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호 공약에 두 번 우는 소상공인 속사정

다 준다더니 골라서 한입씩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소상공인들이 화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호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때문이다. 정부는 22조원 지급과 100% 지급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손실보전금을 신청해도 지급되지 않았고, 100% 지급된다고 했던 금액만큼 지원되지도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윤 대통령에게 “제발 말바꾸기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으로 피해가 발생한 소기업·소상공인 사업체 363만개사에 22조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제20차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2022년 1분기 손실보상 지급 계획안’에서 최초로 밝혔고, 이후 사업체와 손실보전금 기준은 더 올렸다.

해당자 기준
더 올려 공지

1분기 손실보상 대상은 지난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시설 인원 제한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소기업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 중 매출이 감소한 곳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30일,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1조6000억원을 편성해 올해 1분기부터는 소상공인·소기업에 더해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보상 대상을 확대하기로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 5000개사가 추가됐으며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강화한 방역조치 지속으로 매출 이 감소되면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보상 대상은 4만곳이 늘었다. 아울러 추경예산 편성 및 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보정률은 90%에서 100%로, 분기별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됐다.

신속 보상 대상은 84만개사로 1분기 전체 대상자의 89% 수준이다. 이들은 전체 보상금액의 89%인 3조1000억원을 받는다. 소상공인은 개업일이 속한 달의 매출액을 제외하고, 연도별 또는 반기별 매출 비교 시 신고 매출액을 연 환산해 비교한다.


신속 보상은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자료로 보상금을 미리 산정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신청 즉시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2020년 개업한 사업체나 지난해 3분기 손실보전금 정산 대상자로서 지난해 4분기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체 등 21만개사는 개별 사업체의 보상금액이 최종 확정된 이후에 올해 1분기 신속 보상 신청 및 지급이 가능하다.

‘22조원’ 100% 손실보전금 지급한다고?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 적게 나와야

또 지난 1~3월 손실보상금을 선지급받았거나 지난해 3분기 손실보전금 정산 대상자로 지난해 4분기 보상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체는 정산 결과가 확정된 이후에 올해 1분기 손실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신속 보상 대상 업체를 구체적으로 보면 식당·카페가 38만1000개사로 가장 많고, 미용업 10만4000개사, 실내체육시설 3만6000개사 순이다. 업종별 평균 보상금액은 늦은 시간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따른 손실이 큰 유흥시설이 72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간이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연 매출 8000만원 미만 영세 사업체가 36만개사로 신속 보상 금액 확정 사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 매출 1억5000만원 이상에서 1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사업체는 신속 보상 금액 확정 사업체의 25.2% 수준이다. 보상액 규모를 보면 하한액 100만원을 받는 사업체가 32만4000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가 19만곳, 500만원 이상이 10만8000곳이다.


상한액인 1억원을 받는 업체는 952곳으로 전체 신속 보상 대상의 0.2% 수준으로 총 22조원을 지급한다.

손실보전금이 제한된 업종은 ▲도박 및 사행성 오락 ▲담배 중개업 ▲예술품·골동품 및 귀금속 중개업 ▲모피 제품 도매업 ▲약국·한약국 ▲성인용품 판매점 ▲다단계 방문판매 ▲통관업 ▲일반유흥주점업 ▲온라인게임 아이템 중개업 ▲금융업 ▲보험 ▲부동산업 ▲법무 관련 서비스업 ▲수의업 ▲감정평가업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 ▲휴게텔·키스방·대화방 등이다.

매출 5000원 
늘었다고…

이번 손실보전금 지급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준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특히 소상공인은 ‘온전한 손실 보상’ 약속 이행 여부에 큰 힘을 실었다.

당시 걸었던 공약은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 확보 후 온전한 손실 보상 ▲코로나 피해자에 대한 과감한 금융 지원 실시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 적극 추진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 구조 특별본부 설치 ▲임대료 나눔제 추진 ▲자영업자 대상 직업 능력 개발 확대 ▲세금 임대료 공과금 부담 경감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 확대 ▲전통시장 활성화 위한 주차장 조성 지원 확대 ▲전통시장 디지털 점포 전환 지원 확대 ▲중소여행사 및 관광업계 피해 해소 적극 지원이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체 규제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생각”이라며 코로나로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들을 위로했다. 소상공인들도 윤 대통령에게 “온전한 손실 보상 공약을 지켜달라”며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소상공인들은 22조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신청 단계부터 부지급 판정을 받은 소상공인이 많아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의류 판매업을 시작한 A씨 역시 매출 조건 부적합으로 부지급이 확정됐다. 

