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만나다> 한국 재즈보컬 1세대 김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30 15:55:26
  • 호수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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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재즈 같은 삶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빨간 마후라 사나이/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구름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석양을 등에 지고 하늘 끝까지/폭음이 흐른다 나도 흐른다/그까짓 부귀영화 무엇에 쓰랴.” (쟈니 브라더스, <빨간 마후라>, 1964)

한국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1세대이자 원로 가수. 보컬리스트 김준의 수식어다. 1940년 1월14일에 태어난 김준은 ‘한국 재즈 100년의 역사’에 기록됐고, 현재까지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서울시 종로구의 째즈바 ‘천년동안도’였다. 연주자와 보컬 평균 연령 70대 후반인 재즈 그룹이 공연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공연 관람자도 보통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관람 연령이 20대부터 60대까지로 모두 ‘재즈 매니아’의 면모가 엿보였다.

산증인

보컬과 연주자는 자유로웠고 관람자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날의 감상평이다. 젊은 재즈 연주자가 넘쳐나는 시대, 노련한 재즈 연주자의 모습 자체가 새로웠다.

김준은 “재즈는 내 인생이다. 나는 언제나 나를 위해 노래한다. 그래서 재즈 공연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관객이 공연을 보러와 주고 좋아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인생이 재즈다”. 음악이 업인 사람도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김준의 인생은 ‘음악이 인생’이라는 명제가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고 편하게 음악인의 길을 간 것도 아니다.

김준의 아버지는 평안북도 신의주 사람으로 삼대독자였다. 그는 20대 중국서 행상을 한 돈으로 고향 신의주의 밭과 땅을 샀다. 그는 만석꾼으로 살았고, 1945년 8월15일 해방 이후 계속 신의주에 머물렀다. 하지만 부유한 삶을 산 것도 잠시였다.

김일성이 1946년에 북한을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하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만석꾼이었던 삶도 끝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김준의 가족은 남한으로 향했다.

사실 그 당시는 누구에게나 평탄하지 않은 시대였고 김준도 마찬가지였다. 김준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원주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6·25 전쟁이 터졌다. 그 길로 걸어서 부산까지 피난 갔다. 그 후, 강원도 영월군 주천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뒤 다시 목포로 이동했다. 1·4후퇴 때 제주도로 다시 피난 간 뒤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준이 재즈를 처음 접한 곳도 제주도였다. 당시 제주도에는 미 육군통신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김준은 미군부대에 하우스보이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를 계기로 군부대 안에 있는 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40년생,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
축구 선수서 보컬리스트로 대변신

미군부대 교회 목사는 체플리 게일이라는 흑인이었다. 예배가 끝나면 목사는 김준을 조용히 집무실로 불렀다. 목사는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인생에 관한 조언도 했다. 그때 집무실에는 루이 암스트롱, 엘비스 프레슬리 등 항상 재즈 음악이 틀어져 있었다.


김준은 “피난 시절 목사님 집무실에서 재즈 음악을 접했다. 어린 시절이라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했다. 특히 탁성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이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칭찬을 받긴 했지만, 김준은 유년 시절 축구선수였다. 이런 그가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덕분이었다. 

김준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전국 고등학교 콩쿨대회가 생겼다. 그가 졸업한 학교에도 공문이 왔고, 평소 김준의 노래 실력을 눈여겨봤던 교장 선생님은 그를 추천했다. 물론 불법이었다. 김준은 다시 머리를 자르고 교복을 입었다.

콩쿨대회에는 고등학생 성악부만 85명이 참가했다. 여기서 상을 받게 됐고, 김준은 대회 수상을 계기로 경희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예그린 악단(서울 시립가무단의 전신)에 취직하게 됐지만 1년 뒤 해체됐다. 

예그린 악단의 해체가 아쉬웠던 합창단원 4명이 모여 4중창을 결성했고 이름을 ‘쟈니 브라더스’라고 지었다. 이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노래자랑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상을 받았고, 1962년 KBS 라디오 연속극 주제가로 부른 <빨간 마후라>가 히트쳤다.

<빨간 마후라>로 쟈니 브라더스는 슈퍼스타가 됐지만, 쥐꼬리만한 출연료로는 쟈니 브라더스를 이어갈 수 없었다. 

피란 때 흑인 목사 통해 들어 
“위로도 얻고 용기도 생겨요”

오히려 김준에겐 기회였다. 꾸준히 연습했던 작곡과 재즈로 바로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1970년대였다. 솔로 데뷔 후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했지만, 그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김준은 매일 일기를 쓰듯 작곡했다. 솔로 데뷔를 대비해서 곡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그야말로 생활이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는 한국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1세대가 됐다. 

김준이 재즈 가수로만 활동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예그린 악단에서 만화 성우 활동도 했었다. 대표작은 <인어공주>의 세바스찬과 <미녀와 야수>의 루미에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만화 OST인 ‘Under the Sea’ ‘Be Our Guest’와 같은 유명 곡의 한국어 더빙도 참여했다.

수원여자대학교 대중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한 적도 있다. 김준은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의 음악성을 발굴하는 데 매진했다. 다만 그가 처음 재즈를 접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방식을 택했다. 수업 시간에는 교수와 학생 구분 없이 테이블에 앉아서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듣고 감상을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편하게 음악성을 끌어내는 것이 김준의 방법이다.


김준은 아직도 현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 흑인에 의해 시작됐다고 알려졌어요. 그런데 문헌에 보니까 프랑스에서 시작됐다고 나옵니다. 이 사람들이 이민하고 정착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음악이란 거죠. 재즈는 흑인의 애환을 담은 음악이라서 그런지 영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재즈가 영적인 것을 표현하고 위로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재즈를 부르면서 위로도 얻고 용기도 생겨요.”

편하게

김준의 바람이 있다면 대중이 재즈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 관객이 ‘내가 피아노 연주자다’ ‘색소폰 연주자다’ 이렇게 생각하면 더 흥미롭고 즐겁잖아요. 자주 들으면 친숙해져요. 저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와 토미 배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많이 듣고 있어요. 우리 주위에 항상 재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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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