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열리는 ‘김만배 게이트’ 막전막후

언론, 법조계…다음은 정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의혹’ 핵심 멤버들의 전방위적 로비 정황이 드러났다. 대상은 언론계에 그치지 않았다. 현직 판사와 검찰 고위직 인사 여럿이 연루됐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를 적용해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제 식구를 겨눠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속적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핵심 멤버들은 사업이 틀어질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으로 수년간 법조·언론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시도했다. 중앙 일간지 간부 등 전·현직 기자들은 언론사를 퇴직하고 화천대유 임직원으로 계약한 후 거액의 연봉을 받거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수억원대 금전거래를 하기도 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드디어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검찰은 김씨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낸 자금을 추적 중이다. 이 돈은 김씨가 2019년부터 3년간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서 장기 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빼낸 금액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가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은 화천대유 80억원, 천화동인 168억원 등 총 248억원이다. 검찰은 대장동 핵심 멤버인 남욱 변호사가 2014년 조성한 40억원대 비자금이 대장동 사업 시작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 대한 뇌물 혐의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다졌다.

김만배의 수백억은 대장동 사업이 어그러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돈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남 변호사의 수십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는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난다. 2020년 3월24일,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라면서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한다.

같은 해 7월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면서 금품을 돌리며 대장동 관련 비리가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했다.

이어 김씨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면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기사 작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녹취 당일 저녁에도 여러 기자와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당수에게 로비한 정황이 드러난다.

김씨는 “오늘 (기자들이)되게 많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면서 김씨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정황이 나온다. 상품권을 확인한 김씨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아이,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불발 우려에 기자 수년간 관리
현금·상품권에 아파트 분양까지 사실상 뇌물

이에 정 회계사가 “아, 현찰로 할까요? 다음에는?”이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를 관리한 정황은 여럿 등장한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이후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LH 사옥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이 가져갈 이익이 최소 3000억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론에 대장동 관련 특혜가 언급되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에 로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월6일,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는 대장동 사업을 재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정 회계사에게 강조한다. 개발업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준공을 받은 후에야 번 돈을 전부 빼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니, 뭐니,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응? 너랑 나랑. 응?”이라면서 “지금까지(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기자들 떠들면 어떻게 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회도 떠들고”라고 말했는데, 정 회계사는 자필로 ‘지회’란 단어에 ‘신문사 모임’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김씨가 돈으로 관리하던 기자 모임인 ‘지회’가 실제 존재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2019∼2020년 김씨에게 총 9억원을 받은 <한겨레신문> 간부 기자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전날 해고 조치됐다. A씨는 물론 김씨와 금전을 거래한 <중앙일보> 간부 B씨, <한국일보> 간부 C씨가 만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리한 기사를 보도하도록 했다면 배임수재죄로 볼만하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최근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 김씨가 추가로 1억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고 B씨는 이날 사표를 냈다.

김씨는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수시로 고위 법조인들을 만나왔다. 2013년을 전후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남 변호사와 자금책 조우형씨 등을 수사할 당시, 김씨와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 출신이자 천화동인 7호 소유자인 배성준씨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뇌물 리스트
수사 어디까지?

2013년 3월5일에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며 자신이 수사를 무마했단 취지로 말한다. 그러면서 김씨는 “형이 공적으로 쓴 것 말고 사적으로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적으로 들어간 돈 따지면 형이 더 받아야 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김씨가 언급하는 ‘공적으로 들어간 돈’의 정체에 대해 정 회계사는 “로비한 돈”이라고 적어놨다. 대화가 이뤄진 2013년 시점을 감안하면, 이날 김씨가 막았다는 수사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였던 걸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이 최 의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씨의 법조인 로비 정황은 남 변호사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10월20일, 검찰이 작성한 남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만배가)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원씩 가지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 터지고 나서 국회에 있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들 중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가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할 거라 했다”고 강조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그가 자필로 남긴 ‘대장동 로비 인맥도’도 있다. 이 인맥도는 정 회계사가 2012년 8월~2014년 7월에 녹음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인맥도의 정중앙엔 김씨가 있다. 녹취록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신경식·강찬우 전 검사장 등 고위 법조인 4명이 등장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나머지 3명은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2012년 8월18일 정 회계사가 “원래 그쪽하고 좀 친하신 사이?”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만배 형이)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라고 답한다. 남 변호사는 배씨로부터 ‘김만배와 김수남이 깐부’일 정도로 친하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2012년 8월은 최 전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수사 직전 단계)를 받고 있던 때였다. 또 녹취록에는 ‘형, 내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라면서 수사하지 말 것을 청탁한 정황이 담겨있다. 남 변호사가 김씨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시 정 회계사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에 따르면)김수남 검사장이 어디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는지는 자세하게 얘기는 안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쭉 하면서, 그래서 만배형이 형(김수남), 저 그 최 회장님하고 내가 이 사업 대장동…”이라고 말한다.

이어 남 변호사는 “근데 뭐 (최윤길)땅이 (대장동에)있다는 얘기도 있고 뭐, 시행사에서 돈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뭐, 별 얘기가 다 있는데…그런 것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런 줄 아시오. 그랬더니. (김수남이) 응, 알았다. 뭔 말인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현재 변호사인 김 전 총장의 이름값을 이용하거나 실제 수사 무마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전 총장은 ‘50억 클럽’에서도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다음 주에 한 번 들어가실 것 같아요. 윤갑근 차장 만나러”라고 말한다. 이때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당시 최 전 의장 내사는 성남지청에서 맡았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50억 클럽 수사 제자리…박영수·김수남 봐주나
“지난해부터 알았다” 전방위 로비 의혹도 묻히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그 당시에 미팅을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강 전 검사장은 대장동 핵심 멤버 중 일부가 2015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영수 전 특검이다. 남 변호사는 당초 ‘횡령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남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지웠다. 이후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물러났다.

강 전 검사장은 퇴직 후 2018년, 자신이 속한 로펌에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사실은 박영수나, 강찬우에 대한 자문료도 남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인맥도에 나오는 고위 법조인으로 김만배 ‘50억 클럽’에도 들어간 김 전 총장의 경우, 녹취록에 관련 사건과 청탁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언급된다. 김씨의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로부터 김 전 총장께 최 전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 달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검찰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변호사 및 판사와 술자리를 가진 뒤 비용을 지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술집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의 경우 따로 술을 마신 뒤 김씨가 사후 정산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판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술자리 중간에 동석해,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가 아닌 대부분 서면조사로 강도가 약한 수사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진퇴양난 검
여론전 대비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가 어수선하다. 지난해부터 알고 있던 내용인데 이걸 어떻게 수사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한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는 사실상 멈춰있다. 최근 드러난 김씨의 법조·언론계 전방위 로비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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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