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고 합니다. 시가 5억원 아파트인데, 등기사항증명서를 열람해 보니 3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있습니다. 임차보증금은 3억원입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이 근저당은 변제를 다 했는데 등기만 말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저당권자인 A 은행에 확인해 보니 전부 변제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집이 경매로 매각된다면 제 임차보증금은 안전한가요?
[A] 안전하지 않습니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것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은 저당권과 다릅니다.
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의 범위가 원본·이자·위약금·1년 이내의 지연배상금 및 경매실행비용에 그치고(민법 제360조),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등기 말소 여부와 관계없이 저당권도 당연히 소멸하게 됩니다(민법 제369조). 이를 저당권의 부종성이라고 합니다.
근저당권은 피담보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해 설정하는 저당권입니다. 근저당권은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민법 제357조 제1항).
근저당권이 보통의 저당권과 다른 점은
① 보통 저당권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특정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임에 반해 근저당권은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불특정채권’을 담보하며
② 보통 저당권은 특정한 채권을 담보하는 것이므로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당연히 소멸하게 되나, 근저당권은 채권이 증감·변동하다가 개별채무가 일시적으로 전부 소멸되는 경우에도 그로 인해 소멸하지 않고 근저당권이 확정될 때까지 채권이 다시 발생하면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그 채권을 담보합니다.
즉, 보통 저당권은 부종성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반면, 근저당권은 ‘소멸에 있어서 부종성’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또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근저당 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 또는 채무자를 추가하거나 교체하는 등으로 피담보채무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위와 같이 변경된 채무가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됩니다.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해 이미 파악돼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런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담보채무의 범위 또는 채무자를 변경할 때 이해관계인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등기사항의 변경이 있다면 변경등기를 해야 하지만, 등기사항에 속하지 않는 사항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변경의 효력이 발생합니다(대법원 2021다255648 판결).
그러므로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을 하고 우선변제요건인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갖추었더라도 위 근저당권등기가 담보하는 채권최고액보다 후순위가 되게 됩니다.
보통 시가가 5억원인 부동산이 경매에 나오면 5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됩니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은 매매로 나온 부동산보다 대체로 관리가 잘 안 돼있고, 점유자를 내보내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가 5억원인 주택이 경매절차에서 매각되면 매각대금은 5억원 미만이 될 가능성이 크고, 선순위 근저당권 3억원이 먼저 배당되고 나면 임차인은 임차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배당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아직 말소되지 않고 남아있다면, 이를 말소하게 한 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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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