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민주당-박지원 동상이몽 내막

성골이 돌아왔다, 하필 이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치 9단’ ‘능구렁이’ ‘마당발’ ‘킹메이커’ 오래된 정치 커리어만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채롭기만 하다. 약 6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온 박 전 원장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그에게 ‘배신자’로 낙인찍던 세력과 대립해야 하고, 새로운 동지가된 세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한 달간 더불어민주당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거취를 두고 많은 내부 토론이 오갔다. 과거 민주당을 ‘배신’하며 문을 박차고 나간 그를 버려야 한다는 반대 의견과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복당시켜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갈리며 물밑 다툼을 펼친 것이다.

민주당
산증인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던 중 이재명 대표가 찬성 측에 힘을 실어주며 박 전 원장의 복당은 결국 승인으로 일단락됐다.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의 흥망성쇄를 함께한 잔뼈 굵은 정치인이다.

사실 그는 정치와는 인연이 크게 없는 사업가 출신이다. 본래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청년 사업가였다. ‘미주 이민 1세대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던 박 전 원장을 본격적으로 정계에 끌어들인 인물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박 전 원장은 1970년대 ‘아메리카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이른바 ‘뷰티서플라이’라 불리는 가발 가게를 오픈해 큰 성공을 거두며 상당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인을 상대로 하는 뷰티서플라이 사업은 당시 대한민국의 가발 수출을 선도하는 효자 산업이었고, 박 전 원장과 같은 소매점주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유통 마진 등을 챙기며 돈을 벌었다.

국위선양이라는 이름하에 애국심을 느끼며 일하던 박 전 원장에게 김 전 대통령은 갑자기 찾아온 귀인이었다. 1980년 뉴욕경제인협회장을 지내던 박 전 원장은 <독립신문>이라는 주간지를 발행하던 김경재 전 총재에게 김 전 대통령을 소개받아 인연을 쌓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정권 당시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미국으로 2차 망명을 떠나온 상태였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해 한인 교포들과 인권운동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꾸준히 인연을 쌓아나갔다.

이때 인연이 된 미국 정치인 중엔 현재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조 바이든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생활 전반과 정치인과의 교류를 바로 옆에서 도왔던 인물이 바로 박 전 원장이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부터 정치적 동질감을 느꼈고, 관계를 한국에서까지 이어나갔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면을 받자, 박 전 원장은 모든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전 원장이 비로소 중앙정치 무대를 밟게 된 건 국민의정부 출범 당시였다. 그는 당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주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김 전 대통령 캠프에 들어가 대변인 역할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중앙정치 경험을 쌓았다. 명실상부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은 박 전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가려 노력했지만, 대북 송금 특검에 휘말리며 한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영원한 비서실장’ DJ 발탁 후 승승장구
2016년 분당에 가장 난도질한 주범으로

모두가 그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평가할 때였던 2008년 무렵,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이때 그에게 붙은 별명이 ‘정치 9단’이다.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박 전 원장은 재선이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정보력, 정치감각 등을 뽐내며 민주당을 휘어잡았고, 곧바로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당의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3선에 성공했고, 같은 해 민주당 비대위원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시련은 곧 찾아왔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가 동시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갔다. 박 전 원장은 공석이 된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려 전당대회에 뛰어들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2위로 밀렸다. 

어수선했던 민주당 분위기 속에 박 전 원장은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2016년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한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당이었기에 목포에서 꾸준히 당선된 박 전 원장의 합류는 큰 호재였다. 

반면, 민주당에는 박 전 원장의 합류가 호남의 핵심기반을 잃는 뼈아픈 손실이 됐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국민의당이 호남 등에서 38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져갔다.

사실상 제20대 국회의 주인공 자리를 국민의당에 빼앗긴 셈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의 약진에 박 전 원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민주당을 나온 안 전 대표가 만든 정당이지만 ‘호남 정신’의 산증인인 박 전 원장이 합류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고 평가한 것이다.

모든 정치인생을 민주당에서 보냈던 박 전 원장이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고, 곧이어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때 배신감을 느낀 이들 중에는 현재 민주당의 현역으로 있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다.

한 번 배신
두 번 배신? 


