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안철수 오른팔 박선숙 역할론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1: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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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도 원순처럼… "정공법으로 대통령 만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저는 안철수 원장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하겠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그의 진심을 믿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선거전략통'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캠프의 선거총괄 역으로 자리를 옮겨 '안철수의 오른팔'을 자청했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가운데 안 전 원장 캠프에 합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선숙 전 의원이 어떤 인생사를 거쳐왔는지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민주통합당의 '전략통'으로 통하는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전 원장의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박 전 의원의 공식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안 전 원장의 선거를 총괄하는 선거대책위원장 격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민주통합당 측 인사가 안 전 원장 쪽으로 자리를 옮긴 최초의 인물이 됐다.

DJ정부 때 인연
"진정성 믿는다"

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해 시대의 무거운 숙제를 감당하기로 결심한 이상 안 원장의 새로운 변화에 함께하겠다"며 "당의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해온 동료들과 저를 아껴주셨던 당원 동지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결정이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라는 큰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길 바라고 또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박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 당시 정보화시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안 전 원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고, 그때 안 전 원장을 만나 우리 사회와 이웃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의 진심을 믿는다"며 안 전 원장과의 오랜 인연을 설명했다. 

이날 박 전 의원은 안 전 원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자리에 동행해 바로 곁에서 수행하며 대선정국이 끝날 때까지 안 전 원장 옆자리를 지킬 것을 예고했다.


박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실 공보기획비서관에 이어 최초의 여성 대변인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선 2년간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본부장을 맡았고,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전략홍보부장, 2008년 18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의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연달아 맡으며 선거분야의 '기획·전략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또 지난 4·11 총선에 앞서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전략통서 안캠프 선대위원장
최초의 청와대 여성대변인 "일 잘한다"

지난 20일 민주통합당은 박 전 의원이 안 전 원장 측 대선캠프에 합류한 데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음 날 우상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 분이 사심을 갖고 친정을 버리고 도망간 것이 아니고, 좀 더 큰 판을 만들어보겠다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이 안 전 원장에게 조력을 했다는 사실은 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1995년 이후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활동해 온 박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당의 후보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안 전 원장 측으로 간 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용광로 선대위'를 약속했지만,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선 과정에서 불만이 쌓인 비문세력이 안 전 원장 쪽으로 연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박 전 의원이 소속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인사들의 모임으로 민주통합당 내 최대 계파인 만큼 앞으로 안 전 원장의 우군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박 전 의원의 이탈에 따라 전·현직 의원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박 전 의원이 향후 예상되는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화에 청춘 바친
'386세대' 선두주자

안 전 원장 측 캠프의 선거를 총괄하게 된 박 전 의원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청춘을 불사른 '386세대'다.
그는 1960년 경기도 포천의 한 기지촌에서 태어나 미군이 철수하면서 동네 전체가 쇠락하는 걸 목격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치원이 없는 동네라서 다섯 살 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했고,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서울 이주를 결행한 덕분에 중·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닐 수 있었다.


박 전 의원은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역사학과에 진학해 친구 따라 야학에 갔다가 학생운동을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70년대 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유신 체제하에서 성장하면서 '내가 살아생전에 민주주의 된 나라를 볼 수 있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숨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1983년 박 전 의원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 참여하게 되고 이때 김근태 고문과 인연을 맺게 된다. 박 전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민청련을 비공개 의사결정구조에서 민주적으로 토론해서 결정하되 정치적 탄압은 공개된 지도부가 감당하도록 만든 조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고문이 민청련을 조직·활동하다 온갖 고문을 받고 고초를 당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민청련 소속이었던 박 전 의원도 학생운동을 하다 군인에게 잡혀 많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박 전 의원은 그 당시 너무나도 두렵고 끔찍했지만 김 고문을 비롯해 선배들 여럿이 고문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 일들을 버텨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81년에 유인물 만들어 뿌렸다가 대공분실에 잡혀가 온몸을 구타당했고 85년 구로 동맹파업 지지시위 당시엔 닭장차 안에서 불을 꺼놓고 군인들의 군홧발에 사정없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밥값' 위해
의정활동 힘껏 해야 해

박 전 의원은 김 고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정치에 떠밀리듯 들어오게 된 것이라 한다. 김 고문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후배들이 선배를 돕기 위해 팀을 만들면서 박 전 의원의 정치인생도 시작된 것. 그렇게 넉 달간 함께 일하다가 1995년 6월 첫 지방선거 당시 김 고문은 박 전 의원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추천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대변인 및 공보수석으로 청와대를 지키며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박 전 의원은 이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활동하며 김 고문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

국회에는 지난 18대 때 비례대표로 입성해 경제금융 관련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위 평가를 받는가 하면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18대 국회를 '최악의 몸싸움 국회, 난장판 국회'라고 정의하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보전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화한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갈 때쯤 대개가 짐을 싸느라 분주할 때도 박 전 의원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박 전 의원은 2011년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2011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상 수상했고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일 잘한다는 칭찬을 두고 박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최소한의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향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낼 수 없어 나라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박 전 의원은 당시 서울 동대문갑 후보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한 뒤 어떤 당직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그를 두고 '쉬운 지역구'를 받으려 한다는 뒷말도 무성했지만 불출마 선언으로 그러한 비판을 단칼에 쳐낸 것이다. 그 이후 박 전 의원은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야권 단일화를 주도했다.

고 김근태 고문과의 인연이 정치에 발들인 계기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MB와 한나라당의 복사판"

그러다 박 전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요청을 받고 공천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4·11 총선을  총괄 지휘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불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기운 선거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가장 먼저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 자리를 사퇴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의 여러 미흡한 점으로 인해,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벌여왔던 문제를 국민이 용인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금까지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순 범야권 단일화 후보 캠프에 민주당 몫으로 합류해 기획과 전략을 짰다. 이 같은 이력을 보면 향후 '문재인·안철수'단일화 논의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의원은 학생민주화운동, 환경부 차관, 국회의원 등 민주화 운동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 모두를 두루 경험했다. 그런 그에게 각 영역에서 공통되는 핵심 가치를 물으니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대답했다. 그 연장선에는 휴머니티라고 하는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을 할 때와 정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의 차이가 늘 존재했고 그것들을 좁혀가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 정치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이 있는 동료의 의견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수인 국민의 생각과 바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냐"며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없애기 위해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을 두고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과 MB의 한나라당은 정말 다른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박 후보가 협력하지 않았으면, MB는 4대강도 부자감세도 재벌 편들기도 할 수 없었다. 박 후보의 새누리당은 전혀 새롭지 않은 MB와 한나라당의 복사판으로 본다. 이대로 가면 정말 위험해진다"고 말해 박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정권 이양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의 과정은
차이를 좁히는 것

박 전 의원은 정치 판세를 읽는 눈이 탁월하고, 선거 전략을 내놓는 데 있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대변인을 맡아본 이력 때문인지 언론관계도 매끄럽게 처리한다는 호평을 듣는 편이다. 또 박 전 의원은 예의를 중시하면서도 재치가 넘쳐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보궐선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임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 80여 일을 앞두고 박 전 의원은 안 전 원장의 든든한 오른팔로 활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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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