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민주당-박지원 동상이몽 내막

성골이 돌아왔다, 하필 이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치 9단’ ‘능구렁이’ ‘마당발’ ‘킹메이커’ 오래된 정치 커리어만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채롭기만 하다. 약 6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온 박 전 원장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그에게 ‘배신자’로 낙인찍던 세력과 대립해야 하고, 새로운 동지가된 세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한 달간 더불어민주당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거취를 두고 많은 내부 토론이 오갔다. 과거 민주당을 ‘배신’하며 문을 박차고 나간 그를 버려야 한다는 반대 의견과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복당시켜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갈리며 물밑 다툼을 펼친 것이다.

민주당
산증인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던 중 이재명 대표가 찬성 측에 힘을 실어주며 박 전 원장의 복당은 결국 승인으로 일단락됐다.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의 흥망성쇄를 함께한 잔뼈 굵은 정치인이다.

사실 그는 정치와는 인연이 크게 없는 사업가 출신이다. 본래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청년 사업가였다. ‘미주 이민 1세대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던 박 전 원장을 본격적으로 정계에 끌어들인 인물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박 전 원장은 1970년대 ‘아메리카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이른바 ‘뷰티서플라이’라 불리는 가발 가게를 오픈해 큰 성공을 거두며 상당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인을 상대로 하는 뷰티서플라이 사업은 당시 대한민국의 가발 수출을 선도하는 효자 산업이었고, 박 전 원장과 같은 소매점주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유통 마진 등을 챙기며 돈을 벌었다.

국위선양이라는 이름하에 애국심을 느끼며 일하던 박 전 원장에게 김 전 대통령은 갑자기 찾아온 귀인이었다. 1980년 뉴욕경제인협회장을 지내던 박 전 원장은 <독립신문>이라는 주간지를 발행하던 김경재 전 총재에게 김 전 대통령을 소개받아 인연을 쌓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정권 당시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미국으로 2차 망명을 떠나온 상태였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해 한인 교포들과 인권운동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꾸준히 인연을 쌓아나갔다.

이때 인연이 된 미국 정치인 중엔 현재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조 바이든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생활 전반과 정치인과의 교류를 바로 옆에서 도왔던 인물이 바로 박 전 원장이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부터 정치적 동질감을 느꼈고, 관계를 한국에서까지 이어나갔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면을 받자, 박 전 원장은 모든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전 원장이 비로소 중앙정치 무대를 밟게 된 건 국민의정부 출범 당시였다. 그는 당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주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김 전 대통령 캠프에 들어가 대변인 역할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중앙정치 경험을 쌓았다. 명실상부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은 박 전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가려 노력했지만, 대북 송금 특검에 휘말리며 한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영원한 비서실장’ DJ 발탁 후 승승장구
2016년 분당에 가장 난도질한 주범으로

모두가 그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평가할 때였던 2008년 무렵,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이때 그에게 붙은 별명이 ‘정치 9단’이다.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박 전 원장은 재선이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정보력, 정치감각 등을 뽐내며 민주당을 휘어잡았고, 곧바로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당의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3선에 성공했고, 같은 해 민주당 비대위원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시련은 곧 찾아왔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가 동시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갔다. 박 전 원장은 공석이 된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려 전당대회에 뛰어들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2위로 밀렸다. 

어수선했던 민주당 분위기 속에 박 전 원장은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2016년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한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당이었기에 목포에서 꾸준히 당선된 박 전 원장의 합류는 큰 호재였다. 

반면, 민주당에는 박 전 원장의 합류가 호남의 핵심기반을 잃는 뼈아픈 손실이 됐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국민의당이 호남 등에서 38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져갔다.

사실상 제20대 국회의 주인공 자리를 국민의당에 빼앗긴 셈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의 약진에 박 전 원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민주당을 나온 안 전 대표가 만든 정당이지만 ‘호남 정신’의 산증인인 박 전 원장이 합류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고 평가한 것이다.

모든 정치인생을 민주당에서 보냈던 박 전 원장이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고, 곧이어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때 배신감을 느낀 이들 중에는 현재 민주당의 현역으로 있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다.

한 번 배신
두 번 배신? 


