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역습 세 번의 기회

체포 가결? 원내대표? 총선 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비명계 의원 약 30명가량이 가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친명계는 집단 반발했고, 비명계는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이제 친명과 비명 간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태세다. 비명계가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전쟁을 시작할까?

지난달 27일 국회 밖에선 많은 이들이 집결했고, 국회 안에선 보다 많은 민주당 의원실 직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이날 국회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앞에 집결한 사람들은 “이재명 수호”를 외쳐댔고, 표결을 앞둔 의원들은 서로 교감하며 표를 어디다 던질지 고심하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

검찰은 같은 달 16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국회법에 따라 21일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요구서를 제출받으면 국회는 바로 다음에 있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따라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출받은 뒤 처음 개회됐던 이날, 본회의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검찰이 현직 야당 대표를 구속수사하겠다고 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민주당 의원들도 처음 있는 일에 매우 당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소통하며 물밑에서 투표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조율하는가 하면, 의원총회서 공개적으로 표를 몰자는 등 투표 전 의견 수렴에 총력을 기울였다.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일 <일요시사>와 민난 자리에서 “오늘 아침부터 (동료 의원들과의)자리만 세군데 잡혀 있다”며 “아마도 오늘 있을 투표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려고 만든 자리 같다. 보좌관끼리도 소통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같은 달 21일, 국회 비공개 의원총회서 “이번에는 무조건 부결시켜야 된다”면서 그동안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강하게 내놨다. 친문(친 문재인)계 좌장으로 꼽히는 설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 비판에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그런 설 의원이 강하게 이 대표를 지키자고 제안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민주당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의총서 설 의원은 “오늘 이 대표와 점심을 먹었는데, (체포 동의안 투표를)부결하고 나면 모종의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사실상의 ‘딜’이 있었다고 자인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의도 관계자 대부분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부결’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의원실 관계자들은 모두 160표 이상의 부결을 예상했고, 이 같은 예상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를 가리지 않았다.

투표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고, 민주당도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당 내부에서는 이미 당론으로 정해진 것과 다를 게 없었다.

30명 이탈 “조직적 친명에 시그널”
이번엔 ‘공포탄’ 다음은 ‘실탄’ 장전?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연히 압도적인 부결표를 예상한다”며 “사실 투표전에 의원들끼리, 또 의원실끼리 많은 교감을 주고받았다. 대부분 ‘부결’쪽으로 의견이 쏠리고 있으며, 이탈표는 미미한 수준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전화를 돌렸던 비명계 측도 대부분 같은 의견을 전했으며, 이탈표에 대한 걱정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이 같은 ‘단일대오’ 기류에 먹구름이 낀 건 같은 달 23일부터였다. 기자간담회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불구속 기소됐을 때 당헌 80조 예외조항 적용 여부를 묻는 사회자 질문에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것은 개인 비리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적 제거 수사라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중지, 당원들의 중지가 모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당헌 80조는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사회자는 이 대표에게 기소가 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냐‘고 물은 것과 다를 게 없었고, 이 대표는 ’내려놓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 대표는 같은 달 초 다수의 비명계 의원들과 1대1 면담을 가졌다. 그는 비명계의 대표격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가량 그들과 시간을 보냈다.

상황을 모두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그 자리(비명계 의원들과의 독대)서 이 대표가 비명계에게 체포동의안 부결과 대표직 사퇴에 관힌 ’딜‘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러면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체포동의안은 같은 달 27일 투표에 부쳐졌고, 표결 결과 총투표수 297표 중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 처리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이날 가결에 필요했던 찬성표는 149표로, 불과 10표가 모자랐다.

만일 무효 처리된 11표가 가결 쪽으로 갔다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그대로 법원으로 넘어갔을 상황이었던 것이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사태를 파악 중”이라며 “익명 투표인만큼 누가 어떤 표를 던졌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짐작가는 사람이 몇 있다”고 전했다.

진의는
나가라?

일부 언론에서 추산한 민주당 이탈표는 31표 이상으로, 정계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이탈표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만 나올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10표 단위면 일부 의원의 소신표로 평가했겠지만 30표 이상이 나온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며 “이 정도면 그낭 (이 대표에게)나가라고 신호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의 명단이 떠돌고 있으며, <일요시사>가 받은 명단에도 30명 이상의 비명계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 대표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고, 친명계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은 당장 다음에 있을 두 번째 체포동의안 처리에서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장 실질 청구심사를 법원으로 넘기는 데 실패한 검찰은 다음 영장은 꼭 받아낼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혐의는 대장동·의례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 등 두 가지였다.

