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끝’ 추석 5대 범죄 대해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05 10:34:52
  • 호수 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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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명절’ 이것만 조심하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추석이다. 이번 추석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이 기간 ‘언택트 명절’ 문화가 생겼지만, 이제는 다시 코로나19 전처럼 가족의 곁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명절은 경찰청 ‘5대 범죄’인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언택트가 끝나 이런 사건·사고 발생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1월20일부터 올해 설날까지인 총 5번의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로 진행됐다. 명절 귀향길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그로 인해 재밌는 문화도 생겼다. 

불안한
귀향길

특히 지난해 명절은 명절 특별 방역대책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됐다. 단순 권고 차원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단순히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모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해 모이지 않은 시민도 많다. 또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그로 인해 온라인 가족 모임이 생겼다. 집에서 자녀들과 곱게 한복을 입고 온라인에 접속해 세배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A군도 부산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휴대폰으로 랜선 인사를 드렸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명절 용돈도 언택트로 주고받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A군의 계좌로 명절 용돈을 보내줬다.


지난해 명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랜선 세배’를 검색하면 하루에만 100여개의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비대면 세배’ ‘언택트 세배’ 등의 태그 글도 100개 이상 게재됐다. 모두 한복을 곱게 입고 휴대전화나 노트북, TV 화면을 통해 스크린 너머의 조부모님들께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성묘를 가는 것도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B씨는 명절 당일 강원 강릉시의 친척 집에 가지 않은 대신 미리 다녀왔다. 이튿날에는 사촌 형이 큰집을 방문하기로 순번을 정했다.

광주의 직장인 C씨는 지난해 조를 짜서 성묘를 진행했다. C씨의 아버지, 작은 아버지, 사촌 형과 C씨는 1조로 9시30분쯤 성묘를 한 뒤 떠났고, 또 다른 사촌 형과 그 가족은 2차로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성묘를 진행했다.

1조와 2조는 차 안에서만 간단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각자 성묘를 한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메신저방에 올렸다. 참여하지 못한 다른 가족들은 사진으로나마 섭섭함을 달랬다.

새로운 문화 만든 코로나19 한가위
거리두기 기간 5% 줄어든 주요 범죄

대부분의 시민들은 “온라인으로 세배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세뱃돈은 계좌이체로 받았다” “다 같이 모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얼굴 보는 게 어디인가” 등의 반응이었다.

가족이 모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언택트의 장점도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명절 5대 범죄가 줄어든 것이다. 즉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추석 기준 명절 기간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감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 기간인 9월18일부터 22일 중 5대 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같은 기간 대비 4.9% 감소했다.

2020년 하루 평균 85.2건이던 5대 범죄는 지난해 81건으로 줄었다. 범죄별 유형으로 2020년에는 하루 평균 ▲성폭력 5.2건 ▲절도 26.2건 ▲폭력 53.8건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살인 0.2건 ▲성폭력 5건 ▲절도 22.5건 ▲폭력 53.3건으로 살인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감소했다. 다만 하루 평균 112 신고는 2020년 9370건에서 지난해 9762건으로 증가했다. 교통사고도 2020년 대비 23.7%인 278건에서 212건으로 감소했다.

충북지역은 코로나19 이후 5대 범죄 발생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4~6월 도내에서 발생한 5대 범죄 건수는 2250건으로 2017~2019년 2분기 평균인 3815건보다 약 41% 줄었다. 지난해 2분기 항목별 발생 건수는 ▲살인 2건 ▲강도 2건 ▲성범죄 86건 ▲절도 821건 ▲폭력 1339건으로 집계됐다.

