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1일, 여권 내부서 첫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MBN과의 인터뷰서 “추모의 시간에 맞는 발언을 했어야 하는데 (이상민 장관의)발언은 오히려 추모의 시간을 갖는 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신중치 못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가 있을 예정인데 이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시고 야당에서도 추모의 시간을 가는 의미를 되새겨 지나친 정쟁으로 발언 자체를 몰고가는 건 삼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추모의 시간이라서 추궁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지나친 정쟁은 추모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앞으로는 추궁의 시간, 대책 마련의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궁의 시간은 진상을 규명하는 일일 테고, 대책 마련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가 압축적인 성장을 하면서 따라가지 못했던 사회시스템,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소홀하게 해서 다시 또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고 부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이번 참사를 책임있게 수습해야 할 정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말들이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연일 무책임한 면피용 발언으로 논란 중심에 선 이 장관은 이미 여당 안에서도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사고 발생 18시간 만에 입장을 낸 박 구청장의 ‘주최자가 없으니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도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난안전법 4조엔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그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무한 책임져야 하는 지방정부의 주무장관과 구청장으로서 대형참사를 미리 막지 못했다면 자중하면서 수습이라도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그 원인을 제도의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도 국가 애도 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행사 주최자가 없으면 현 재난안전법 대원칙에 따라 서울시, 용산구청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할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성만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면피성 발언을 넘어 국민들을 무시하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책임 의식이 전혀 없는 오만방자한 표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은)뒤집어서 얘기하면 사고는 필연이었다는 뜻 아니겠나. 사고가 필연일 것 같으면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장관의 책무”라며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들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말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켰어야 하는데 제가 관리를 잘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철저히 따져나가서 국민들을 안전하게 만들겠습니다’가 당연한 순서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현 정권을 보면 본인들이 정권을 잡아서 대통령, 장관, 구청장의 책무가 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돼있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생각에 기초했기 때문에 이 장관과 같은 그런 망언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짚었다.
이 장관은 앞서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 때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31일 오전에는 합동분향소 조문 후 전날 발언에 대해 취재진에게 “정확한 사고 원인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오후에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