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의 시대’ 국힘 지도부 막전막후

날개 단 용산 ‘더 세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그 어느 전당대회보다 치열했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외부적으로 흥행엔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임 지도부 견제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용산(대통령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지도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감지된다. 과연 이 같은 우려 속에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새 지도부를 잘 이끌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투표율도 55.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득표율은 지난 4~5일 모바일 투표와 지난 6~7일까지의 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조직적인 동원 표와 분노 표가 정면으로 부딪쳐 투표한 결과다. 

친윤 점령
비윤 전멸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첫 전당대회였던 만큼 주목도 역시 높았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를 친윤(친 윤석열)이 이끌지, 비윤(비 윤석열)이 이끌지도 초미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결과는 친윤 그룹인 김기현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김 대표에게는 과반 당선 여부가 상당히 중요했다.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는 것 자체가 친윤에게는 상당한 위기감을 초래할 수 있었던 탓이다. 

투표 결과 김 대표는 득표수 24만4163표(52.93%)를 얻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겼다. 안철수 의원 23.37%,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14.98%, 황교안 전 국무총리 8.72%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정가에선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김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터져 나왔고, 비윤계가 결집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전당대회 자리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당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며 비윤 등 당내 타 계파에 대한 입단속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찾은 것은 7년 만이다.

이제 막 당선된 지 1년이 돼가는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의힘 장악을 위해선 친윤 그룹의 승리가 필수였다.

사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별다른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한 시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띄우고 난 이후부터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후보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인물들도 친윤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개표 결과 김재원 후보가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 순으로, 청년 최고위원엔 장예찬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친박(친 박근혜)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전 지도부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으나 이번에 재입성에 성공했다.

막 오른 당·정 친정 체제
사무총장·원내대표도 관심


김병민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꾸준히 종편 등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면서 조곤조곤한 말투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왔다. 조 위원 역시 지난 대선서 공보단장을 맡아 친윤계로 분류된다.

태 최고의원은 이번에 당선된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지역구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지역구는 수도권서 유난히 보수세가 강한 강남구갑이라는 것이다. 비록 조 최고위원과 김병민 최고위원이 서울의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나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마냥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 

최고위원들 역시 모두 친윤계로 채워져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층 더 장악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 역시 다시 한번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프레임의 승리로 귀결된다. 즉, 김 대표의 인물과 비전을 보고 뽑은 게 아닌, 윤 대통령을 보고 찍은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제 막 1년 된 대통령을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구도 자체가 김 대표를 찍도록 이뤄진 셈이다.

앞서 정가에선 김 대표의 당선 이후로 우려스러운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던 바 있다.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긴 했지만, 반대로 과반에 가까운 나머지 세력과의 규합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록 비윤, 반윤핵관 세력이 전당대회서 전멸을 당하긴 했지만, 이들 세력에게는 민심이라는 무기가 있어서다. 민심 세력까지 지지율을 확대해본다면 친윤 지지 세력은 비윤에 다소 밀린다. 

당장 김 대표는 당내 분란은 물론이고, 민심을 끌어들어야 하는 확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가에선 김 대표가 중도층 민심을 잘 포섭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중도층을 움직인 쪽이 정권을 가져왔다. 차기 총선서 김 대표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총선 승리
필수 과제

공교롭게도 반드시 총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김 대표의 지역구는 수도권이 아닌 울산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 출신”이라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공천도 문제다. 앞서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으나 실제 실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그는 토론회 당시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공천을 상의하겠다”고 발언했던 바 있다. 결국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성 논란을 해소시킬 묘안 마련도 주요 과제다.

서로 불신이 쌓일대로 쌓인 친윤계가 비윤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 대표가 “연포탕을 끓일 시점”이라며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는 당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지도부에서 뽑는다. 지도부가 친윤계를 전면 배치시킨다면 비윤계의 불만과 내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13일, 차기 사무총장에 윤핵관 인사인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부총장으로 당내 사정에 밝은 그는 신임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기엔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반면, 사무총장 임명부터 비윤계의 극심한 반발이 표출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타협이나 배려의 정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욱 당의 그립을 잡으려는 액션이 강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공천에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공천 문제로 인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의 약속처럼 당직 인선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책)을 끓이긴 어렵다.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과 의중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이 같은 연유로 다수의 임명직 역시 친윤계 인물들을 전면 배치할 것으로 분석된다. 

발목 잡는
윤핵관들

문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이다. 이들이 대놓고 반기를 들 경우, 당은 안정화보다는 분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을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당분간 큰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김 대표가 당선된 이상 김기현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섭보다는 일정 부분 협조해야 김 대표가 말하는 탕평책도 가능하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 전 대표는 필요한 존재다. 이 전 대표 세력이 없으면 보수 우파가 힘들지만, 보수 우파의 주류 세력이 이 전 대표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그 역시 주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주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신임 지도부는 벌써부터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함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차기 원내대표 역시 어떤 인물이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달 말경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서 “흩어지면 죽는다”며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비대위 체제서 당내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당내에선 장제원 출마설 등 여러 인물들이 거론된다. 앞서 장 의원은 사무총장에 유력한 인사로 거론됐으나 지난달 2일, 임명직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바 있다.

그러자 최근 선출직인 원내대표에 출마설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 세력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만큼 이번에도 후방에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핵관의 재등장은 김 대표의 발목 잡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민심 끌어안을 방법 고민 필요
땅 투기 리스크 최대 약점으로

윤핵관 세력과 자칫 어긋난 메시지를 선보이면, 친윤 그룹끼리의 분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

4선의 김학용 의원과 3선의 박대출 의원, 3선의 윤재옥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 중 친윤 그룹에 가장 잘 맞는 인물로는 윤 의원이 거론된다. 그는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내서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의 지역구 역시 보수 텃밭인 대구다. 당 대표 지역구가 수도권이 아닌 마당에 원내대표마저 비수도권 인사로 채워질 경우 차기 총선서 민주당과의 경쟁 구도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 대표의 울산 땅 특혜 의혹은 총선 시점에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의혹은 말 그대로 김 대표에게 있어 아킬레스건이다.

해당 의혹은 김 대표가 울산시장 시절 김모씨가 주도한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 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구수리 임야를 1998년 김 대표에게 팔았던 인물로 당시 김 대표는 “교회 지인”이라며 “정치를 그만두면 소일거리 겸 선산을 만드려는 의도였다. 어려운 교우를 도와주려는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의혹들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해당 의혹에 대해 안 의원과 황 전 총리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울산 땅 투기 관련 의혹은 지금도 하나둘씩 터져 나온다. 이 같은 의혹들은 여야의 대치 국면 상황을 한층 더 가열시키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선 기간 동안 화두였던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면서 괴로워하고 있고, 친명과 비명이 갈라져 싸우는 상황이다.

결국 김 대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해당 의혹을 해명하느라 여러 차례 진땀을 뺐다. 앞으로는 당내가 아닌, 야당의 공격 빌미를 제공할 거리로 충분하다. 

안철수?
이준석?

이미 민주당은 김 대표 당선 이전부터 ‘김기현 울산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까지 띄우는 등 화력을 모으고 있다. TF 위원장엔 악연 중 악연으로 불리는 황운하 의원이 자리했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투기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가운데, 최근엔 거짓 해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건 김 대표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선 부분에서 탕평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용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일단 상징적인 이미지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의 분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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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