정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에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나의 발인이 왜곡·편집돼 보도되고 박지원 전 원장이 ‘민주당 복당 보류 뒤 정청래에 사과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박 전 원장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최고위원이 문제삼는 부분은 박 전 원장의 탈당 이력이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원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력을 두고 “민주당 당헌 84조에 경선불복 탈당자는 10년간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의 복당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지자 이에 불복하고 당을 나갔던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박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비판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자 ’너무 오만하다‘며 그를 맹렬 비판했던 바 있다. 그는 김대중정권 말기 때의 이회창 전 총재에 문 전 대통령을 빗대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전 원장이 대표로 있던 국민의당 측은 매일같이 문 전 대통령의 정책과 인사에 대해 비판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누리당보다 그 수위가 높았다.


이때 정계에 등장했던 말이 ’문모닝‘이다. 매일 아침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신조어다.

친명(친 이재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시다시피 ’문모닝‘이란 말을 만들어낸 게 박 전 원장 본인 아닌가”라며 “등에 칼 꼽고 나간 정당에 다시 돌아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본인 사법 리스크 떄문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많은 이들이 박 전 원장이 민주당에 기어코 돌아오려는 이유로 ’검찰 수사‘가 한몫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련된 참고인 수십명을 불러 소환조사했고, 이 중 몇몇은 구속 수사 중이다. 

특히,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박 전 원장과 함께 사건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2020년 있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내고 보고서를 만들어 윗선에 전달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안보실장
국정원장

즉, 북한군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인지, 월북을 하다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고 피살당한 월북자인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개입해 이씨를 단순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의심은 당시의ㅐ 정치적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과 관계를 공고히했던 문재인정부는 재임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개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현재 여권은 당시 북한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온 문재인정부가 이씨의 사망이 ’북한과의 관계를 망칠까봐‘ 일부러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씨의 사망은 당시 청와대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아직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그 당시 사건을 조작할 동기는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작하려면 국가안보실 혼자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정원 또한 여기에 협조해야 하고, 그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은 서 전 실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실장이 구속되자 마음이 급해진 쪽은 박 전 원장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경우처럼 박 전 원장이 이대준씨 사망과 관련된 ’문건 삭제 지시‘와 평범한 시민을 강제로 ’월북몰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교도소보다 당으로 가는 게 낫다?
친명계로? 야당탄압 프레임 필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14일 박 전 원장을 소환조사해 그가 이대진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는지, 또 월북몰이에 불리한 증거들을 강제로 삭제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박 전 원장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이 최근 복당에 대한 의견을 지도부 쪽에 강력히 어필한 것으로 안다”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검찰이 박 전 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당 차원에서 그를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복당을 최종 허가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이 같은 바람과 전혀 연관 없지 않다. 민주당은 박 전 원장을 당내로 끌어들여 ‘야권탄압’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넣으려 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검찰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양팔이 진즉에 잘려나간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박 전 원장을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도 알고, 사법 리스크로부터 민주당 도움을 받으려하는 것도 안다”며 “그런 이해관계가 현재 이 대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아예 없지 않아 보인다”고 <일요시사>에 알렸다.

이 대표도 박 전 원장과 함께 검찰로부터 ‘탄압받는’ 모양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는 박 전 원장이 전통 민주당 정치인인 만큼 친문계 세력들과의 통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고 있다.

비록 지난 탈당 과정에서 친문계에 많은 적을 만들고 떠난 박 전 원장이지만 그는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있는 데다, 특유의 화술과 리더십으로 각종 협상에서 친문계와 친명계, 양측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다.

즉, 박 전 원장의 복당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정치적 재기와 사법 리스크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고, 친명계 지도부는 ‘야당탄압’의 프레임과 민주당의 대통합이 필요하다. 정 최고위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박 전 원장이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해관계
대통합? 

민주당은 두 번의 선거 패배, 계파 갈등 고조 등으로 좋지만은 않았던 한 해를 보냈다. 민주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 전 원장의 복귀로 민주당이 내년엔 재도약할 수 있을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 정권 수사, 감사원 파고 마무리?

전임 정권을 수사하는 데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검찰이 수사를하거나 특검이 임명돼 수사하는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봐왔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정권 들어서는 유독 감사원이 활약을 펼친다. 

서훈, 박지원, 서욱 등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도 감사원이었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도, 이번에 있었던 통계청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도 모두 감사원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여의도에선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 수사에 부담이 된 것 같다. 검찰이 감사원에게 그 역할을 일임하고, 그 다음 사건을 마무리짓는 게 요즘 관례”라며 “속이 뻔히 보인다. 어차피 목표는 문재인 대통령 구속”이라고 말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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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