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살인강도 사건’ 범행부터 검거까지 풀스토리

‘완전범죄 없다’ 미제사건 푸는 DNA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주 작은 혈액이라도 묻어 있기만 한다면 10년, 20년, 100년이 지나도 DNA 검출은 가능하다는 거야. 현대 의학이 피해자에게 준 선물이지.” - 드라마 <시그널> 중 차수현(김혜수)의 대사.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시그널>은 1~2화에서 아동 유괴 사건을 다뤘는데 형사 차수현이 용의자 오연수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DNA를 언급한다.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가 10분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그땐 못 잡아도…

<시그널> 차수현의 대사가 현실화됐다. 20여년 동안 장기 미제로 해결이 요원했던 사건이 DNA 식별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시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의 쾌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로써 유가족은 물론 경찰에게도 ‘마음의 짐’이었던 장기 미제사건 해결의 길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대전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대전 국민은행 권총 살인강도 사건’ 용의자로 50대 남성 2명을 검거해 구속 수감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21년 만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손수건에서 확보한 DNA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앞서 법원은 “도망의 염려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01년 12월21일 오전 10시경 2인조 복면강도가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 지하 1층 주차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용전동 지점 김모 과장 등 은행 직원 3명에게 총을 발사한 뒤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 과장은 왼쪽 가슴 등 4곳에 총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현장에는 지문 등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 범인들이 도주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도 도난 차량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 차량 9726대, 통신 자료 18만2378건, 탐문 2만9269개소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21년 만에 손수건으로…
용의자 2명 검거해 구속

이듬해 8월 20대 남성 등 용의자 3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용의자들은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이 사건은 20년 넘게 미궁에 빠졌다. 그러다 2011년 대전경찰청에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설치되면서 둔산경찰서에 있던 사건이 인수됐다. 

수사의 실마리는 2017년 신원미상의 DNA가 발견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2017년 10월 범행에 사용된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해당 유전자가 2015년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해당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종업원과 손님 등 1만5000여명에 대한 DNA 대조, 몽타주 비교, 차량 절도 전력 등 수사를 벌였다. 지난 3월 용의자 1명을 특정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된 용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공범 역시 곧바로 체포됐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두 용의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범행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용의자인 이승만과 이정학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비롯해 내부 전문가 3명과 외부 전문가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날 브리핑을 담당한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두 사람 모두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은행 주변에서 날치기 범행을 벌이다 점점 간이 커져 현금수송차량까지 털게 됐다”며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뿐만 아니라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 설치와 범인 검거를 포기하지 않은 형사의 집념 등 3가지가 조화를 이뤄 피의자 검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해결
‘태완이법’으로 길 열렸다

이어 “많이 늦었지만 피의자를 검거해 유가족과 고인을 위로할 수 있게 됐다”며 “검찰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권총의 행방과 여죄 등을 파악하고 피의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거래 내역 확인과 디지털 포렌식, 거짓말 탐지기 검사 등 혐의를 보다 명백히 입증하기 위한 집중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DNA 비교·대조 수사가 미제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검찰청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운영보고서’를 보면 교도소 수용자의 DNA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된 미제사건은 지난해 72건을 포함해 2010년 이후 모두 2457건에 이른다. 이 중 43.7%인 1073건의 범인이 확인돼 유죄가 확정됐다. 10건 중 4건 꼴이다. 

여기에 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2011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DNA 비교‧대조 수사로 미제사건 60건을 해결하고 88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DNA 비교·대조 수사의 가장 큰 쾌거로 꼽히는 사건이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의 검거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은 ‘개구리 소년 실종·살인 사건’ ‘이형호 소년 유괴·살인 사건’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릴 만큼 악명 높았다. 

하지만 2019년 8월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의 DNA가 화성 3·4·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춘재는 1994년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이미 수감생활 중이었다. 이후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재명명됐다. 

1998년 서울 노원 가정주부 성폭행‧살인사건도 범인이 버린 유류물에서 2016년 DNA가 확인돼 18년 만에 해결됐다. 당시 범인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30대 가정주부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했다.

당시 경찰은 채취한 DNA와 사진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가 2016년 11월 유사 범행 전과자를 상대로 혈액형을 대조하는 방식의 재수사를 진행한 끝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지금은 잡는다


앞으로 DNA 수사 기법이 더욱 발달하면 장기미제사건 해결률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15년 이른바 ‘태완이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 이후 발생한 살인죄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사라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그널> 차수현의 말대로 DNA가 존재하기만 하면 언제든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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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