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대 이상한 사직 거부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14 06:00:00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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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허공에 뜬 ‘사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1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에는 ‘팀장과 과장은 나에게 주말 근무 및 연장근로를 강요했고, 연차 유급 휴가 사용에 대한 비난과 절차적 방해, 퇴사 강요, 교육 참석 방해, 업무와 관련 없는 폭언 등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적혀 있다. A씨가 제출한 사직서는 4개월째 수리가 거부된 상황이다.

2021년 11월19일에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 그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등이 명시돼있다.

괴롭힘
시작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부르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지만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0건 중 8건은 반려되거나 신고자가 신고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6일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서 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 현황을 공개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될 때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2만424건이다. 이 중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344건이었고, 신고자가 취하한 사건은 7924건이었다. 

5명 미만 사업장이거나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라 개정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거나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타’로 분류한 경우는 9226건이 차지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인해 사업장에 공문을 보내 개선지도 처분을 한 사건은 2624건이었고, 처리 중인 사건은 306건이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84%는 취하되거나 반려됐다. 노동청에 괴롭힘을 신고한 10명 중 8명 이상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립 금오공과대학교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A씨와 B씨는 지난해 국립 금오공과대학교에 3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B씨는 지난해 6월에 입사했다.

이 둘의 채용 직위는 연구원이다. 연구원은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수료자, 채용 예정 직무 분야와 관련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이상 해당 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지원할 수 있었다. A씨와 B씨는 과학 교육학 전공 박사 수료자로 교육 과정과 교육 품질 연구 분야를 지원했다.

초과 근무 강요, 연가 사용 반려 등
입사 7개월 괴롭힘 끝에 퇴사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은 사소한 소통 문제로 시작됐다. A씨가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 같은 부서로 A씨의 상사가 입사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A씨 상사는 A씨에게 업무를 지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본부장이 A씨의 상사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상사가 그 업무를 다시 A씨에게 지시하는 시스템이다.  

A씨는 “본부장과 같이 진행되는 회의에 들어가 나에게 왜 업무를 지시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상사가 중간에서 나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상사가 계속 업무지시를 하지 않아서, 결국 나중에는 본부장한테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다. 그때부터 상사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설명과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초과 근무 강요 ▲연가 사용 반려 ▲연가 사용 늦게 승인 ▲일일 업무보고 강요(연구원 업무 시스템 고려하지 않음) ▲같은 팀원끼리 업무보고 ▲다른 부서로 이동 권유 ▲이메일 보고 무시 ▲교내 교육 참석 막음 ▲화장실 못 가게 함 ▲업무보고를 타 부서 사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함 ▲갑작스러운 회의 시간 변경 ▲폭언 등이 있었다.

A씨의 상사는 공개 장소서 A씨에게 “기본적으로 물리교육이나 과학교육은 교육학이 아니다. 교육학 분야와는 다르게 판단한다. 내 태도에 불만이 있다고 하면 같이 일하기 힘든 문제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지시를 부탁하는 A, B씨에게 ‘업무지시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하셨는데, 대강 이 정도 주제를 던져주면 스스로 할 일을 만들어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두 분 다 박사 수료까지 했는데, 내가 두 분을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 일을 하나하나 적어줘야 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고용주라면 지금 상황이 ‘고용을 제대로 한 건가’라고 고민할 상황이다. 충분한 해고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침묵을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는 이야기 목적으로 들린다” 등의 말을 이어갔다.

6월에 입사한 B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다. 서류 하나로도 계속 지적했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못 가게 했다. 또 연구직은 업무 특성상 일일 업무보고를 하는 곳이 거의 없는데 비슷하게 입사한 사람에게 업무보고를 하도록 시켰다”며 “업무보고가 아니라 감시를 받는 것처럼 느꼈다. 특히 공개적인 자리서 ‘학부생 수준처럼 일을 못 한다’며 늘 입에 달고 살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소한
문제로…

결국 A씨와 B씨는 적응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질환을 얻었다. 진단서에는 ‘상기 환자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불안, 불면, 공황장애 및 예기불안 등의 증상으로 상기 초진일 이후 상기병 진단하에 약물 및 면담 치료 중이다. 현재까지 상기 증상의 뚜렷한 호전은 없는 상태로, 향후 증상 악화 방지를 위해 4주간의 안정 가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이 시기에 B씨는 임신을 했다. 그의 당초 계획은 금오공과대학교 업무에 적응하면 미뤄뒀던 박사 논문을 쓸 예정이었고, 임신을 하더라도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임신한 상황에서 공황장애 약을 복용할 수 없으니 육아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유급휴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유급휴가를 신청한 서류를 A, B씨 외 현 팀원 4명과 타 팀원 2명이 열어봤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위 법을 근거로, A씨와 B씨는 ‘유급휴가 신청’을 타 부서 사람이 본 것 자체로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에 대해 노동 전문가, 변호사, 노무사 등 150여명의 민간 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를 다른 팀에 공람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고 규정해, 이를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 참여자에 의해 관련 문서가 공개된 것이라면 노동청에 신고해 대응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퇴사했는데…
“출근 안 해?”