정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에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나의 발인이 왜곡·편집돼 보도되고 박지원 전 원장이 ‘민주당 복당 보류 뒤 정청래에 사과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박 전 원장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최고위원이 문제삼는 부분은 박 전 원장의 탈당 이력이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원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력을 두고 “민주당 당헌 84조에 경선불복 탈당자는 10년간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의 복당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지자 이에 불복하고 당을 나갔던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박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비판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자 ’너무 오만하다‘며 그를 맹렬 비판했던 바 있다. 그는 김대중정권 말기 때의 이회창 전 총재에 문 전 대통령을 빗대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전 원장이 대표로 있던 국민의당 측은 매일같이 문 전 대통령의 정책과 인사에 대해 비판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누리당보다 그 수위가 높았다.


이때 정계에 등장했던 말이 ’문모닝‘이다. 매일 아침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신조어다.

친명(친 이재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시다시피 ’문모닝‘이란 말을 만들어낸 게 박 전 원장 본인 아닌가”라며 “등에 칼 꼽고 나간 정당에 다시 돌아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본인 사법 리스크 떄문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많은 이들이 박 전 원장이 민주당에 기어코 돌아오려는 이유로 ’검찰 수사‘가 한몫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련된 참고인 수십명을 불러 소환조사했고, 이 중 몇몇은 구속 수사 중이다. 

특히,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박 전 원장과 함께 사건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2020년 있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내고 보고서를 만들어 윗선에 전달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안보실장
국정원장

즉, 북한군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인지, 월북을 하다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고 피살당한 월북자인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개입해 이씨를 단순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의심은 당시의ㅐ 정치적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과 관계를 공고히했던 문재인정부는 재임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개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현재 여권은 당시 북한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온 문재인정부가 이씨의 사망이 ’북한과의 관계를 망칠까봐‘ 일부러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씨의 사망은 당시 청와대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아직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그 당시 사건을 조작할 동기는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작하려면 국가안보실 혼자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정원 또한 여기에 협조해야 하고, 그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은 서 전 실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실장이 구속되자 마음이 급해진 쪽은 박 전 원장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경우처럼 박 전 원장이 이대준씨 사망과 관련된 ’문건 삭제 지시‘와 평범한 시민을 강제로 ’월북몰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교도소보다 당으로 가는 게 낫다?
친명계로? 야당탄압 프레임 필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14일 박 전 원장을 소환조사해 그가 이대진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는지, 또 월북몰이에 불리한 증거들을 강제로 삭제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박 전 원장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이 최근 복당에 대한 의견을 지도부 쪽에 강력히 어필한 것으로 안다”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검찰이 박 전 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당 차원에서 그를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복당을 최종 허가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이 같은 바람과 전혀 연관 없지 않다. 민주당은 박 전 원장을 당내로 끌어들여 ‘야권탄압’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넣으려 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검찰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양팔이 진즉에 잘려나간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박 전 원장을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도 알고, 사법 리스크로부터 민주당 도움을 받으려하는 것도 안다”며 “그런 이해관계가 현재 이 대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아예 없지 않아 보인다”고 <일요시사>에 알렸다.

이 대표도 박 전 원장과 함께 검찰로부터 ‘탄압받는’ 모양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는 박 전 원장이 전통 민주당 정치인인 만큼 친문계 세력들과의 통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고 있다.

비록 지난 탈당 과정에서 친문계에 많은 적을 만들고 떠난 박 전 원장이지만 그는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있는 데다, 특유의 화술과 리더십으로 각종 협상에서 친문계와 친명계, 양측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다.

즉, 박 전 원장의 복당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정치적 재기와 사법 리스크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고, 친명계 지도부는 ‘야당탄압’의 프레임과 민주당의 대통합이 필요하다. 정 최고위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박 전 원장이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해관계
대통합? 

민주당은 두 번의 선거 패배, 계파 갈등 고조 등으로 좋지만은 않았던 한 해를 보냈다. 민주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 전 원장의 복귀로 민주당이 내년엔 재도약할 수 있을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 정권 수사, 감사원 파고 마무리?

전임 정권을 수사하는 데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검찰이 수사를하거나 특검이 임명돼 수사하는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봐왔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정권 들어서는 유독 감사원이 활약을 펼친다. 

서훈, 박지원, 서욱 등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도 감사원이었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도, 이번에 있었던 통계청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도 모두 감사원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여의도에선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 수사에 부담이 된 것 같다. 검찰이 감사원에게 그 역할을 일임하고, 그 다음 사건을 마무리짓는 게 요즘 관례”라며 “속이 뻔히 보인다. 어차피 목표는 문재인 대통령 구속”이라고 말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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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