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초가’ 문재인 옥죄는 네 가지 검날

검찰 칼춤 추는데 문빠는 조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주변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을 뜻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노래’에 시달리고 있을 듯하다. 재임 시기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들춰지면서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모양새다. 여기에 공고했던 지지층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저는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 일체 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대통령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잊히고 싶다
SNS 등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엔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물면서 자연과 벗 삼아 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지난 5월9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되지 않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에 나섰다. 

책을 추천하거나 자신과 반려동물을 근황을 알리는 등 꾸준한 SNS 활동을 이어갔다. 언론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구심점이 사라진 ‘친문(친 문재인)’과 지지세력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의견과 자연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어떤 해석이 맞든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이 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그 존재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일어난 사건이 재부각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중이다.

지난 14일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실종됐다가 숨진 사건이다. 이씨는 실종 지점에서 38㎞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이 화두로 떠오른 건 문정부 조사와 윤석열정부의 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 문정부는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윤정부 해경과 국방부는 지난 6월 결과를 번복했다. 결과가 180도 달라지면서 당시 사건 관련자가 줄줄이 언급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턱밑까지
서훈 구속·박지원 조사·유족 고소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삭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 조사 전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떤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으며 국정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정원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회의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안 유지를 명목으로 관계기관에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서 전 실장의 구속, 박 전 원장의 소환 조사가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5일 검찰 조사 후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조사가)문 전 대통령까지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저한테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고했느냐’를 물었을 것인데 전혀 말이 없었다”며 “제가 받은 감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니고 아마 제 선에서 끝나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검찰 수사가 더 윗선으로는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씨의 유족 측은 박 전 원장의 검찰 조사 날인 지난 15일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뒤바뀐 결과
확대된 수사

법조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이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았음에도 즉시 북한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발표한 점 등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최종 승인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변부를 향한 검찰의 칼날도 매섭다. 지난 8일 검찰은 타이이스타젯 배임 사건과 관련해 시한부 기소중지 조치를 해제하고 이스타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월 기소중지 처분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을 실소유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취업해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이 전 의원이 차명으로 운영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청년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미래를 훔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는 그야말로 공정이라는 가식의 탈을 쓴 민주당정권 비호 아래 자행된 ‘청년 기만극’”이라면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스타항공을 국정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위·아내
현재진행형

서씨는 증권·게임업계 출신으로 항공업 경력이 사실상 없다. 그는 이 전 의원이 2017년 2월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고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전무이사로 근무했다. 서씨 가족도 태국으로 이주했는데 당시부터 별다른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아 ‘유령회사’란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의 인사 및 공천과 서씨의 채용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2020년 9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뇌물죄로 고발당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도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2019년 3월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상, 구두, 액세서리 비용 등을 공개해달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문정부 청와대는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윤정부가 항소를 취하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정부는 항소를 유지하기로 한 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전비용 관련 정부 예산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 실적에 대해 “각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주변부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을 신경쓰이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문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윤정부 들어 하나씩 뒤집어지고 있는 것.

탈원전·문재인케어 폐기 수순
개딸에 밀려 지지세력 줄었나?

최근에는 ‘문재인케어’가 표적이 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케어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의 건강보험개혁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보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있다”며 “건보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탈원전 정책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올해를 ‘원전 사업 재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

이는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전 사업을 우리 수출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위상을 다시금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정부의 연이은 ‘문 뒤집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서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은 우리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윤정부의 문재인케어 폐기를 두고 “한 마디로 얼빠진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라진 방패
속수무책?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예전만큼 화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자를 가리키는 ‘문빠’의 활동력이 많이 뜸해졌다는 의견이 있는 것. 일각에서는 민주당 이 대표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세력이 커지면서 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