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의 시대’ 국힘 지도부 막전막후

날개 단 용산 ‘더 세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그 어느 전당대회보다 치열했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외부적으로 흥행엔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임 지도부 견제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용산(대통령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지도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감지된다. 과연 이 같은 우려 속에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새 지도부를 잘 이끌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투표율도 55.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득표율은 지난 4~5일 모바일 투표와 지난 6~7일까지의 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조직적인 동원 표와 분노 표가 정면으로 부딪쳐 투표한 결과다. 

친윤 점령
비윤 전멸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첫 전당대회였던 만큼 주목도 역시 높았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를 친윤(친 윤석열)이 이끌지, 비윤(비 윤석열)이 이끌지도 초미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결과는 친윤 그룹인 김기현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김 대표에게는 과반 당선 여부가 상당히 중요했다.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는 것 자체가 친윤에게는 상당한 위기감을 초래할 수 있었던 탓이다. 

투표 결과 김 대표는 득표수 24만4163표(52.93%)를 얻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겼다. 안철수 의원 23.37%,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14.98%, 황교안 전 국무총리 8.72%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정가에선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김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터져 나왔고, 비윤계가 결집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전당대회 자리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당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며 비윤 등 당내 타 계파에 대한 입단속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찾은 것은 7년 만이다.

이제 막 당선된 지 1년이 돼가는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의힘 장악을 위해선 친윤 그룹의 승리가 필수였다.

사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별다른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한 시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띄우고 난 이후부터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후보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인물들도 친윤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개표 결과 김재원 후보가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 순으로, 청년 최고위원엔 장예찬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친박(친 박근혜)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전 지도부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으나 이번에 재입성에 성공했다.

막 오른 당·정 친정 체제
사무총장·원내대표도 관심


김병민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꾸준히 종편 등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면서 조곤조곤한 말투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왔다. 조 위원 역시 지난 대선서 공보단장을 맡아 친윤계로 분류된다.

태 최고의원은 이번에 당선된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지역구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지역구는 수도권서 유난히 보수세가 강한 강남구갑이라는 것이다. 비록 조 최고위원과 김병민 최고위원이 서울의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나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마냥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 

최고위원들 역시 모두 친윤계로 채워져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층 더 장악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 역시 다시 한번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프레임의 승리로 귀결된다. 즉, 김 대표의 인물과 비전을 보고 뽑은 게 아닌, 윤 대통령을 보고 찍은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제 막 1년 된 대통령을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구도 자체가 김 대표를 찍도록 이뤄진 셈이다.

앞서 정가에선 김 대표의 당선 이후로 우려스러운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던 바 있다.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긴 했지만, 반대로 과반에 가까운 나머지 세력과의 규합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록 비윤, 반윤핵관 세력이 전당대회서 전멸을 당하긴 했지만, 이들 세력에게는 민심이라는 무기가 있어서다. 민심 세력까지 지지율을 확대해본다면 친윤 지지 세력은 비윤에 다소 밀린다. 

당장 김 대표는 당내 분란은 물론이고, 민심을 끌어들어야 하는 확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가에선 김 대표가 중도층 민심을 잘 포섭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중도층을 움직인 쪽이 정권을 가져왔다. 차기 총선서 김 대표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총선 승리
필수 과제

공교롭게도 반드시 총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김 대표의 지역구는 수도권이 아닌 울산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 출신”이라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공천도 문제다. 앞서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으나 실제 실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그는 토론회 당시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공천을 상의하겠다”고 발언했던 바 있다. 결국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성 논란을 해소시킬 묘안 마련도 주요 과제다.

서로 불신이 쌓일대로 쌓인 친윤계가 비윤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 대표가 “연포탕을 끓일 시점”이라며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는 당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지도부에서 뽑는다. 지도부가 친윤계를 전면 배치시킨다면 비윤계의 불만과 내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13일, 차기 사무총장에 윤핵관 인사인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부총장으로 당내 사정에 밝은 그는 신임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기엔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반면, 사무총장 임명부터 비윤계의 극심한 반발이 표출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타협이나 배려의 정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욱 당의 그립을 잡으려는 액션이 강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공천에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공천 문제로 인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의 약속처럼 당직 인선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책)을 끓이긴 어렵다.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과 의중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이 같은 연유로 다수의 임명직 역시 친윤계 인물들을 전면 배치할 것으로 분석된다. 

발목 잡는
윤핵관들

문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이다. 이들이 대놓고 반기를 들 경우, 당은 안정화보다는 분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을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당분간 큰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김 대표가 당선된 이상 김기현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섭보다는 일정 부분 협조해야 김 대표가 말하는 탕평책도 가능하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 전 대표는 필요한 존재다. 이 전 대표 세력이 없으면 보수 우파가 힘들지만, 보수 우파의 주류 세력이 이 전 대표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그 역시 주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주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신임 지도부는 벌써부터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함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차기 원내대표 역시 어떤 인물이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달 말경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서 “흩어지면 죽는다”며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비대위 체제서 당내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당내에선 장제원 출마설 등 여러 인물들이 거론된다. 앞서 장 의원은 사무총장에 유력한 인사로 거론됐으나 지난달 2일, 임명직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바 있다.

그러자 최근 선출직인 원내대표에 출마설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 세력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만큼 이번에도 후방에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핵관의 재등장은 김 대표의 발목 잡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민심 끌어안을 방법 고민 필요
땅 투기 리스크 최대 약점으로

윤핵관 세력과 자칫 어긋난 메시지를 선보이면, 친윤 그룹끼리의 분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

4선의 김학용 의원과 3선의 박대출 의원, 3선의 윤재옥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 중 친윤 그룹에 가장 잘 맞는 인물로는 윤 의원이 거론된다. 그는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내서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의 지역구 역시 보수 텃밭인 대구다. 당 대표 지역구가 수도권이 아닌 마당에 원내대표마저 비수도권 인사로 채워질 경우 차기 총선서 민주당과의 경쟁 구도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 대표의 울산 땅 특혜 의혹은 총선 시점에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의혹은 말 그대로 김 대표에게 있어 아킬레스건이다.

해당 의혹은 김 대표가 울산시장 시절 김모씨가 주도한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 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구수리 임야를 1998년 김 대표에게 팔았던 인물로 당시 김 대표는 “교회 지인”이라며 “정치를 그만두면 소일거리 겸 선산을 만드려는 의도였다. 어려운 교우를 도와주려는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의혹들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해당 의혹에 대해 안 의원과 황 전 총리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울산 땅 투기 관련 의혹은 지금도 하나둘씩 터져 나온다. 이 같은 의혹들은 여야의 대치 국면 상황을 한층 더 가열시키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선 기간 동안 화두였던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면서 괴로워하고 있고, 친명과 비명이 갈라져 싸우는 상황이다.

결국 김 대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해당 의혹을 해명하느라 여러 차례 진땀을 뺐다. 앞으로는 당내가 아닌, 야당의 공격 빌미를 제공할 거리로 충분하다. 

안철수?
이준석?

이미 민주당은 김 대표 당선 이전부터 ‘김기현 울산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까지 띄우는 등 화력을 모으고 있다. TF 위원장엔 악연 중 악연으로 불리는 황운하 의원이 자리했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투기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가운데, 최근엔 거짓 해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건 김 대표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선 부분에서 탕평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용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일단 상징적인 이미지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의 분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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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