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소위 ‘수원 발바리’로 불리던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그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경기도 수원 일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장본인으로, 징역 15년형을 받아 복역한 후 지난 10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그가 출소 후 거주지로 선택한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의 수원대학교 인근 원룸.
문제는 이곳이 수원대에서는 약 120m, 수기초등학교에서는 약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 화성시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주민들은 즉시 ‘박병화 화성퇴출 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도 수원대 인근에서는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일요시사>는 박병화의 거주지를 직접 찾아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추운 겨울에 걸맞게 을씨년스러운 거리의 풍경.
평범한 대학 원룸촌이었던 장소 곳곳에 안내문이 걸렸습니다.
어느 길에서도 ‘박병화 퇴출’ 국민청원동의를 촉구하는 글을 볼 수 있었고, 초등학교 앞에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현수막이 있었는데요.
말 그대로 온 동네가 박병화를 거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원대 원룸촌 자취생 A씨: 저는 과오빠가 삼단봉을 줬어요. 밤에 잘 안다니려고 하죠. 가게들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있어요.
박병화 거주지 인근 거주민 B씨: 박병화 퇴거 시위를 하니까 거주민분들이 시위로 인해서 소음(피해)가 좀 크고…일단은 보호관찰시설 그런 곳으로 가기를 권하고 있어요.
박병화가 거주하는 빌라에 도착하자, 경비 중인 경찰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박병화는 원래 보호관찰시설에서 거주를 희망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그는 1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정기적인 정신과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며,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외출이 제한됩니다.
만일 그 외의 시간에 외출할 경우 강력팀이 동행합니다.
또 인근 지역에는 경찰 지구대와 기동대 인원 10명이 상시 배치되지만, 화성시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박병화의 집에서 약 7분 거리에 위치한 수기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근심은 특히 더 깊습니다.
수기초등학교 하원 도우미 C씨: 무섭다는 생각이 들죠. 학원 차로 가는 애들도 있고, 부모들이 데려가는 애들도 있고. 나머지는 몇 명 안 돼요. 개별적으로 가는 거.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주고, 겁이 나니까... 박병화가 이 곳으로 오면서 여기 4명(하원 도우미)가 와있는 거예요. 뭐 다른 데로 가야 여기가 조용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다른 데는 다른 데대로 또 그럴 거 아니에요.
법조계는 박병화의 퇴거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국내에는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행법으로는 박병화의 거취가 어디로 정해지든,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막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상습 성범죄자에게 40~50년형을 선고하는 해외와 비교해, 그렇지 못한 국내의 양형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화성시 주민들은 아직도 불안에 떨며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몇 명씩 출소하는 흉악 성범죄자들.
만약 이들의 거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애꿎은 주민의 삶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합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김민주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