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쥐고 있는 대장동급 뇌관 추적

부정하거나 사라지거나 희망살림 그때 그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검찰의 포위망이 시시각각 좁혀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손발’이 잘려나가는 형국. 이 대표가 ‘정치적 동지’라고 표현한 이들은 이미 구속됐다. 

흐릿했던 실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망령’처럼 주변을 떠돌던 의혹들이 점차 분명해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조이는 검
사면초가

최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잇따라 구속됐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다. 검찰의 칼날은 빠른 속도로 이 대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에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언급 대신 민생 메시지를 내놓으며 ‘강대강’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정 실장이 구속되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조직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제 유일한 걱정은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 파괴에 혈안인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하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속속 입을 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도 석방됐다. 이른바 대장동 3인방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측’의 숨은 지분이 있고 배당수익 중 700억원(공통비, 세금 등 제외 428억원)을 약속했다고 증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일단 김씨는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돌린 상태다.

문제는 이미 번지기 시작한 불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기에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이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단법인·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영전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 차병원 등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두산건설은 당시 50억원 상당의 광고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두산건설 외에 다른 기업으로도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린 기업은 네이버. 네이버는 여타 기업과 달리 시민단체를 통해 성남FC에 우회 지원했다.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는 2015년 5월 4자간 협약을 맺었다.

성남시청에서 진행된 4자 협약식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김진희 네이버I&S 대표, 곽선우 성남FC 대표, 그리고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4자 협약서에는 ▲네이버가 2015~2016년 2년간 희망살림에 4회에 걸쳐 10억원씩 후원금을 지급하고 ▲희망살림은 성남FC에 1년에 현금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남FC는 그 조건으로 희망살림의 ‘롤링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한다고 명시했다.

성남시는 행정 지원을 맡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 희망살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희망살림을 구성했던 인물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불거졌다. 희망살림은 2019년 롤링주빌리로 법인명을 바꿨다. 이후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가 설립됐다. 희망살림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세간에는 주빌리은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두산 이어
다른 기업도?

사단법인 롤링주빌리와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는 모두 부실채권을 매입해 전액 소각하고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빚 탕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두 롤링주빌리에서 핵심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제 전 의원이다. 제 전 의원은 2013~2014년 <경향신문>에 ‘제윤경의 희망살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당시 에듀머니 대표라고 소개된 제 전 의원은 2013년 1월20일 기고한 ‘탐욕에 눈먼 부실채권 시장’에서 “한 번의 실패로 추노꾼과 같은 추심회사의 끝나지 않는 빚 독촉에 직면하면 패자 부활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라고 적었다. 한 자영업자가 빚에 허덕이다가 무너진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제 전 의원은 희망살림에서 이사로 활동했고 4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당시 김재욱 목사가 희망살림 대표를 맡고 있던 때라 제 전 의원의 참석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협약식 등에는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의 경우는 이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 전 의원을 희망살림 대표로 표기할 정도다.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서울시 기부금품 모집 등록 내역’에는 제 전 의원이 아예 대표자로 등장한다. 2015년 롤링주빌리가 서울시에 제출한 내역에는 제 전 의원이 대표자로 표기돼있다. 이후 제 전 의원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20년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로 임명됐다.

제 전 의원은 지난 3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정치권에서 제 전 의원의 이름이 언급되는 와중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제 전 의원의 공식 직함은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시끄러운데
두문불출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도 희망살림 대표 출신이다. 2015년 4월 김재욱 목사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희망살림을 이끌었다. 2018년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민주당 경선에서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 밀렸다. 2020년 7월 GH 사장으로 낙점됐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시기다.

최근 이 전 사장은 ‘GH 비선캠프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월 국민의힘으로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GH 합숙소를 이 대표의 캠프로 제공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GH는 2020년 8월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1채를 전세금 9억5000만원에 2년간 임대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아파트는 이 대표가 당시 거주하던 자택 바로 옆집이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이버는 후원금 지급이 완료된 직후인 2016년 말 성남 정자동 신사옥 착공을 시작했다. 당시 성남시장과 성남FC 구단주는 이재명 대표였고, 희망살림 대표는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 이후 희망살림 관련 인물은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영전했다”며 “제윤경 대표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로, 이헌욱 대표는 경기주택공사 대표로 임명됐다. 또한 당시 희망살림 의혹에 면죄부를 부여한 서상범 서울시 법률담당관은 이후 문재인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영전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와 관련해 또 언급되는 인물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유 원장에게 주빌리은행과 관련한 질의를 던졌다. 주빌리은행의 공동대표를 맡은 적이 있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유 원장은 ‘명예은행장’이라고 답했다.

‘손발’ 잘려나간 마당에…
시민단체가 네이버 잡을까

주빌리은행 홈페이지에는 유 원장이 명예은행장으로 소개된다. 유 원장은 명예은행장 인사말에서 “우리는 시민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사서 적극적으로 채무자를 구제하고 모든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드린다”며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삶 모두를 포기해가며 노예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인사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이라는 문구도 있다.


이 대표는 2015년 1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유종일 박사님과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거 아시죠?”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2015년 8월27일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주빌리은행 출범식 현장에도 이 대표와 유 원장이 나란히 등장한다.

유 원장을 소개할 때 ‘이재명의 경제 책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유 원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윤 의원이 “원장님은 이 대표의 경제 책사로 알려져 있죠?”라고 묻자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지, 이 대표를 위해 봉사하는지” 거듭 묻는 윤 의원에 질의에도 “이재명 대표하고 저하고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2014년 5월30일 당시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 대표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는 유 원장이 언급된다.

당시 이 대표는 ‘이재명 후보, 메이저급 정책자문단 실체 드러나. 유종일, 조국, 선대인, 한홍구, 이해영, 최태욱 등 으리으리한 정책자문단!’이라고 적었다. 당시 이 대표의 블로그에 게재된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정책자문단 명단’에도 유 원장(당시 KDI 교수)의 이름이 확인된다.

제 전 의원 역시 ‘에듀머니 대표’라는 직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서울시 기부금품 모집 등록 내역에도 2017~2019년 유 원장이 대표자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롤링주빌리의 대표는 설은주 변호사가 맡고 있다.

“모른다”
“위증이다”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유종일 KDI대학원 원장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국책연구원의 임원이면서 겸직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빌리은행’의 대표를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이 주빌리은행은 정식 은행도 아니고 불법 후원금의 자금세탁 통로로 의심받고 있는 단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원장은 대표를 맡은 적도 이 대표와 정치적 관계도 없다고 답했다가 재차 물으니 2016년부터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하며 “이는 명백한 위증이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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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