2017~2019년 2분기 평균 발생 건수는 ▲살인 6건 ▲강도 8건 ▲성범죄 186건 ▲절도 1471건으로 총 2144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가 지속해서 확산하면서 불안감이 늘고 외출, 여행,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살인까지

특히 대전은 올해 설 연휴에 살인이나 강도 사건 관련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10일간 살인‧강도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5023건에서 4368건으로 13.1% 줄었고, 5대 범죄 신고 건수도 25.9% 감소했다. 특히 절도 관련 신고는 지난해와 비교해 33.3% 줄었고, 교통사고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54.5% 감소한 25건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변했다는 증거다. 특히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lock down) 정책의 시행은 접촉 및 외부활동을 제한시켰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치안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건·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추석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50대 아들과 노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추석 당일이었던 9월21일엔 40대 남성이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49세 D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D씨는 전날 오후 7시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한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1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고향 지인이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있는 주점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D씨를 포함한 5명이 음식점에 있었으며, D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사망했다. 당초 집계된 부상자는 3명이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장을 벗어났던 피해자가 확인돼 4명으로 늘어났다. D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4시간 만인 오후 11시에 부산시 진구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9월22일 서울 노원 경찰서는 오전 7시19분 “살인사건이 났다”는 50대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고자와 80대 모친의 시신을 아파트 화단과 집 안에서 각각 발견했다. 이 아파트는 노모가 홀로 살던 집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자료를 토대로 아들이 추석 연휴 기간 중 모친 집을 방문한 시기 등을 파악했다.

가족간 
불화도

경찰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어머니는 평소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탔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들의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한편, 유족과 주변 이웃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범행동기를 파악하고, 모자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 발생했던 5대 범죄는 이 정도다. 지역마다 5대 범죄 신고율이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끔찍한 5대 범죄가 있다. 바로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행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70대 섬마을 주민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현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 준강간)로 구속 기소된 72세 E씨에게 징역 7년과 보호감찰 5년을 선고했다.

전남의 한 섬마을에 거주하던 E씨는 25년간 이웃 주민으로 지내던 60대 여성 F씨를 2020년 추석 연휴인 9월29일 오후 12시55분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F씨는 사회성숙도가 7세 수준인 3급 지적장애인이다.

E씨는 지난해 추석 당시 생선 심부름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F씨에게 “내가 벗었으니, 너도 벗어라”며 추행하기 시작했다. E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E씨는 “고기 줄게, 고기 줄게. 벗어라”라고 재차 말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F씨를 제압해 부엌에서 강제로 성폭행했다.

범행 장면은 평소 E씨를 수상하게 여긴 F씨의 딸이 직접 목격했다. E씨는 수사 도중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DNA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E씨는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F씨가 바지를 내리고 앉아서 웃으며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며 파렴치한 진술을 이어갔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늘어나
“사건·사고 다시 많아질 것”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E씨는 과거에도 F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피고를 간음한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정도가 코로나 사태 속 명절에 일어났던 5대 범죄로 이전보다 확실히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추석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모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명절이 될 전망이다. 가족 모임이나 방문 등에 제한이 없고,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휴게소와 버스·철도 내 실내 취식도 허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각 지역에선 5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충북지역은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6517건으로 전년 동기 5870건보다 11% 증가했다. 경기 남부지역은 올해 상반기 모두 1만7908건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752건보다 2156건 늘어난 수치다.

결국 이번 추석에는 5대 범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만큼 이번 추석은 귀향길에 나서기 전 도난 사고 및 차량 점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이미 각 지역의 경찰청은 추석 범죄 예방 강화에 힘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범죄 우려가 큰 무인점포와 금은방 등이다. 

도난 신고
급증 예상

경찰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이해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개인이 코로나 개인 위생수칙 등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며 “추석 특별 방범활동기간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범죄 분위기를 사전 제압하고 범죄예방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 앞두고…문자 사기 주의보

최근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은 추석 연휴 직전 택배 배송과 금융 지원 안내를 사칭한 문자 사기(스미싱)와 명절 인사로 위장한 메신저 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미싱 신고·차단 사례 151만7,705건 중 명절 기간 발생한 스미싱이 63만9,809건으로 전체의 42.2%에 달했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대부분 택배 사칭(94.7%)이다. 명절 기간 동안 선물 배송이 늘어나는 특징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엔 재난지원금 신청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신종 사기 유형과 가족·지인이라고 속인 뒤 휴대폰 고장 등으로 긴급한 상황이라며 금전·상품권 또는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URL이나 전화번호를 클릭하지 말고 확인되지 않은 앱도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입력하지 말고, 먼저 대화 상대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추석 연휴 기간 스미싱 유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감시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 주의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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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