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드리우는 조국 그림자

‘나도 그처럼?’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조국 사태’는 일가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유죄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 뒤에서 숨죽이며 눈치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 “죽은 조국이 산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무서운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계가 문 전 대통령을 내세워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출범한 이후 모든 선거에서 이겨왔다. 출범 직후 치른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을 차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총 180석을 확보해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았다. ‘장미 대선’으로 불렸던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을 되찾아왔다.

이미
정해진 길?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16개의 광역단체장 자리 중 14개를 가져왔고, 기초단체장 자리도 151석을 확보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민주당 지방의원 대부분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의회권력까지 모두 휩쓴 민주당은 지난 7년간 한국서 가장 인기있는 정당으로 거듭났었다.

그런 민주당의 전성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부터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에 육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민주당의 인기는 이때부터 조용히 빠지고 있었다. 


문정부 출범 당시 압도적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은 점점 국민의힘에 따라잡히기 시작했고, 제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닥칠 무렵엔 수차례나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에게 ‘지는’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윤석열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대선 후 얼마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내줬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숫자에서도 역시 크게 밀리며 ‘총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부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4년간 서울 집값은 약 15% 올랐고,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 집값은 약 17% 올랐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정부 산하 조직인 만큼, 집값 상승률을 너무 보수적으로 조사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민간조사기관인 KB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은 약 35%로 집계됐고,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집거래 중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채로 거래된 곳도 허다했다.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집값 상승률이 문정부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끼리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말은 “권력을 민주당에 몰아줬더니 돌아오는 건 집값 상승 뿐이더라”였고, 국민의힘에선 이 프레임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 패착 원인으로 ‘조국 사태’ 거론
조 전 장관, 1심 실형 선고로 다시 각인

부동산정책 실패와 더불어 정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민주당의 패착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비리 대응이었다.

대선 당시 만난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항간의 인식을 스스로 내려놨다. 지난 5년간 무능한 정부였던 점은 참아도 저런 내로남불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국민의힘 지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청년세대들이 민주당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이다. 조국 일가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황태자’라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초반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임기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그는 20만개 이상의 동의를 받은 글에 민정비서관이 직접 대답하는 이른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에 매번 등장하며 본인의 이름을 국민에게 알렸다. 당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문정부의 간판’으로 조 전 장관을 키우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검찰개혁’을 국정사업으로 인식하던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적임자’라고 지켜세우며 장관직으로 임명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밝혔고,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은 별 무리 없이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조 전 장관 본인이 연루된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 소송 등이 거론됐고,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요청안 공개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 불거진 그의 딸 조민씨의 부정 입학, 부정 장학금 수령 의혹이었다.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조씨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합부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국민의힘은 조씨가 세 학교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험을 치르지 않은 ‘무시험 전형’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영외고 입학에는 ‘정원 외 귀국자’ 전형으로, 고려대 입학엔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부산 의전원 입학에선 의학교육 입문검사(MEET)가 없는 면접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한 방에 
훅 갔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조씨가 합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치렀다고 반박했다. 한영외고 입시에서는 정당한 과정을 치렀고, 고대 입시에서도 의학 논문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부산 의전원 입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취재한 언론 매체들은 끊임없이 조씨의 허위 스펙을 파고들었고, 여러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며 조씨 일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검찰은 해당 의혹들을 취합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재판서 대법원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에서 정 교수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약 1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1심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조 전 장관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서 허위 공문 작성,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등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정 구속을 피한 조 전 장관은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로 판결났다”며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법조인’이 ‘자녀 입시 부정 범죄자’로 바뀌는 데 꼬박 4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조국 일가뿐만 아니라 문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학교서 청년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가르치던 조 전 장관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의 SNS 등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판해오던 장본인이 사실은 그들과 다를 게 없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문정부, 민주당 진영 전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 전체가 조 전 장관과 동일시되는 이유는 그와 ‘정의’를 함께 외치던 민주당 진영 전체가 그를 구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자 민주당은 발벗고 ‘조국 지키기’에 뛰어들었다. 검찰개혁을 시행하려 하자 여권서 악의적인 공격을 해댄다는 게 당시 민주당의 논리였다.

흥망성쇠
학습효과 

조국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질 때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며 “이제는(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을 놓아달라”고 그를 옹호했다.

심지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가족을 ‘안중근’에 빗대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2021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조국을 묻어두자고 하면 뭐하러 정치하고 촛불 광장에 나왔던 것이냐”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 재판관의 재판을 받아 테러리스트가 돼 사형 집행을 당했는데, 그렇게 끝났으니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협조하자는 얘기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추 전 장관 외 많은 친문 의원들들도 조 전 장관을 공격할 때마다 그를 옹호하면서 악의적인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때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버리지 못한 것에 큰 패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한겨레>는 ‘민주당의 최대 패착’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 대상은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이었다.

이들 중 과반이 넘는 12명은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들었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실패의 시작이 ‘조국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논리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만권 경희대 교수는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조국 사태였다”며 “가족이 어떻게 계급 재생산, 권력 재생산의 철저한 기반이 되는지 대중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여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더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패착의 원인은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조국 사태 때 그를 옹호했던 현역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높았던 문정부의 지지율에 취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식 민주당 감싸기 이번에도?
현역 의원 “조 트라우마가 이 잡을 것”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 의원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민주당이 더 이상 쇄락의 길로 빠지지 않게 국민의 마음을 더 면밀히 지켜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의원 중 이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유죄를 선고하며 여론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대중은 이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대표의 상황도 조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며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조 전 장관처럼 이 대표는 연일 검찰에 출석하며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혐의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며 민주당과 동일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민주당 인사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몇몇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과 원로들은 조국 사태 때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에 “조 전 장관 사건 당시 발벗고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직접 질책을 받기도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이미 결론 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재판 이후)요즘 당내서 ‘조국이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오히려 조 전 장관 때의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이 대표를 더 적극적으로 도왔을 의원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는 이 대표를 의원들이 발 벗고 도와주지 못한다는 내부 목소리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당 차원서 도와준다면 지난해 대선과 지선처럼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개인 비리라고 치부해 (도움을)꺼려하는 분위기인 것을 안다”며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고, 이것은 야권 전체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탄압이다. 조국 사태 때와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건은 ‘물리적 증거’가 더러 나온 상황이고 이 대표 건은 다 ‘말’뿐인 상황서 검찰이 무리하게 망신만 주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공정함을 내세우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사안 다르다”

조국 학습효과가 내재된 민주당은 현재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가 각종 혐의점들로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민심을 크게 잃었던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의 길을 걷게 될지, 또 걷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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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