서 무릎을 꿇기까지 했던 이유는 보수당에 대한 호남의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고,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재 뿌린
중앙당

두 인사의 망언을 두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호남서 뛰는 사람이 백날, 천날 뛰어도 중앙에서 재를 뿌린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총선 패배 트라우마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모양새다.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같은 이유로 패배할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번 3·8 전대처럼)당원으로만 총선을 치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든 탑을 한꺼번에 부셔버렸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도 전광훈 찬양?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발언과 함께 김기현 당 대표의 과거 발언도 함께 주목받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극우로 평가되는 전광훈 목사를 과거 메시아라고 칭했던 점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당시 울산시장이었다.

과거 전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서 “패악한 (문재인)정권, 독재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전광훈 목사”라고 했던 과거 이력 때문이다.

이런 탓에 당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총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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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