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설날 사건·사고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16 13:15:05
  • 호수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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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주변을 살핍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망, 폭력, 이혼. 명절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누군가는 명절이기 때문에 떠오르는 단어다. 학교나 회사 등에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니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에는 더욱 이웃을 살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사건은 면밀히 지켜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도래했다. 가족과의 재회가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설날이 추석과 함께 가장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날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설날은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만 해도 너무 많아서 주부의 스트레스 요인이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해 운전하는 것도 힘들다. 고향이 가깝거나, 거주지가 고향이어도 예외는 아니다.

명절증후군
남녀차별

주부가 아니더라도 명절 스트레스가 심한 건 마찬가지다. 미혼이나 취준생들 사이에선 ‘명절날 이런 말 듣기 싫어 BEST 3’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듣기 싫은 말에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 “어느 학교, 어느 직장에 갈 거니?” “전부,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등이 있다.

명절에는 자신의 연봉이나 자녀의 학업 능력으로 비교를 당하기도 한다. 급기야는 과거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내는 상황까지 생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다가올 때쯤이면 포털 연관 검색어에 ‘명절증후군’이 등장한다. 결국 명절이 주는 즐거움만큼이나 스트레스도 크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스트레스 수치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국내 연구진은 평상시 휴일이나 공휴일보다 명절 연휴 때 유독 심장마비 환자가 많고, 사망률도 높다는 빅데이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전기현·권준명·오병희)은 2012~2016년 전국 응급실을 찾아 ‘병원 밖 심정지’ 13만9741건 중 극단적 선택을 제외하고, 내과적인 질환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한 9만5066명을 분석한 결과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Korean Circulation Journal)에 발표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총 43일의 설·추석 연휴에 2587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 명절 연휴에 하루당 60.2명이 심정지로 쓰러진 셈이다. 이는 같은 조사 기간 중 평일, 주말, 공휴일에 발생한 심정지 환자가 하루당 각각 51.2명, 53.3명, 52.1명인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명절 때 발생한 심정지 환자는 병원 도착 전 사망률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다른 그룹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음력이어서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설과 추석을 다른 해의 동일한 양력 날짜와 비교했을 때도 명절 연휴의 높은 심정지 발생 양상은 뚜렷했다.

명절에 발생하는 심정지는 낮과 저녁에 더 빈번했다. 시간대로는 오전 7~10시에 가장 큰 1차 피크가, 오후 5~7시 사이에 2차 피크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레스로 심정지 환자 발생률↑
상승하는 사망·폭력·이혼 지수


이주미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한 별도의 평론에서 명절 연휴의 높은 심정지 발생률을 명절 연휴가 끝난 후의 높은 이혼율, 설날과 추석 연휴 기간의 높은 자살률, 긴 연휴에 급증하는 가정폭력 건수 등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휴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스트레스는 급성 심정지를 유발하는 큰 위험요소가 된다. 이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에 심정지 사망률이 높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진단했다.

연구 결과는 사회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리고 조금 더 처절하다. 지난해 추석에는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독거노인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65세 이상의 고독사 비율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에서 홀로 사는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광주 남구 양림동의 한 주택에서 악취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숨진 지 1~2주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20여년 전 아내와 헤어진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남성 고독사가 여성 고독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으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로 확인됐다.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주택, 아파트, 원룸 순이다. 주택에서 발생한 고독사가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 임대인, 이웃 주민 순으로 많았으며, 기타 직계 혈족, 택배기사, 친인척, 경비원, 직장동료 등에 의해 발견되거나 신고됐다.

명절에 신변을 비관한 극단적 선택도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80대 독거노인이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광주 북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사는 82세 독거노인이 다쳐 쓰러진 것을 이웃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외로운 
노인들

신고 직후 소방당국이 출동해 노인은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은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 연휴에는 ‘혼자 술을 마시는 노인’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 찾아오지 않아 아쉽고 헛헛한 마음을 술로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5월 전남 여수서 술에 취해 자택 마당에 넘어져 있던 70대 노인을 마을 주민이 발견해 응급 이송했다. 같은 해 6월, 인천에서 70대 노인이 만취해 도로 위에 쓰러져 누워 있다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부산의 한 빌라에서 이웃 모녀가 살해당한 경우도 있다.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B씨는 자신의 정신과 약을 탄 도라지차를 범행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12일 부산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이웃 주민이었던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일정한 수익이 없어 병원비나 카드 대금 등을 내지 못하는 생활고를 겪었고, 가족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는 상태였다.

