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죄’ 박근혜-이재명 평행이론

박근혜로 뜨고 박근혜로 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잡는 모양새다. 문제의 당 대표는 과거 그 전직 대통령 ‘때리기’로 대중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바 있다. 5년여의 시차를 둔 두 사람의 평행이론에 대해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2016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를 접한 시민이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했다. 

촛불집회
사이다 발언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형식적인 권력을 버리고 하야해야 한다. 아니 사퇴해야 한다. 탄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권한을, 국권을 내려놓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 대표의 ‘사이다’ 발언은 대중의 지지로 이어졌다. 기초단체장이었던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 등의 굵직한 수식어를 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촛불집회’를 꼽는 이도 상당수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의 대형 정치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정치적 사망선고였다. 

2021년에는 법적책임도 확정됐다. 2017년 4월 구속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은 3년9개월의 재판 끝에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까지 진행된 끝에 징역 20년·벌금180억원이 확정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제3자 뇌물죄’였다. 형법 130조(제삼자뇌물제공)에 규정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 이후 갑론을박
법조계, ‘부정 청탁’ 입증 여부 관건

단순뇌물죄보다 입증이 까다로운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만난 장영하 법무법인 디지털 대표변호사는 “뇌물죄는 본인이 직접 이익을 받는 것이고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의 업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뇌물죄는 원칙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으면 성립되는데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하나 더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3자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며 특가법상 뇌물죄(가중처벌)에 따라서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때 불거졌던 쟁점이 민주당 이 대표와 관련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조사 통보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여러 법리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보다
입증 어려워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6개 기업에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FC의 구단주였다. 

두산건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 대표와 성남시 전 팀장이 기소됐다. 두 사람은 2014~2017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부지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960%로 상향하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청탁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 민주당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돼있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5개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지만 검찰은 네이버·차병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2사옥 신축 허가 등과 관련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39억원을, 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매입 등과 관련해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소환조사를 통보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옭아맸던 ‘미르재단’이 다시금 언급됐다. 

똑같은 구조
법원에 달렸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성남FC 사건이라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남FC를 성남시가 인수해 살려놨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열심히 뛰었다”며 “이런 걸로 사법처리한다면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수많은 단체장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이런 걸로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홍 시장부터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 의원의 헛발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거짓 폭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경남지사 시절 경남FC 지원금 모금 운동을 두고 이 대표의 성남FC 제3자 뇌물사건을 동일선상에 두고 지금 떠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경남FC 모금 운동은 이미 문재인정권 시절 샅샅이 조사해서 내사 종결된 사건이고 이재명 사건은 박근혜의 미르재단과 유사한 제3자 뇌물사건이라서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8월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의 국민캠프 법률팀이 낸 논평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같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했다. 

국정 농단 사태 때 크게 부각
두산 이어 네이버·차병원까지

그러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판결에서 봤듯 기업 후원금도 현안이나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면 제3자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혀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 우기며 없는 죄도 만들려는 특수부 검사의 오만과 자만심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FC는 성남시 산하 법인으로 운영비 100%를 시 예산, 즉 시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며 “성남FC는 영업을 통해 D 그룹을 메인스폰서로 지정해 광고해주고 광고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은 실질 소유자인 최순실과 대통령인 박근혜가 짜고 특정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대가’로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제공하게 했지만 성남FC는 성남시의 용도 변경과 관련 없이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 ‘매출’을 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남FC의 수입은 개인이 아닌 시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를 뇌물죄 및 제3자 뇌물죄로 고발할 당시에도 성남시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두고 ‘성남판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인은 기소 가능성에 대해 “100% 기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단주로서 성남FC 행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대표가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성남FC 운영에 간섭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했다고 판단해 2018년 고발 당시에도 뇌물죄를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
같은 결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국정 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영어의 몸이 됐다가 2021년 12월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가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를 옭아맬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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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