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우영우 신드롬’ 박은빈

아역 출신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명품 배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상당하다. ‘우영우’를 연기하는 배우 박은빈의 매력도 한몫했다. 박은빈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변호사 역할을 디테일을 살려 현실감 있게 표현하면서 사랑스러움을 담아냈다. 시청자들은 그런 우영우를 보며 “귀엽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로 캐릭터를 ‘추앙’한다. 국내 드라마 중에서 자폐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은 <굿 닥터> 정도였으나 <우영우>만큼 인기가 크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장애가 있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증인>을 쓴 문지원 작가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연출한 유인식 PD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이들은 박은빈을 섭외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렸고 “대본을 받고선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면(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는 박은빈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장애 변호사
역할로 활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영우라는 인물을 장애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늘 당당하게 밝힌다. 한바다에 처음 입사한 날 우영우는 상사에게 분실된 이력서 뒷장의 내용이라며 “특이사항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밝힌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사정이 딱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는 장애만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고요”라며 변론을 맡는다.

장애를 숨겨야 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그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우영우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러움을 뿜어낸다.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가 나오면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고래에 관한 지식을 읊어대고, 김밥집에서 게살김밥을 서빙하며 사실 게살이 들어가지 않으니 게살맛김밥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엉뚱함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CG(컴퓨터 그래픽)는 환상 조합을 이루며 우영우의 귀여움을 배가한다. 엉뚱하고 솔직한 우영우의 매력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우영우가 가진 하나의 성질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시청자들을 일깨운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자폐를 다양성의 하나로 다룬다”며 “세상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보통 다수의 선택을 보지만, 드라마는 우영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와 차이를 넘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장애를 가볍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걸음걸이, 말투, 시선 등 남들과는 다른 우영우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적 편견을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드러내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사건을 맡은 우영우는 나치가 정신질환자를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다. 자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 연기하는 자폐스펙트럼
“교수 찾아가 직접 공부·연구”

또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는 우영우와 함께 걸어가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법정에서 우영우와 대치하던 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그저 ‘심신미약 환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리기도 한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지적하고, 직설적으로 ‘이건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준호는 우영우를 봉사 대상으로 본 지인의 행동을 사과하는 문자를 보내며, 처음에는 지인의 ‘실수’라고 했다가 곧 ‘잘못’이라고 고쳐 쓴다.

자폐가 있는 변호사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질색하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은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말한 직후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우영우에게 사과한다.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휴먼 법정극과 빌런(악당) 없는 착한 캐릭터 중심의 ‘순한 맛’ 전개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다룬다. 우영우는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통쾌함을 안긴다.

정략 결혼식을 하던 중 웨딩드레스가 벗겨져 파혼 위기에 처한 신부는 사실 여자를 좋아한다는 성 정체성을 밝히며 자유를 찾고, 유산에 욕심을 부리던 삼형제의 장남과 차남은 뻔뻔하게 굴다가 결국은 막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법정드라마는 극악까지 왔다고 할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나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일상의 문제들을 다룬다”며 “그러면서 결국은 ‘선이 이긴다’고 느끼게 해주는데, 이런 면이 기존의 센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착한 캐릭터들이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유쾌한 웃음도 극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정명석은 겉보기에는 무관심해 보여도 우영우가 장애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뒤에서 울타리가 되어준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오피스 파파’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우영우와 로스쿨 동기인 신입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은 우영우를 질투하면서도 회전문에 껴 곤란한 우영우를 차마 못 본 척 지나치지 못한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우영우를 도와준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우영우의 고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이준호, 김밥집을 운영하며 우영우를 홀로 키운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도 우영우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박은빈은 드라마 시작 전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장애인에 대해)선입견을 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아봐주고, 진심을 더 해서 보시는 분들이 영우의 마음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작품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장애를 가진)인물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될까 봐, (그들에 대해)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봐, 신중하게 생각했다”며 “자폐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고 (자폐 스펙트럼 전문가인)교수님을 만나 뵙고 (자폐에 대한)특성들을 들었고, 그 적정선을 찾아 우영우를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캐릭터 직접
분석·연구

박은빈의 캐릭터 분석력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영우>는 자폐장애인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자폐장애를 드러내는 특성을 더 디테일하게 드라마에 녹여냈다. 우영우가 주변 소음에 예민해 지하철을 탈 때 헤드폰을 쓴다든가, 다른 이가 자신을 안을 때 쭈뼛해 한다든가, 침대에 인형을 두는 식이다.


또한 “자폐스펙트럼 증상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다”거나 “반향어(상대방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특성”이라는 대사를 통해 장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폐장애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드라마 밖에서 이런 장애를 가진 이들을 볼 때 ‘불편한 시선’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은빈은 긴 대사를 또렷한 발음으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특히 신경썼다고 한다. 드라마가 시작됐을 때, 시청자들은 박은빈의 발음에 주목했다. “저 많은 대사를 어쩜 저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또박또박 말할 수가 있지?”

박은빈은 1998년 <백야 3.98>로 데뷔한 뒤 여러 장르를 소화했다. 그것이 기반이 되어 연기력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JTBC <청춘시대> 이전까지는 순수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다면, <청춘시대> 이후부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2019년 SBS <스토브리그>에 이어 지난해 <연모>의 남장 여자까지 매번 늘 새로운 박은빈이 탄생했다. 그는 오래전 “좀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기 위해 평소 나 자신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의지가 오늘의 우영우 그리고 박은빈을 만들었다.

그의 지난 작품들을 훑어보며 우영우 탄생 과정을 짐작해보자. 이른바 박은빈 연대기다.

