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BGF그룹 오너 2세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오너의 두 아들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주사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기 시작한 양상이다. 장남은 주력 사업, 차남은 신사업을 맡은 큰 그림도 명확해졌다.
홍석조 BGF 회장은 지난달 30일,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과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다량의 지분을 넘겼다. 홍 회장이 두 아들에게 매각한 주식은 총 2005만190주(21.14%)에 달한다.
보폭 확대
이번 지분 증여로 홍 회장이 보유한 BGF 주식은 기존 5015만9215주에서 3100만9025주로 줄었다. 대신 홍정국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10.29%에서 20.77%로, 홍정혁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0.03%에서 10.5%로 높아졌다.
홍 회장은 지분율이 크게 감소했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했다. 이번 주식거래를 통해 세금 부담은 덜면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증여를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신호탄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홍정국 사장은 2020년 BGF 사장에 오르며 2세 경영 시대를 이끌어왔다. 홍정혁 사장도 지난달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분 증여가 뒤따르면서 그룹의 지배력이 홍 회장의 2세들에게 이전되는 경향은 한층 명확해졌다.
블록딜을 계기로 홍 회장의 두 아들이 그룹의 사업 부문을 나눠 맡은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장남이 주력인 BGF리테일(편의점 CU 운영사)을 물려받고 차남은 BGF에코머티리얼즈를 축으로 하는 신사업을 맡는 방식이다.
발 빠른 대물림 작업
큰그림 그리며 교통정리
재계에서는 차남의 위상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홍정혁 사장은 올해 소재 계열사의 통합 수장에 올랐고, 2023년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홍정혁 사장의 비중 확대는 BGF에코머티리얼즈에 대한 그룹의 기대치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BGF그룹은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하고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사업을 시작했고, 곧바로 생분해성 발포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기술력을 갖는 KBF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소재 전문 생산업체 코프라(KOPLA)를 발굴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지난 7월 BGF는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관리 구조를 일원화했고, 지난달 1일 코프라와 BGF에코바이오가 합병하면서 BGF에코머티리얼즈로 새롭게 출범했다.
업계에선 BGF가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에서 매출 규모는 BGF리테일이 절대적이지만 향후 그룹의 향방은 동생이 이끄는 소재 사업 성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홍정혁 사장이 사장에 오른 뒤 두 형제간 사업 교통정리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홍종혁 사장은 이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BGF리테일 지분 2만8996주를 모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28억원 수준이다.
밀어주기
BGF그룹 2세 경영자들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정국 사장과 홍정혁 사장 모두 지주사인 BGF 지분을 소유했기 때문에 계열분리할 경우 인적 분할을 통한 사업 분리가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