손실보전금을 받으려면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이 적게 나와야 하는데, 의류판매업 특성상 봄·여름의 옷보다 가을·겨울의 옷의 단가가 비싸다. A씨는 현재 직원 인건비조차 주기 힘든 상황이지만, 상반기와 하반기 매출 조건이 맞지 않아서 손실보전금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손실보전금을 상반기와 하반기의 매출액 감소를 비교해서 준다는 것 자체를 지적한다.

우선 2020년 4월8일부터 집합금지명령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두기는 점차 강화됐다. 2단계 때는 집합이 사적 모임 9인 이상 금지됐고, 3단계부터는 오후 10시 이후 외출 자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다.

넘쳐나는 
부지급 사례

지난 2월부터 비수도권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다. 이후 서울에도 완화되면서 운영 시간 제한 등과 같은 조치가 사라졌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서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교해서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니 부지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공업체를 운영 중인 B씨도 부지급 판정을 받았다. B씨는 2020년 12월에 개업해 당시 매출은 당연히 0원이었고, 지난해 하반기에 1900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그런데 2020년의 비교 구간이 없다고 부지급 결정이 났다.

B씨는 “아무리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어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고려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더 큰 문제는 손실보존금을 받지 못하면 1금융 저금리 희망 대출도 지원이 안 된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실외‧실내체육시설 종사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애당초 체육시설은 매출과 상관없이 손실보전금을 받기로 약속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은 손실보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헬스클럽과 같은 실내체육시설이 그렇다. 이유는 지원 제외 업종이라는 것이다. 

헬스클럽 등의 실내체육시설은 지원 제외 업종표에 없다. 문제는 지원업종 표에 ‘헬스클럽’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손실보전금을 신청하면 사람이 하는 육안 검증과 컴퓨터가 하는 검증 둘 중 무작위로 배정된다. 그런데 컴퓨터 검증은 정해진 코드나 값 이외에 전부 부지급으로 검증된다. 애매하거나 오류 등으로 부지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문제가 있으면 이의제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또 매출이 하락됐고,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다 받았지만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말 바꾸지 마라”
속 터지는 사장들

특히 소상공인들 중에서는 이미 폐업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을 처리하지 않아서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자가 된 사람도 있고, 집합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은 관리사무소 직인이 있어야 손실보전금을 준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집합건물에 관리소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26일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배 의원은 손실보전금 부지급 소상공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배 의원은 “손실보전금은 손실보상금과 다르다. 손실과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부지급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에 두 달 영업하고, 지난해에 매출이 증가한 걸로 나와 탈락한 사람이 있다. 폐업일 기준이 안 돼 탈락한 사람도 있고, 개인교습소 운영자인데 방역조치에 협조했지만 행정명령이행서를 받지 못해서 부지급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도…
일관성도…

아울러 “심지어 매출이 5000원 늘어서 부지급된 사람도 있다. 이의신청 제도가 있지만, 그러면 소상공인들은 계속 기다려야 한다. 된다는 보장도 없고, 희망고문당하다가 죽는다. 제발 폐업일, 매출 비교 기준, 행정명령이행서 등 사각지대가 있는지 살펴보고,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달라. 소상공인이 면담을 신청해도 답이 없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달아 발생하는 노동자들 과로사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과 노동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동조합,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공정위를 비판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배송·유통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산업법을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면 노동자의 야간노동과 과로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유통 노동자가 연달아 과로로 사망했다. 이런 비극이 노동계에서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노동자들의 노동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 편의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노조는 “지난 수년 동안 온·오프라인 유통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질 나쁜 일자리에 내몰려 고용 불안과 야간노동을 감내했다”며 “공정위가 규제를 완화한다면 야간노동 노동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국제사회는 야간노동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유통산업법 개악 시도를 멈추고 야간노동을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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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