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추락사’ 검경 알력다툼 내막

‘살인 인정’ 두고 수사 암투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검수완박 이후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검경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수사권을 뺏긴 검찰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라도 경찰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인하대 성폭력 추락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살인죄 혐의 적용을 망설인 반면, 검찰은 결단을 내렸다. 이들의 승패는 끝까지 지켜봐야 안다. 앞서 검찰이 ‘계곡 살인사건’에서 비슷한 전략을 펼치다 망신살만 뻗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달 19일 인천지검은 ‘인하대 성폭력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9일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지난해 9월13일 1차 공판이 열린 지 3개월 만에 1심 재판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국민적 공분
엇갈린 판단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건물에서 또래 여학생 B씨를 성폭행하려다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건물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자, B씨를 구조하는 대신 증거인멸을 시도한 뒤 달아났다. A씨는 자취방에 머무르다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 정황이 알려지면서 당시 국민적 공분은 엄청났다. 경찰의 수사 진척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될 정도였다. 성난 여론은 엄벌을 원했고, 관심은 자연스레 경찰의 혐의 적용으로 쏠렸다. 수사 초반부터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언급됐다.

범행 당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A씨가 B씨를 고의로 밀어 추락시켰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설령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더라도, 추락 이후 구조나 신고 없이 현장을 이탈한 점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나흘 만인 지난해 7월19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건물에서)떨어지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인데 119에 신고하지 않고 구조도 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미필적 고의 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갈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경찰은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대로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할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A씨를 강간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후 A씨 진술을 통해 파악된 사실관계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때는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경찰은 끝내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A씨의 고의성을 입증할만한 명백한 물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상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살인 장면이 직접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실제로 사건 현장을 직접 비추는 CCTV가 없었고, A씨가 찍은 동영상에는 소리만 녹음됐던 데다 A씨는 계속 고의성을 부인해왔다. 사정당국 입장으로선 살인죄 혐의 적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당국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치사’로 뒤집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준강간치사 혐의로도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경찰의 판단 근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관련 법상 (준)강간치사는 10년 이상의 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 (준)강간살인은 무기징역부터 사형까지 형벌에 처할 수 있다.

‘치사냐 살인이냐’ 같은 사건 정반대 판단
검, 보강 후 살인죄 적용…무기징역 구형

판례상 (준)강간치사는 통상 11~14년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죄질에 따라 형량은 달라질 수 있다. 준강간치사 혐의에서 죄질의 불량함을 최대한 강조한다면, 무기징역 선고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사형 선고·집행 가능성이 희박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를 감안할 때, 준강간치사 혐의로도 준강간살인에 준하는 형량을 받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이 무리한 혐의 적용 대신 이 같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관측이다. 혐의 입증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처벌 수위까지 함께 고려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A씨를 검찰에 준강간치사 혐의로 송치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추가했다. 일명 ‘불법 촬영’ 혐의다. 

관건은 동영상에 피해자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과연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인지 여러 의견이 오갔던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내부 법률 검토 끝에 혐의 추가를 결정했다. 이는 A씨의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됐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인천지검은 A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한편, 불법 촬영 혐의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분석했지만, A씨의 B씨 신체 촬영 의도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송치 이후
혐의 변경

혐의는 일부 인정되지만 증명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검찰은 핵심 혐의에 관해선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직후부터 2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은 A씨에게 부작위를 넘어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작위’란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행한 것을 의미한다. 즉 검찰은 A씨가 추락한 B씨를 방치해 B씨가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본 게 아니다. 대신 A씨가 직접 위력을 발휘해 B씨를 추락시켰고, 추락 자체가 B씨의 직접적 사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검찰 판단에는 법의학 감정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 검찰은 법의학자인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와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했다. 당시 이 교수는 “B씨가 외력에 의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소견을 남겼다.

이들은 창문 높이·벽의 두께·피해자의 손 등에서 단서를 찾았다. 창문의 높이와 벽의 두께를 합치면 약 130㎝에 달한다. B씨의 신장을 고려했을 때, 스스로 창문 밖을 향하려면 바깥쪽에 손을 짚어 몸을 끌어올렸어야 한다. 하지만 벽면과 B씨 손 중 어디에서도 ‘짚은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B씨의 복부 상단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창문틀에 눌린 듯한 자국이 발견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 교수는 “외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피해자의 손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해자의 팔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에서 배가 오래 눌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사고가 벌어지고 수 시간 뒤에 혈액을 공급받은 뒤 측정됐음에도 0.19%에 달한 점을 눈여겨봤다. 추락 당시에는 농도가 더욱 높았을 것이고, B씨가 스스로 떨어지기는 어려운 상태였을 것이란 게 이 교수 소견이다.

