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또 다른 뇌관

‘수사 무마 의혹’ 1년째 뭉개는 공수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고발-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 제기-검찰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벌써 1년 가까이 이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일어난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2018년 고발
5년 걸렸다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이들이 차례로 구속기소되면서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고 TV 토론회 등에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첫 고발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이 대표의 첫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본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데

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시유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 뇌물을 받았는데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놓고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권에 공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러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서 파생된 또 다른 의혹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바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하 수사 무마 의혹)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한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 의혹을 두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해 6월 장영하 변호사(당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특가법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이 성남FC에 160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항의성 사직
제자리걸음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에 고발된 사건은 2021년 9월에 이르러서야 ‘불송치’라는 첫 결과가 나왔다.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2021년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재수사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지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할 무렵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 실무를 맡았다. 이후 2021년 7월 성남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검찰 내 요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말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전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항의성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 

수사 무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친정부 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된 터라 파장이 컸다. 한 시민단체는 박 전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결국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불송치로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 선의 수사는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능력 없나
봐주기인가

그다음부터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 등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의료용 부지 용도변경 허가, 네이버는 정자동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은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특혜 등을 성남FC 후원금과 맞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 사건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곁가지로 튄 불똥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장영하 변호사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지청 수사과는 2021년 6~7월경 박하영 전 차장검사의 전결로 네이버가 40억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낸 과정을 수사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박 전 지청장과 통화하면서 FIU 금융자료 요청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당시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적했고 성남지청도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등 고발만 3건
“진행 중이고 검토 중” 답변만

해당 조치가 일선 청에 대한 검찰총장의 당연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압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의 해명처럼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사항 이외의 금융정보 제공 요청이 포함돼 부당하다면 대검서 FIU에 요청할 때 그 부당한 부분을 제외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해 처벌해야 할 총 책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범죄 수사를 방해했다”고 명시했다. 

박 전 지청장은 박하영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의 보완수사 혹은 직접수사 요구 건의를 사실상 거절해 정당한 수사요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극심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는 “김 전 총장과 박 전 지청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하거나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 직무에 있으면서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의 고발 건 외에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총장, 박 전 지청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에서는 사건을 입건해 배당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존재 이유
불거지나

박 전 지청장은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지난 2일에는 박 전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진행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감찰 사건 공수처로

한변, 이성윤·박은정 고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들고 있는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관련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 전 지청장(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각하→항고→재기수사→이첩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을 절차에 어긋나게 감찰했다면서 이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전 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 조사 이후 2021년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하고 서울고검이 지난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박 전 지청장 등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윤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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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