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잔금 지급 전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

[Q] 매매나 임대차계약 잔금 지급 이전에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해봐야 하나요?

[A] 등기사항증명서는 매매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잔금 지급 전에도 반드시 발급 또는 열람을 해봐야 합니다. 

등기에 대해 민법은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해야 그 효력이 생기고(제186조), 다만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등기를 하지 하지 않으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제187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등기할 수 있는 권리로 ‘①소유권 ②지상권 ③지역권 ④전세권 ⑤저당권 ⑥권리질권 ⑦채권담보권 ⑧임차권으로 정하고,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권리의 보존, 이전, 설정, 변경, 처분의 제한 또는 소멸에 대해 등기한다(제3조)’고 정하고 있습니다.

유치권과 점유권은 부동산의 점유 자체를 공시방법으로 하므로 등기할 수 없고, 임차권이나 환매권은 물권은 아니지만 등기능력이 인정됩니다.

부동산 물권은 아니지만 권리질권(민법 제348조)은 저당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그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도 미친다는 것을 공시하기 위해 등기능력을 인정하고, 또 물권은 아니지만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공시하기 위해 부동산임차권(부동산등기법 제3조), 부동산환매권(부동산등기법 제53조), 신탁(부동산등기법 제81조)에 대해 등기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인 또는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이 동산 담보약정에 따라 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와 담보약정에 따라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명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담보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1조).

부동산등기부는 토지등기부와 건물등기부로 구분하고, 각 등기부는 표제부(表題部), 갑구(甲區), 을구(乙區)로 편성돼있습니다. 선박등기부에는 선박관리인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기 위한 병구(丙區)가 별도로 있습니다.

토지등기기록 표제부에는 소재지번, 지목, 면적 등을, 건물등기기록의 표제부에는 소재지번 및 건물내역 등이 기재돼있습니다.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는 부분입니다. 

을구에는 소유권 외의 권리 즉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권리질권·채권담보권·임차권 등에 관한 사항을 기록합니다(부동산등기법 제15조 제2항). 을구에 기록사항이 없을 때에는 이를 두지 않습니다.

그 밖에 법원 또는 관공서 등의 촉탁에 의한 등기로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공매공고 등기,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 가등기(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담보가등기), 가압류등기, 가처분등기,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 등이 있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는 먼저 발행일자를 확인하고(당일 발급한 건지), 표제부, 갑구, 을구의 각 페이지에 결번이 없는지, 을구에 기재사항이 없을 때는 ‘기록사항 없음’이라고 기재돼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발급받거나 열람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등기소에 가지 않더라도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로그인해 발급받거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도 반드시 발급 또는 열람을 해봐야 합니다. 임대인이 담보권설정등기 등을 한 경우도 문제지만 임대인도 모르는 경매기입등기, 가압류나 가처분,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등기가 돼있을 수도 있습니다.

표제부의 등기는 부동산표시의 등기로서 ‘사실의 등기’라고도 하고, 갑구·을구의 등기는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관한 등기로서 ‘권리의 등기’라고도 합니다.

표제부에 기재된 등기기록이 토지대장, 임야대장, 건축물대장 등에 기재된 것과 다른 경우에는 대장을 첨부해 표시변경등기를 신청하면 변경등기가 됩니다. 

반면 등기부의 갑구·을구에 기재된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이 대장에 기재된 사항과 다를 경우에는 등기사항증명서를 대장 소관청에 가져가서 대장에 기재해달라고 신청하면 변동사항을 기재해줍니다. 

같은 부동산에 관해 등기한 권리의 순위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등기한 순서에 따릅니다. 등기의 순서는 등기기록 중 같은 구에서 한 등기 상호간에는 순위번호에 따르고, 다른 구에서 한 등기 상호간에는 접수번호에 따르며, 부기등기의 순위는 주등기의 순위에 따릅니다.

다만 같은 주등기에 관한 부기등기 상호간의 순위는 그 등기순서에 따릅니다(부동산등기법 제4조, 제5조).

등기신청은 등기신청정보가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저장된 때 접수된 것으로 보고, 등기관이 등기를 마친 경우 그 등기는 접수한 때부터 효력을 발생합니다(부동산등기법 제6조).