결국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사직서에 ‘고용노동부를 통해 지난해 8월9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학교는 불공정한 심의위원 선정과 갑작스러운 통보 및 의뢰인을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근무지 이동을 명하는 등 절차의 정당성과 형평성 없이 가해자에게 유리하도록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고 이후에도 나의 업무 결재자는 여전히 가해자였다. 최소한 신고자와 가해자를 분리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학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내 병가 기간을 부당하게 단축했고, 복직 시 가해자와 밀접하게 근무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을 유지했다. 특히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휴직을 신청했으나 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불가피하게 사직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해당 사직서는 당일 결제가 완료됐다.


금오공과대학교는 직원이 퇴직일자를 명시한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리됐을 경우, 그날을 퇴사일로 결정한다. A씨는 당일 사직서 결재가 완료됐기 때문에 그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퇴사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상사를 만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당한 일이 생겼다. A씨의 사직서가 일주일 만에 반려된 것이다. 그때부터 A씨는 학교서 오는 독촉 문자, 등기를 받아야 했다. 

학교는 A씨에게 “귀하는 현재 학교 측의 정당한 출근 명령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지난해 10월19일부터 지속해 결근하고 있다. 이에, 금오공과대학교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따라 즉시 출근해 근무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만약 11월25일까지 출근을 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음을 안내를 드린다”고 보냈다.

학교의 요청에도 A씨가 출근을 하지 않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문자가 계속 날아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교는 A씨에게 ‘보험료 개인부담금(2022년 11월, 12월분) 납부를 다음과 같이 요청하니 기한 내에 입금해주기 바란다’며 밀린 4대보험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 측은 ▲2022. 11월분 건강보험 12만7830원 ▲국민연금 14만5710원 ▲고용보험 2만9320원으로 합계 30만2860원 ▲2022. 12월분 건강보험 12만7830원 ▲국민연금 14만5710원 ▲고용보험 2만9320원으로 합계 30만2860원 및 ▲전체 합계 60만5720원 ▲결근으로 인한 2022년 11월, 12월 급여는 지급하지 않았으나, 가입 상태(재직)로 인한 제 보험료 본인 부담금 발생해 입금 기한은 지난해 12월14일까지로 통보했다. 

제출 바로 수리…일주일 만에 반려 소식
4대보험 납입, 상여금 반납, 근무 요구

이런 식의 문자가 2월까지 왔다. 같은 내용의 등기우편이 금오공과대학교 총장 이름으로 4~5일 간격으로 발송됐다. 이 기간 동안 금오공과대학교는 A씨에게 명절상여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A씨가 근무했던 부서의 전담 직원, 연구원, 비전임 교원을 대상으로 명절상여금을 지급한 것이었다.

학교는 A씨에게 ‘평가를 위한 근무성적 평정서 및 자기 성과 기술서를 기한 내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A씨는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는 A씨에게 4대보험과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명절상여금으로 지급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초에 고용노동부에 첫 진정을 넣고 벌써 6개월도 더 지났는데 그 긴 시간 동안 상사들은 저희에게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며 “하지만 상사들은 되레 지위를 이용해 또 다른 방법인 행정적 보복을 통해 2차 가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사직서를 반려하는 등의 행동은 협박에 가까운 행정적 보복이라 생각한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며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학교는 상사들의 이런 행동을 방관하며 어떠한 제지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지금 상황은 마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느낌이라고 생각되며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교는 A씨의 사직서를 반려한 이유에 대해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처음 연락했을 때는 “담당자가 아니다” “해당 부서 사람들이 출장 갔다” 등의 이유로 기자의 전화를 피했다.

추후 연락이 온 학교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파악했지만, 학교에서는 대답할 수 없다. 법리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답변을 피할 뿐이었다. 

전현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법무법인 중앙법률원 공인노무사는 A씨의 사건을 두고 처음 접해보는 사례라고 했다.

전 공인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직서를 반려시키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며 “사직서는 근로자 사인으로 제출됐으면 끝이다. A씨는 이미 10월에 사직서를 냈으니, 12월에는 의사표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즉 제출한 사직서에 법적 효력이 생긴 시기니, 법적으로 퇴사한 것이 맞다”며 “다만 A씨가 제출한 사직서 마지막에 ‘휴직 신청을 반려해서 퇴사한다’는 걸로 이해해, 사직서를 ‘비진의 의사표시’로 해석한 것 같다”며 “그런데 이 경우는 보통 회사가 근로자에게 강압적으로 퇴사를 시킨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협박이 들어간 녹취가 없으면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인권침해

그는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이런 식으로 근로자를 붙잡고 있는 건 처음 겪는 일로 A씨가 받는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 상식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는 A씨에게 회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어딘가에서 잘못된 자문을 받은 게 아닌지 염려될 정도다. 상식적으로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답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A씨는 학교에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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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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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