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우영우 신드롬’ 박은빈

아역 출신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명품 배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상당하다. ‘우영우’를 연기하는 배우 박은빈의 매력도 한몫했다. 박은빈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변호사 역할을 디테일을 살려 현실감 있게 표현하면서 사랑스러움을 담아냈다. 시청자들은 그런 우영우를 보며 “귀엽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로 캐릭터를 ‘추앙’한다. 국내 드라마 중에서 자폐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은 <굿 닥터> 정도였으나 <우영우>만큼 인기가 크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장애가 있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증인>을 쓴 문지원 작가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연출한 유인식 PD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이들은 박은빈을 섭외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렸고 “대본을 받고선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면(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는 박은빈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장애 변호사
역할로 활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영우라는 인물을 장애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늘 당당하게 밝힌다. 한바다에 처음 입사한 날 우영우는 상사에게 분실된 이력서 뒷장의 내용이라며 “특이사항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밝힌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사정이 딱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는 장애만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고요”라며 변론을 맡는다.

장애를 숨겨야 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그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우영우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러움을 뿜어낸다.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가 나오면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고래에 관한 지식을 읊어대고, 김밥집에서 게살김밥을 서빙하며 사실 게살이 들어가지 않으니 게살맛김밥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엉뚱함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CG(컴퓨터 그래픽)는 환상 조합을 이루며 우영우의 귀여움을 배가한다. 엉뚱하고 솔직한 우영우의 매력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우영우가 가진 하나의 성질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시청자들을 일깨운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자폐를 다양성의 하나로 다룬다”며 “세상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보통 다수의 선택을 보지만, 드라마는 우영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와 차이를 넘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장애를 가볍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걸음걸이, 말투, 시선 등 남들과는 다른 우영우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적 편견을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드러내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사건을 맡은 우영우는 나치가 정신질환자를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다. 자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 연기하는 자폐스펙트럼
“교수 찾아가 직접 공부·연구”

또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는 우영우와 함께 걸어가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법정에서 우영우와 대치하던 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그저 ‘심신미약 환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리기도 한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지적하고, 직설적으로 ‘이건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준호는 우영우를 봉사 대상으로 본 지인의 행동을 사과하는 문자를 보내며, 처음에는 지인의 ‘실수’라고 했다가 곧 ‘잘못’이라고 고쳐 쓴다.

자폐가 있는 변호사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질색하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은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말한 직후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우영우에게 사과한다.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휴먼 법정극과 빌런(악당) 없는 착한 캐릭터 중심의 ‘순한 맛’ 전개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다룬다. 우영우는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통쾌함을 안긴다.

정략 결혼식을 하던 중 웨딩드레스가 벗겨져 파혼 위기에 처한 신부는 사실 여자를 좋아한다는 성 정체성을 밝히며 자유를 찾고, 유산에 욕심을 부리던 삼형제의 장남과 차남은 뻔뻔하게 굴다가 결국은 막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법정드라마는 극악까지 왔다고 할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나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일상의 문제들을 다룬다”며 “그러면서 결국은 ‘선이 이긴다’고 느끼게 해주는데, 이런 면이 기존의 센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착한 캐릭터들이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유쾌한 웃음도 극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정명석은 겉보기에는 무관심해 보여도 우영우가 장애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뒤에서 울타리가 되어준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오피스 파파’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우영우와 로스쿨 동기인 신입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은 우영우를 질투하면서도 회전문에 껴 곤란한 우영우를 차마 못 본 척 지나치지 못한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우영우를 도와준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우영우의 고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이준호, 김밥집을 운영하며 우영우를 홀로 키운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도 우영우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박은빈은 드라마 시작 전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장애인에 대해)선입견을 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아봐주고, 진심을 더 해서 보시는 분들이 영우의 마음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작품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장애를 가진)인물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될까 봐, (그들에 대해)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봐, 신중하게 생각했다”며 “자폐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고 (자폐 스펙트럼 전문가인)교수님을 만나 뵙고 (자폐에 대한)특성들을 들었고, 그 적정선을 찾아 우영우를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캐릭터 직접
분석·연구

박은빈의 캐릭터 분석력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영우>는 자폐장애인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자폐장애를 드러내는 특성을 더 디테일하게 드라마에 녹여냈다. 우영우가 주변 소음에 예민해 지하철을 탈 때 헤드폰을 쓴다든가, 다른 이가 자신을 안을 때 쭈뼛해 한다든가, 침대에 인형을 두는 식이다.


또한 “자폐스펙트럼 증상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다”거나 “반향어(상대방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특성”이라는 대사를 통해 장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폐장애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드라마 밖에서 이런 장애를 가진 이들을 볼 때 ‘불편한 시선’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은빈은 긴 대사를 또렷한 발음으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특히 신경썼다고 한다. 드라마가 시작됐을 때, 시청자들은 박은빈의 발음에 주목했다. “저 많은 대사를 어쩜 저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또박또박 말할 수가 있지?”

박은빈은 1998년 <백야 3.98>로 데뷔한 뒤 여러 장르를 소화했다. 그것이 기반이 되어 연기력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JTBC <청춘시대> 이전까지는 순수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다면, <청춘시대> 이후부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2019년 SBS <스토브리그>에 이어 지난해 <연모>의 남장 여자까지 매번 늘 새로운 박은빈이 탄생했다. 그는 오래전 “좀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기 위해 평소 나 자신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의지가 오늘의 우영우 그리고 박은빈을 만들었다.

그의 지난 작품들을 훑어보며 우영우 탄생 과정을 짐작해보자. 이른바 박은빈 연대기다.