건물 일부에 대한 전세권자에게 건물 전부에 대한 우선변제권은 인정되나(민법 제303조), 건물의 일부에 대해 전세권이 설정돼있는 경우,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목적물이 아닌 나머지 건물부분에 대해 경매신청을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1마212 결정), 그 부분만을 분할하지 않는 한 건물전부에 대한 경매신청은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전세권자가 경매신청을 위해서는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은 후 강제경매신청을 해야 하고, 그 매각절차에서 전세권에 기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권은 부동산의 일부에는 설정이 가능하나 이용권으로서의 성질상 지분에는 설정을 할 수 없으므로 집합건물에 있어서 특정 전유 부분의 대지권에 대한 전세권설정등기를 할 수 없어(등기선례 제4-449호), 전세권은 ‘건물만에 관한 것’이라는 부기등기를 하게 되지만(부동산등기규칙 제119조), 전세권자는 대지권의 매각대금에서도 배당을 받습니다(2001다68389). 

다만 대지권의 환가대금에 대한 배당순위에 있어, 위 전세권이 대지사용권이 성립하기 전의 토지에 관해 이미 설정된 저당권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대지사용권에 대한 전세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이 성립함으로써 비로소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대지사용권이 성립하기 전에 그 토지에 관해 이미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자의 권리를 해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2001다68389).

토지에 관해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가등기 등의 등기가 있는 상태에서 대지권의 등기를 할 경우 토지등기기록을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둔 다음 집합건물등기기록에 별도등기가 있다는 취지의 등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는 반드시 토지폐쇄등기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근저당권에 관해 채권의 총액이 그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근저당권자와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의 관계에서는 위 채권 전액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근저당권의 효력은 채권최고액과는 관계없이 잔존채무에 여전히 미칩니다(2000다59081).

따라서 매각대금 중 그 최고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있더라도 이는 근저당권설정자에게 반환할 것은 아니고, 근저당권자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채무의 변제에 충당해야 합니다(2008다4001).

반면 근저당권설정자가 물상보증인(채무자 아닌 근저당권설정자)이거나 목적부동산에 관해 제3취득자가 생긴 경우에는 위 잔액은 근저당권설정자(물상보증인)나 제3취득자에게 교부돼야 합니다. 근저당권의 물상보증인은 민법 357조에서 말하는 채권의 최고액만을 변제하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청구를 할 수 있고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채권액까지 변제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74다998).

근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의 당사자들이 그 목적이 된 토지 위에 차후 용익권이 설정되거나 건물 또는 공작물이 축조·설치되는 등으로써 그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저감하는 것을 막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해 담보권과 아울러 지상권을 설정한 경우에 담보권이 소멸하면 등기된 지상권의 목적이나 존속기간과 관계없이 지상권도 그 목적을 잃어 함께 소멸합니다(대법원 2012다97871,97888 판결).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규약이나 공정증서로써 달리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유부분과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인정되므로(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2항), 대지소유권을 가진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을 매수해 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매수인은 전유부분의 대지사용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에 관한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때에도 이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또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전유부분과 토지공유지분(이하 ‘대지지분’이라고 한다) 중 전유부분만에 관해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규약이나 공정증서로써 달리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에까지 미치므로, 전유부분에 관해 설정된 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에서 전유부분을 매수한 매수인은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함께 취득하고,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에 관한 저당권을 존속시켜 매수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이상, 설사 대지사용권의 성립 이전에 대지에 관해 설정된 저당권이라고 하더라도 대지지분의 범위에서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이 정한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해 매각으로 소멸하는 것이며, 이러한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의 취득이나 대지에 설정된 저당권의 소멸은 전유부분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대지지분에 대한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대지의 저당권자가 배당받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2012다103325).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해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습니다(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이 경우 대지사용권에 대해 민법 제268조(공유물의 분할청구)는 그 적용이 배제됩니다(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등기사항증명서에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6조에 의한 목록’이 공장저당권설정의 등기가 된 때에는 이 목록은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고 그 기록은 등기로 봅니다(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6조, 제36조).

위 목록에 기재된 기계, 기구, 기타 공장의 공용물에 대해서는 공장저당 물건인 토지 또는 건물과 일괄해 경매해야 하고(대법원 2001마785 결정), 공장저당의 목적인 동산은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8조 제2항에 의해 유체동산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른바 압류금지물에 해당하므로, 집행관은 압류해서는 안 됩니다(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8조).

다만 양도담보부소비대차 공정증서에 의한 압류신청인 경우 등기사항증명서상의 저당권설정일자와 양도담보부소비대차공정증서의 작성일자를 비교해 공정증서 작성일자가 빠른 경우에는 집행이 가능합니다.

압류금지규정을 어긴 압류의 경우에 집행관이 직권으로 취소할 수는 없고 집행에 관한 이의(민사집행법 제16조)로 다퉈야 합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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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