박은빈의 작품 외에 그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박은빈은 TV 광고와 개그 프로그램, 그리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했고,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지금까지 돌아다닌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모델 활동을 할 때인 2002년 <개그콘서트> 코너에 출연했다. 아마 지금 “어머, 그 애”하며 무릎을 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와줘요 수다맨~”을 외치던 바로 그 아이다. 당시 수다맨 강성범과 출연하던 김지혜를 대신해 3개월 정도 방송에 출연했다.

원래는 1회 출연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제작진이 한 번 더, 한 번 더 하던 것이 석달 출연으로 이어졌다. 배우 데뷔 이후인 2005년 출연했던 TV 광고가 화제를 모으면서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 박은빈 말로는 그때 처음으로 온라인 팬카페가 생겼다고 한다.

그저 모든 것이 부끄럽고 민망했겠지만, 이 광고를 시작으로 그의 팬이 늘어났다. SBS <순풍산부인과> 620화에서 정배(이태리 분)가 좋아하는 아이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은빈은 2008년 9월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아역배우, 누구를 위한 꿈인가?’편에 등장했다. 공부와 연기활동을 병행하는 학생으로 출연해 제작진과 짧은 인터뷰를 했다.

어린이 모델로
아역의 재발견

박은빈은 당시 인터뷰에서 “공부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한쪽은 좀 소홀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그렇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 (공부와 연기)둘 다 일단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 영상은 박은빈이 <청춘시대>로 아역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소환됐다.

박은빈은 5살 때 백화점 브랜드 모델로 데뷔해 1998년 <백야 3.98>로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로 데뷔 20년도 훌쩍 넘었다. 시작은 엄마와 함께 문화센터에서 ‘발표력 향상’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다. 연기공부를 하면 좀 더 사실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엄마가 연기학원에 등록시켰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끼가 다분했나 보다. 수개월이 지나서 그만 다니자는 엄마의 말에 박은빈은 “노(NO)”를 했다고 한다. 연기학원에 가는 날이 늘 기다려지곤 했단다.

그는 데뷔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한 드라마 감독이 말하기를 당시에는 연기 잘하는 아역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역 역할은 특정 몇 명에게 섭외가 갔는데 그중 한 명이 박은빈이다.

박은빈은 유독 어린 시절에 다양한 사극에 출연했는데 사극은 성인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장르다. 발음도 어렵고 여러 선생님과 함께 연기하는 것 자체가 압박감을 준다. 박은빈은 사극이 좋다고 한다. 사극은 생각하면서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숙하고 고요한 느낌이 좋다고 한다.

차분한 성격에 잘 맞아서일까. <우영우>에서 화제가 되는 긴 대사를 똑 부러지게 발음하는 것도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배우고 노력해온 것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박은빈이 어릴 때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상황도 종종 엿보인다. 함께 활동하는 선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거나, 그가 꼬마일 때 아빠로 나온 배우와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모습 등이다. 박은빈은 SBS 드라마 <유리화>에서 김하늘 어린 시절을, <부활>에서는 한지민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박은빈이 ‘꼬꼬마’ 시절 데뷔작이었던 <백야 3.98>에서는 박상원, 이병헌, 심은하가 나오기도 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몇 작품을 소개한다.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들이 어른이 되어 이른바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역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박은빈도 그랬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맡기도 했고, 사랑에 빠진 여인, 며느리 역할도 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연기자로서 어린 시절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센 드라마 아닌 부드러운 연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그러나 박은빈은 꾸준히 도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나갔다. 분기점은 <청춘시대>였다. 19금 이야기를 하고, 왈가닥 성격을 내보이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박은빈을 보여줬다. ‘본캐’ 성격과도 닮지 않아서 연기가 어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여자 신동엽’이라고 불릴 정도였던 송지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배우로서 자신의 방향성을 다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지금 ‘박은빈의 청춘시대’를 열었다.

허준 일대기 다룬 사극 MBC 드라마 <허준>에서 박은빈은 다희 역할을 맡았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이라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서서히 성인 역할에 발을 디뎠다.

박은빈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성인 연기자로 확실하게 못 박은 작품이다. 여자 대학생 5명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까지 박은빈은 단아하고 조용한 이미지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19금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전까지 그의 연기를 봐온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이다.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을 처음 알게 된 이들은 그가 MBTI 성격유형 중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영우>의 변호사 역할 이전에는 판사 박은빈이 있었다. SBS <이판사판>에서 그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성공한 판사가 되고 싶어 했으나, 실종된 정의를 찾아가는 인물을 맡았다. 판사 역할을 한 덕분에 변호사 역할도 어색하지 않은 걸까. 오랜 세월 쌓아온 박은빈의 연기 내공이 폭발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청춘시대>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이전과 다른 박은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면 <스토브리그>에서는 그 다름이 완벽해졌다고 할까. 남자들의 세계인 야구 구단 운영팀에서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자 최연소 운영팀장의 자리에 오른 당찬 인물을 소화해냈다. 박은빈의 ‘인생 캐릭터’라고 부르는 이가 많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과거보다 성숙한 단아함을 보여준 작품이다. 30대를 앞둔 스물아홉의 클래식 음악 학생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클래식 멜로 드라마로 박은빈의 노력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극 중 바이올리니스트를 맡았는데, 프로페셔널 연주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기교가 요구되는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한 악장을 대역 없이 연주해 클래식 업계 종사자가 드라마 리뷰 영상을 올려 응원하기도 했다.

내공 폭발
다음 작품은?

<연모>는 버려진 여자아이가 세손이자 쌍둥이 오라비의 죽음으로 남장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 작품이다. 박은빈은 배우가 된 이후 처음으로 남장 여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은빈의 큰 눈이 제대로 일을 낸 작품이기도 하다. 눈빛으로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다양한 액션, 정치, 로맨스 등 여자이지만 남성의 입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꽤 어려운 역할들을 잘 소화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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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