박은빈의 작품 외에 그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박은빈은 TV 광고와 개그 프로그램, 그리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했고,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지금까지 돌아다닌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모델 활동을 할 때인 2002년 <개그콘서트> 코너에 출연했다. 아마 지금 “어머, 그 애”하며 무릎을 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와줘요 수다맨~”을 외치던 바로 그 아이다. 당시 수다맨 강성범과 출연하던 김지혜를 대신해 3개월 정도 방송에 출연했다.

원래는 1회 출연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제작진이 한 번 더, 한 번 더 하던 것이 석달 출연으로 이어졌다. 배우 데뷔 이후인 2005년 출연했던 TV 광고가 화제를 모으면서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 박은빈 말로는 그때 처음으로 온라인 팬카페가 생겼다고 한다.

그저 모든 것이 부끄럽고 민망했겠지만, 이 광고를 시작으로 그의 팬이 늘어났다. SBS <순풍산부인과> 620화에서 정배(이태리 분)가 좋아하는 아이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은빈은 2008년 9월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아역배우, 누구를 위한 꿈인가?’편에 등장했다. 공부와 연기활동을 병행하는 학생으로 출연해 제작진과 짧은 인터뷰를 했다.

어린이 모델로
아역의 재발견

박은빈은 당시 인터뷰에서 “공부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한쪽은 좀 소홀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그렇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 (공부와 연기)둘 다 일단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 영상은 박은빈이 <청춘시대>로 아역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소환됐다.

박은빈은 5살 때 백화점 브랜드 모델로 데뷔해 1998년 <백야 3.98>로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로 데뷔 20년도 훌쩍 넘었다. 시작은 엄마와 함께 문화센터에서 ‘발표력 향상’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다. 연기공부를 하면 좀 더 사실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엄마가 연기학원에 등록시켰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끼가 다분했나 보다. 수개월이 지나서 그만 다니자는 엄마의 말에 박은빈은 “노(NO)”를 했다고 한다. 연기학원에 가는 날이 늘 기다려지곤 했단다.

그는 데뷔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한 드라마 감독이 말하기를 당시에는 연기 잘하는 아역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역 역할은 특정 몇 명에게 섭외가 갔는데 그중 한 명이 박은빈이다.

박은빈은 유독 어린 시절에 다양한 사극에 출연했는데 사극은 성인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장르다. 발음도 어렵고 여러 선생님과 함께 연기하는 것 자체가 압박감을 준다. 박은빈은 사극이 좋다고 한다. 사극은 생각하면서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숙하고 고요한 느낌이 좋다고 한다.

차분한 성격에 잘 맞아서일까. <우영우>에서 화제가 되는 긴 대사를 똑 부러지게 발음하는 것도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배우고 노력해온 것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박은빈이 어릴 때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상황도 종종 엿보인다. 함께 활동하는 선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거나, 그가 꼬마일 때 아빠로 나온 배우와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모습 등이다. 박은빈은 SBS 드라마 <유리화>에서 김하늘 어린 시절을, <부활>에서는 한지민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박은빈이 ‘꼬꼬마’ 시절 데뷔작이었던 <백야 3.98>에서는 박상원, 이병헌, 심은하가 나오기도 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몇 작품을 소개한다.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들이 어른이 되어 이른바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역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박은빈도 그랬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맡기도 했고, 사랑에 빠진 여인, 며느리 역할도 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연기자로서 어린 시절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센 드라마 아닌 부드러운 연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그러나 박은빈은 꾸준히 도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나갔다. 분기점은 <청춘시대>였다. 19금 이야기를 하고, 왈가닥 성격을 내보이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박은빈을 보여줬다. ‘본캐’ 성격과도 닮지 않아서 연기가 어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여자 신동엽’이라고 불릴 정도였던 송지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배우로서 자신의 방향성을 다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지금 ‘박은빈의 청춘시대’를 열었다.

허준 일대기 다룬 사극 MBC 드라마 <허준>에서 박은빈은 다희 역할을 맡았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이라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서서히 성인 역할에 발을 디뎠다.

박은빈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성인 연기자로 확실하게 못 박은 작품이다. 여자 대학생 5명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까지 박은빈은 단아하고 조용한 이미지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19금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전까지 그의 연기를 봐온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이다.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을 처음 알게 된 이들은 그가 MBTI 성격유형 중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영우>의 변호사 역할 이전에는 판사 박은빈이 있었다. SBS <이판사판>에서 그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성공한 판사가 되고 싶어 했으나, 실종된 정의를 찾아가는 인물을 맡았다. 판사 역할을 한 덕분에 변호사 역할도 어색하지 않은 걸까. 오랜 세월 쌓아온 박은빈의 연기 내공이 폭발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청춘시대>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이전과 다른 박은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면 <스토브리그>에서는 그 다름이 완벽해졌다고 할까. 남자들의 세계인 야구 구단 운영팀에서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자 최연소 운영팀장의 자리에 오른 당찬 인물을 소화해냈다. 박은빈의 ‘인생 캐릭터’라고 부르는 이가 많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과거보다 성숙한 단아함을 보여준 작품이다. 30대를 앞둔 스물아홉의 클래식 음악 학생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클래식 멜로 드라마로 박은빈의 노력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극 중 바이올리니스트를 맡았는데, 프로페셔널 연주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기교가 요구되는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한 악장을 대역 없이 연주해 클래식 업계 종사자가 드라마 리뷰 영상을 올려 응원하기도 했다.

내공 폭발
다음 작품은?

<연모>는 버려진 여자아이가 세손이자 쌍둥이 오라비의 죽음으로 남장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 작품이다. 박은빈은 배우가 된 이후 처음으로 남장 여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은빈의 큰 눈이 제대로 일을 낸 작품이기도 하다. 눈빛으로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다양한 액션, 정치, 로맨스 등 여자이지만 남성의 입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꽤 어려운 역할들을 잘 소화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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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