검찰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B씨가 이웃의 시가 600만원 상당 귀금속을 노리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봤다. B씨는 수년 전부터 자신이 복용하던 정신과 약을 절구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탔다. 이 약에는 수면제 성분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지난해 9월11일 밤 이 물을 들고 모녀를 찾아가 “몸에 좋은 도라지차”라고 건네 먹인 뒤 정신을 잃게 했다. 다음날 새벽 2시쯤 쓰러진 모녀가 의식을 회복하자, B씨는 모녀를 흉기로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앞서 명절에 사망률이 올라갔듯, 올라가는 다른 수치가 있었는데 바로 폭력이다. 경찰은 설 연휴 가정·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 신고 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술이 웬수
끝없는 폭력


경찰은 지난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주 동안 설 명절 종합 치안 활동을 추진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연휴 기간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 및 수사 중인 아동학대 사건 전수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재발 원인과 보호‧지원 필요성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고 이력, 보호조치 내역 등을 종합해 가정폭력·아동학대 고위험군 대상을 분류해, 지역 경찰뿐 아니라 유관기관과 공유해 보복 등 위험성 모니터링에도 나선다. 스토킹 등 반복 신고 사건은 살인 등 중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과·팀장, 서장, 시·도청 등 3중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실제 연휴 기간 가정폭력 신고 등이 증가 추세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전체 신고는 4만877건으로, 평소 5만1377건보다 20.5% 줄었지만, 가정폭력 하루 평균 신고는 841건으로 평소 608건보다 38.3% 증가했다.

두 차례의 가정폭력 유죄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C씨는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을 이어갔다. 2020년 12월31일 오후 7시 C씨는 술에 취해 전북 전주시 자택으로 들어와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눈에 띈 65㎝ 길이의 목검을 들어 아내를 향해 휘둘렀다. 맞은 부위를 감싼 채 쓰러진 아내의 몸에는 멍이 새겨졌다.

C씨는 아내 일상을 사사건건 간섭했다. 아내가 일하던 주점에 찾아가 다짜고짜 업주에게 욕설하고 영업에 훼방을 놨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C씨는 결국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고상교 부장판사)는 ‘과거 두 차례의 유죄 판결’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이유로 들었다. C씨가 아내를 폭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6월에는 자택서 가로 50㎝, 세로 11㎝, 높이 14㎝의 나무상자로 아내의 얼굴, 가슴, 팔, 다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피부는 퍼렇게 멍들고 찢어져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이때 C씨는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 3월에도 같은 일을 반복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C씨는 매번 법정서 “반성한다”고 말했고, 아내는 그때마다 남편의 말을 믿고 합의서, 탄원서를 냈다. 이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살인, 고독사, 극단적 선택까지
술 마시는 노인 사고 위험성 높아

2020년 추석 연휴에 50대 남성 D씨는 대전 서구 한 건물 외벽에 사다리를 대고 2층에 위치한 배우자 주거지로 침입,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죽이겠다”고 겁을 줬다. 앞서 D씨는 과거 배우자에게 가정 내 폭력 행위를 저질러 접근금지 등 임시조처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명절이 지나면 자연스레 이혼율도 올라간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설 명절 직전 2월에는 이혼 건수가 약 1만5000여건이었으나, 명절 직후 3월엔 1만6800여건으로 1800건가량이 증가했다.

2021년 추석이 있던 9월은 이혼 건수가 1만3700여건이었고, 직후 10월은 1만5200건으로 전달에 대비해 1400건이나 늘었다.

회사원 남편과 10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오던 가정주부 E씨는 오랫동안 쌓여온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E씨는 명절에 모든 가족이 있는 자리서 시댁 어른의 막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E씨의 시댁 어른은 E씨에게 “너무 뚱뚱하다” “남편이 여자로 보겠냐”는 등의 모욕을 줬다. 게다가 시댁 어른은 남편의 밥을 잘 챙겨야 한다고 항상 잔소리했다.

실제로 E씨는 항상 남편의 밥을 잘 차려줬기 때문에 더 억울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됐고 심리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E씨는 남편이 중재해주길 원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결국 남편에게 명절을 이유로 이혼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성균관 의례 정립 위원회(이하 성균관)는 지난해 9월5일 ‘반성문’격의 기자회견문을 공개한 바 있다. 성균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회견문을 통해 “유교는 오랜 세월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현대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옛 영화만을 생각하며 선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유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명절만 되면 ‘명절 증후군’과 ‘남녀 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 명절 끝에는 ‘이혼율 증가’로 나타나는 현상이 유교 때문이라는 죄를 뒤집어써야 했다”며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것은 후손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 불화가 초래된다면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이라고 돌아봤다.

불행한 연휴
이혼 늘어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명절에 발생하는 갈등, 싸움,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이혼 사유가 되기는 어렵지만 고부 갈등, 정서 갈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중간에 배우자가 처신한 행동, 이로 인해 발생한 폭언이나 폭력 등이 있다면 충분히 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법률적인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이혼을 준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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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