검찰도 B씨의 추락 장면이 직접 찍힌 CCTV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A씨가 복도 창문을 여는 순간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맞다”
힘겨루기

A씨는 B씨 추락 직후 수십초 간 곁에 머무르다 도주했다. 검찰은 이 교수에게 ‘A씨가 구호·신고에 나섰다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겠느냐’고도 문의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추락 직후 이미 뇌를 비롯한 장기들에 다발성 손상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구호 여부와 무관하게 B씨를 추락시킨 행위 자체가 사망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결국 검찰은 이를 근거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 대신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을 단행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검찰 요청에 따라 현장검증을 벌였다. 

형사 처리 과정만 놓고 본다면, 이 사건의 진행 양상은 지난해 벌어진 ‘계곡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모두 인천지검으로 향했다. 인천지검은 이 사건들에서 경찰 판단을 넘어선 혐의 적용을 감행했다. 보강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추가 증거를 대거 입수했기 때문이다.


인천지검은 계곡 살인사건 수사 당시 이은해와 조현수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수차례 공모·시도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검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이은해와 조현수는 피해자를 가평 계곡에서 빠뜨리기 이전에 낚시터 익사, 복어 독 독살 등을 계획·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인천지검은 이 같은 내용을 이들의 혐의에 추가했다. 동시에 이들의 혐의를 작위에 의한(직접) 살인으로 변경했다.

당초 경찰은 이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통상적으로 작위에 의한 살인이 부작위에 의한 것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다.

인천지검은 직접 찾아낸 증거를 통해 이들의 ‘고의성’을 피력했다. 또 가평 범행 역시 ‘정신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므로, 직접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혐의 확대에서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이 사례를 이용해 당시 한창 논란이었던 ‘검수완박’법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다. 당시 인천지검은 입장문에서 “검수완박 상태였다면 경찰에서 확보한 증거만으로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들을 기소해 무죄판결을 받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해당 사건 보강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확대(변경)할만한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게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 의견 넘어선 기소 
‘계곡 사건’ 판박이?

하지만 검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재판부가 “혐의 인정이 어렵다”며 이례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직접 요구하면서다. 결국 검찰은 공소장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은해의 직접 살인 혐의에 무죄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결과적으로는 당초 경찰이 적용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검찰은 직접 살인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은 점에 반발해 항소했다.

‘전례’가 있는 만큼, 인천지검이 이번 재판에서 성과를 내 이를 검수완박 ‘여론전’에 활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성과를 낸다면 검수완박법의 타당성을 비판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검찰의 망신살 뻗치기가 재현될 경우, 혐의 확대의 저의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점이다. 자칫하면 ‘검찰이 경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할 요량으로 과도한 차별성 부각에 골몰한다’는 식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이 끝까지 A씨의 진술 번복을 이끌지 못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물론 검찰이 작위에 의한 살인을 입증할만한 주변 정황을 상당수 확보한 건 사실이다. 다만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등 ‘스모킹건’이라 불릴만한 증거가 없는 것도 일리 있는 지적 중 하나다.

이 때문에 A씨의 관련 자백 확보가 더욱 관건으로 꼽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구형 직전까지 18차례 반성문을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면서도 시종일관 고의성을 부인해왔다. A씨 측은 막판까지 ‘살인 대신 준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알리바이를 조작한 여러 정황을 포착·지적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이를테면 검찰은 A씨가 경찰 최초 조사 때 “B씨를 직접 추락시켰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 진술 기록을 근거 삼아 ‘A씨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후 조사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수완박
공격 근거?

1심 판결은 오는 19일로 선고될 예정이다.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이 선고되면, A씨는 역대 최연소 무기수가 된다. 또 선고 결과에 따라 검경 둘 중 하나는 자존심을 구길 공산이 크다. 살인죄가 인정되면 경찰의 부실한 수사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입길에 오를 전망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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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