아직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세 가지의 의혹을 더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선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고,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사건, 그리고 성남지청은 성남시 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검찰이 몇 가지 사건을 묶어 영장심사를 한 번에 청구할지, 혹은 개별적으로 여러 차례 청구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한 번 더 영장청구가 있을 것이란 것이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들은 다음의 청구심사가 현재 당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나온 대거 이탈표의 의미는 ’경고사격‘ 정도 된다”며 “경고했는데도 이 대표가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 공포탄은 없다. 바로 실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한 번 더 이뤄지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또한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비명계의 실탄이 이 대표에게 박히게 될 경우, 이 대표의 구속수사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비명계로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가 손에 들어오는 셈이다.

다음 달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 또한 좋은 역습 타이밍이다. 지난해 3월 선거로 뽑혔던 친명계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말까지다. 박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치면 민주당은 공석이 된 민주당 원내대표 자리를 채워야 한다.

대부분
비명계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예정대로 5월에 치를 예정이었으나 지도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의식한 듯, 내달(4월)로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헤게모니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한 달 뒤로 다가온 셈이다.

민주당은 본래 원내대표를 ’콘클라베(conclave) 방식‘으로 뽑는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차용한 것인데, 이 선거의 특징은 선거 전에 후보군을 미리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가 시작되면 민주당 의원 전원은 집합 후 회합을 열어 본인이 원하는 ’아무 의원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후보군이 없는 만큼 사전에 선거운동도 전개되지 못한다. 원내대표 선거는 구조적으로 투표 전 사전 교감을 통해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 그 집단을 누가,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돋보기가 된다.

선거 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하마평도 이를 미리 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후보군으로 들은 인물은 7명가량으로 지난해 박 원내대표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박광온 의원, 또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관석·이원욱·전해철·홍익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전통강호인 김두관 의원, 지난 전당대회서 준비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 등이 있다. 

이 중 비명계의 색이 가장 강한 박광온·이원욱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며 안규백·윤관석·김두권 의원도 진지하게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하마평에 올라온 인물 대부분이 비명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후보군 중 범친명계가 미는 인물은 홍익표 의원 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은 당초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가장 강하게 해오고 있는 인물로, 이번 원내대표 선거전에서 가장 앞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체포동의안 투표, 최소 한 차례는 더 남아
원내대표 선거, 총선 룰서 실력 대결 예상

비명계 일색의 후보군 하마평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홍 의원 정도가 친명계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모두 비명계 혹은 중립지대에 있는 인물들”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후보가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에서 나왔다. 이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친명계 일색인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는 고민정 최고위원만이 비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 대표로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큰 의미를 안 둘지도 모르겠지만, 비명계는 지도부의 한 자리라도 더 늘리려 노력하는 모양새다.

세 번째 타이밍은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뒤인 9월이다. 민주당은 보통 총선 180일 전에는 공천 시스템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계파마다 본인 진영에 유리한 공천 시스템을 도입하려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공천관리위원회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인데, 2024년 예정된 22대 총선서 공천을 받으려면 본인 진영의 입장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충분히 어필해야만 한다.

지난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확고히한 것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며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지만, 아직 불안정한 시스템이라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아무리 촘촘한 시스템이라도 당헌·당규와 공천 심사의 룰 대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한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밝힌 기준보다는 당내 파워게임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바 있다. 따라서, 각 진영은 공천 시스템을 정할 때쯤이면 본인의 영향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유리한 진영을 구축하려 힘쓴다.

비명계가 신흥세력인 친명계의 득세를 잠재우려면 기존에 있던 룰을 최대한 수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업적을 쌓아온 의원들이 공천을 받으려면 기존 룰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표가 주장한 ’당원 평가‘에 따른 공천 컷오프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친명계는 최대한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야만 다음 총선에서 득세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20일 총선 공천룰에 후보의 SNS 실적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가 비명계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서 “정치인의 잠재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데, 접촉면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리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게 SNS”라며 “이런 걸 중요한 평가요소로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실력 중심으로 공천하자”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7일에는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현역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과 당직자에 대한 ‘당원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안들이 모두 실행될 경우, 이번에 민주당에 대거 합류한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의 영향력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길에 참여하고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권을 강화하면 그만큼 장점이 있겠지만, 단점이 훨신 크다”며 “특정 진영에 과도하게 유리하고, 후보를 찍어 누르는데 용이한 구조라면 진짜 경쟁력 있는 후보는 계파색을 띠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한번
타이밍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 원내대표 선거, 공천 시스템 확정 시기까지 총선 전에 비명계에겐 세 번의 역습 타이밍이 온다. 이때 한 번이라도 승리한다면 비명계는 잃었던 당내 헤게모니를 되찾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대로 쭉 친명계 일색으로 다음 총선을 치를지, 혹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할지 민주당원들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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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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