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죄’ 박근혜-이재명 평행이론

박근혜로 뜨고 박근혜로 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잡는 모양새다. 문제의 당 대표는 과거 그 전직 대통령 ‘때리기’로 대중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바 있다. 5년여의 시차를 둔 두 사람의 평행이론에 대해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2016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를 접한 시민이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했다. 

촛불집회
사이다 발언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형식적인 권력을 버리고 하야해야 한다. 아니 사퇴해야 한다. 탄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권한을, 국권을 내려놓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 대표의 ‘사이다’ 발언은 대중의 지지로 이어졌다. 기초단체장이었던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 등의 굵직한 수식어를 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촛불집회’를 꼽는 이도 상당수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의 대형 정치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정치적 사망선고였다. 

2021년에는 법적책임도 확정됐다. 2017년 4월 구속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은 3년9개월의 재판 끝에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까지 진행된 끝에 징역 20년·벌금180억원이 확정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제3자 뇌물죄’였다. 형법 130조(제삼자뇌물제공)에 규정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 이후 갑론을박
법조계, ‘부정 청탁’ 입증 여부 관건

단순뇌물죄보다 입증이 까다로운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만난 장영하 법무법인 디지털 대표변호사는 “뇌물죄는 본인이 직접 이익을 받는 것이고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의 업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뇌물죄는 원칙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으면 성립되는데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하나 더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3자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며 특가법상 뇌물죄(가중처벌)에 따라서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때 불거졌던 쟁점이 민주당 이 대표와 관련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조사 통보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여러 법리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보다
입증 어려워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6개 기업에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FC의 구단주였다. 

두산건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 대표와 성남시 전 팀장이 기소됐다. 두 사람은 2014~2017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부지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960%로 상향하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청탁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 민주당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돼있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5개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지만 검찰은 네이버·차병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2사옥 신축 허가 등과 관련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39억원을, 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매입 등과 관련해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소환조사를 통보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옭아맸던 ‘미르재단’이 다시금 언급됐다. 

똑같은 구조
법원에 달렸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성남FC 사건이라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남FC를 성남시가 인수해 살려놨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열심히 뛰었다”며 “이런 걸로 사법처리한다면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수많은 단체장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이런 걸로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홍 시장부터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 의원의 헛발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거짓 폭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경남지사 시절 경남FC 지원금 모금 운동을 두고 이 대표의 성남FC 제3자 뇌물사건을 동일선상에 두고 지금 떠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경남FC 모금 운동은 이미 문재인정권 시절 샅샅이 조사해서 내사 종결된 사건이고 이재명 사건은 박근혜의 미르재단과 유사한 제3자 뇌물사건이라서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8월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의 국민캠프 법률팀이 낸 논평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같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했다. 

국정 농단 사태 때 크게 부각
두산 이어 네이버·차병원까지

그러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판결에서 봤듯 기업 후원금도 현안이나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면 제3자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혀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 우기며 없는 죄도 만들려는 특수부 검사의 오만과 자만심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FC는 성남시 산하 법인으로 운영비 100%를 시 예산, 즉 시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며 “성남FC는 영업을 통해 D 그룹을 메인스폰서로 지정해 광고해주고 광고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은 실질 소유자인 최순실과 대통령인 박근혜가 짜고 특정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대가’로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제공하게 했지만 성남FC는 성남시의 용도 변경과 관련 없이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 ‘매출’을 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남FC의 수입은 개인이 아닌 시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를 뇌물죄 및 제3자 뇌물죄로 고발할 당시에도 성남시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두고 ‘성남판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인은 기소 가능성에 대해 “100% 기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단주로서 성남FC 행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대표가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성남FC 운영에 간섭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했다고 판단해 2018년 고발 당시에도 뇌물죄를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
같은 결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국정 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영어의 몸이 됐다가 2021년 12월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가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를 옭아맬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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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