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⑤> 고독한 죽음 배웅하는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품정리사.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다. 이들은 세상을 떠난 이가 남기고 간 물건과 그 자리를 정리한다. 이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다”는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를 만나봤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찾아갔다.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머문 자리를 청소한다. 범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 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의 고객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유품정리사의 길
“꼭 필요한 직업”

-유품정리사란?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유품정리를 유족들이 한다. 하지만 남이라면 모를까 가족이 고독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직접 정리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유족을 대신해 고독사나 극단적인 선택, 살인사건 현장의 특수청소를 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서 유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유품정리의 절차는?


▲상황마다 다르다. 바로 현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주택 같은 경우는 바로 작업이 안 된다. 냄새가 많이 나 소독을 먼저 해 놓고 이틀 정도 있다가 작업에 들어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바이러스 소독을 먼저 한다. 그다음에 묵념을 하고 돌아가신 자리부터 청소를 한다.

청소를 다 끝낸 다음에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은 부엌, 한 사람은 작은 방, 한 사람은 큰 방 이런 식으로 정리해가면서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구분한다. 가족에게 전달해야 할 유품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장례지도사에서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는?

▲장례를 치르고 간 유족의 요청으로 고인의 집을 정리해준 적이 있다. 참혹하게 돌아가신 분의 공간을 가족이 청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례지도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날 있었던 기억과 감정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작성했다.

이를 보고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의 필요성을 느껴 유품정리사를 시작하게 됐다.

유품정리사 이전 10년간 장례지도사로 활동
“꼭 필요한 일이라 느껴 전업…하루하루 보람”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의 차이점은?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모든 것을 본다. 시작할 때는 집만 정리하면 되는 줄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인의 옷이나 신발 등으로 체격을 알 수 있고 생전의 사진, 노트, 일기장을 보면 모든 인생이 보인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고비가 있었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 지도 이해하게 된다.

-1세대로서의 고충은?

▲참고할만 한 것이 없었다. 직접 일하면서 ‘이럴 땐 이런 게 필요하겠구나’ ‘저런 게 필요하겠구나’ 직접 체득했다. 처음엔 약도 없었다. 사람이 단백질로 구성돼있다 보니 부패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의 물질을 잡는 약이 필요했다. 쓰레기 매립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쓰는 약품을 사용해봤지만 맞지 않았다.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가면서 준비했다. 

-최악의 경험은?

▲한번은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유족이 들이닥쳤다. 고인이 아파트 몇 채에, 현금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찾으러 온 것이다. 청소를 멈추게 하고 물건을 바닥에 쏟아가며 무언가를 찾았다. 결국 찾으려던 것을 찾지 못하자 우리가 가져간 것 아니냐며 도둑으로 몰고 갔다. 도둑으로 몰린 것보다도 죽음 앞에서 매정한 유족과 마주한 것이 더욱 씁쓸했다. 고인이 생전 만들어놓은 물건을 “지긋지긋하다”며 버리라고 하는 유족도 있다. 

-유품정리사로 일하면서 ‘죽음의 격차’를 느낀 적이 있는지?

▲물론이다. 격차는 현장 분위기나 일을 의뢰하는 유족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장례지도사로 일할 때도 많이 느꼈다. 대체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죽으면 빈소를 차리지 않는다. 손님도 받지 않고. 하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죽으면 손님이 굉장히 많다. 

-현장 통계를 내본 적이 있나?

▲통계를 따로 정확하게 내보진 않았다. 통계를 낸다고 해서 그게 정확한 통계가 될 수도 없고.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70% 정도 되고 그 70% 중에는 남성이 80%다. 남녀 비율이 8:2 정도다. 그리고 20%가 청년의 극단적인 선택. 청년은 30대 중반까지. 한 10%가 노인 고독사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현장에 변화가 있다면?

▲유품정리는 16년이 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년 고독사는 비슷하다. 최근에 유독 언론이나 매체서 조명을 하고 있을 뿐이지 청년 고독사는 항상 있었다. 노인 고독사가 대부분이었고 40~50대는 없었다. 지금은 40~50대의 인구 비율이 좀 높은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에서 노인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노인 고독사가 유독 많았다.

-청년 고독사 현장은 어떤가?


▲청년이 고독사 하는 곳은 90% 정도는 집이 쓰레기장 같다. 10%는 깔끔하다.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사는 청년은 오랜 기간 동안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다가 죽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10% 정도 집이 깔끔한 청년들은 우발적으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많다. 

“도둑 취급보다 씁쓸한 건 매정한 유족”
“죽음의 현장에도 빈부격차 존재한다”

-고독사에 관해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이 (스스로)외부와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 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것이다.

산 사람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상을 찾으려고 하니 산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이유가 없는 집이 없다. 물어보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물어보면 유족도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해준다. 너무 답답하고 어디 얘기할 데가 없으니까. 

-일을 하다보면 감정이 무뎌지진 않는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유난스럽다. 그래서 격해지기도 하고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한 번은 고인이 구멍난 양말을 여러번 꿰매 신으셨더라. 따님이 사준 새 양말은 다 모아두고. 그때 혼잣말로 “왜 이러셨어요”라고 중얼거렸다. 진짜 어머니에게 잔소리하듯이.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 

-유튜브에 영상을 기록하는 이유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사람들이 유품정리사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어떤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많이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았다. 나는 죽음을 보여 주는데 그 사람들은 그 죽음의 현장에서 ‘이게 내가 사는 우리집과 너무 똑같은데 나도 죽으면 이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삶을 봤다고, 죽음을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고 하더라. 내 영상 하나로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한 게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이 수익금으로 돈이 없어서 유품정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슬픈 헤어짐
좋은 죽음은?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접한 김새별 유품정리사. 그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죽음은 ‘슬픈 헤어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주고 ‘그래 좋은 사람이었어. 좋은 아버지였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죽음,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죽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한다. 가족과 여행도 많이 가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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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