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버티면 땡?’ 대형 포워딩 기업 사기 의혹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부산의 유명 포워딩 업체 A사가 주인 몰래 화물을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수협으로부터 A사가 보관하고 있는 화물의 선하증권을 매입했다. 하지만 A사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화물은 이미 빼돌려진 상황이었다.

선하증권의 허점으로 인해 국내 포워딩(화물배송·보관업체) 대표 기업 A사로부터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선하증권이란 해상운송계약에 따른 운송화물의 수령 또는 선적을 인증하고, 해당 물품의 인도청구권을 문서화한 증권으로 매매와 양수, 양도가 가능하다.

법 허점 이용
화물 빼돌리기

제보자는 “A사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수입자와의 공모로 수억원대의 화물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A사는 물류 운송 전반을 다루며 중국, 베트남 등에 해외 지사를 거느리고 있는 물류기업이다. 해상, 항공운송뿐만 아니라 내륙운송 및 운송을 위한 포장, 운송 일정을 맞추기 위한 컨테이너 터미널 등 관련 시설과 운송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A사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B씨에 따르면, 그는 2017년 9월 수협은행에서 감정평가를 받은 화물 2건에 대해 선하증권을 매입했다. 이후 수협은행으로부터 받은 선하증권으로 A사에 화물 인도를 청구했다.

B씨는 “기본적으로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하면 그에 따라 곧바로 화물을 인도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A사는 인도를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했다. 의구심이 생긴 B씨는 선하증권 이전 소유자인 수협과 함께 조사에 나섰다.


전 직원 동원한 연극…“감쪽같이 속았다”
상법 제814조… “1년 지나 부적법” 판결

결국 A사가 2014년 3월 무단으로 화물을 불법 반출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사는 수년간 화물을 보관 중인 것처럼 속여왔다. 이 사기행각에는 회장,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선하증권의 이전 소유자인 수협 측은 “주기적으로 화물 보관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때마다 A사는 화물을 보관 중이라고 거짓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에서는 주기적으로 실사를 나가 화물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A사 측은 동종의 다른 화물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치 보관 중인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썼다.

B씨는 “A사와 수입업자는 불법 출고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했다. 법원은 “상법 제814조 1항 ‘화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권이 소멸한다’에 적용돼 제소 기간을 도과했기 때문에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동종피해 급증
피해자만 속앓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B씨는 “수협과 A사에서 화물을 잘 보관하고 있다는데 재판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애초에 A사가 ‘화물은 무단 출고되고 없다’고 했으면 수협에서 선하증권을 매각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가 매입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A사는 1년만 속이면 발각되더라도 법에 아무런 저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회장 및 전 직원이 타인의 화물을 동의도 없이 조직적으로 무단 처분했다”면서 “누가 봐도 ‘도둑질’이라고 볼 수 있는데 1년만 속이면 아무런 처벌도, 배상도 안 된다는 것이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관련 피해 무더기… 법 개정 목소리
법무부 “법규정 달리하는 방법 고려”

B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사건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물운송업체 B사는 중국에서 화물을 들여온 뒤 선하증권을 발급했다. 발급한 선하증권은 곧바로 C씨에게 매각됐다. 이후 B사는 수입업자와 공모해 해외로 화물을 빼돌렸고 C씨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본인 화물이 제대로 보관돼있다고 믿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자신의 화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았던 법원도 상법 제814조 1항을 들어 소송이 부적합하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다른 운송업체 D사는 튀르키예에서 들여온 화물에 대해 선하증권을 발행했고 E씨에게 매각헀다. 하지만 D사가 보관업체로 화물을 이송하던 중 화물의 80%가 파손됐다. D사는 해당 사실을 2년 동안 숨겼다. 시간이 흘러 이 사실을 확인한 E씨는 D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지만 앞서와 같이 패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선하증권 사기사건에 피해자는 있고 피의자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배상받을 길이 없어진 피해자만 모든 것을 떠안는 사태가 발생한다.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입법의 문제
법무부 나서나

‘제소 기간이 도과했을 때 피해자는 그 이익을 포기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법적 성격을 달리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고 답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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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