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안희정 10년 큰그림

돌아왔다, 팔다리 묶인 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더불어민주당에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차기 대권주자들이 넘쳐났다. 현재 민주당 내 대권주자는 이재명 의원 단 한 명만 언급된다. 상당수 주자들이 여론조작, 성폭행으로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된 탓이다. 조만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돌아오는 가운데 다시 정치권에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형을 마치고 오는 4일 만기 출소한다. 이날부로 안 전 지사는 여주교도소에서 3년6개월의 형기를 마쳤다. 측근 인사들은 안 전 지사가 출소할 때 여주교도소를 방문해 그를 맞이할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안 전 지사는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잘나가던
과거 시절

그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형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생활을 해왔다. 당분간 경기도 양평에 머물면서 침묵을 유지할 예정이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다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했을 만큼 안 전 지사는 열정이 가득했다. 

대학 시절에는 반미쳥년회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이력도 있으며 이후 1989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첫발을 들였다.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3당이 통합해 민주자유당을 창당했을 때 거부하며 안 전 지사를 비롯한 18인이 잔류를 택한 바 있다.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하면서부터 그는 줄곧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금강팀의 정무팀장으로 조직을 다지고 살림꾼 역할을 도맡아했다. 당시 안 전 지사의 별명이 좌희정이 됐을 정도였다.

당시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핵심 조직으로 베이스캠프와 다름없었다. 안 전 지사 역시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였다. 이 밖에도 이재명 (당시)성남시장을 비롯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면서 대권주자들이 넘쳐났다. 

노 전 대통령은 안 전 지사를 매우 아꼈다. 그가 정치권에서 다칠까봐 “정치 대신 농사를 짓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하기도 했고, 퇴임 전 인터뷰에서는 미안하다며 유독 애착을 드러냈다. 

그의 정치 인생은 노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것과는 다르게 순탄치 않았다. 금강팀이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이른바 나라종금 사건이 터지면서 염동연 전 의원과 안 전 지사가 뇌물 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일 만기 출소…10년간 피선거권 박탈
한때 문 차기 부상…몇 없는 안희정계


불법 대선자금 47억7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아파트 중도금으로 1억6000만원을 쓴 사실이 드러나서다. 결국 2003년 말 구속됐고, 1년간 옥살이를 경험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안 전 지사를 청와대 부속실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옥살이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감옥을 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친노(친 노무현)에서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만기 출소 뒤 안 전 지사는 정치적 자립을 시도한다. 사실 당시 안 전 지사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중앙 정치무대서의 커리어도 없었고, 친노 진영도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추모 여론이 형성됐고, 이명박정부의 헛발질과 지지율 하락 속에서 참여정부가 재평가받으며 보수색이 짙었던 충남에 출마해 도정에 깃발을 꽂았다. 

연임까지 성공하며 안정적인 도정 활동을 인정받았고, 차기 대권주자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이후 잠잠했던 금강팀도 기지개를 켰다. 내친 김에 안 전 지사는 대연정 불씨까지 지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웠던 충청대망론도 안 전 지사가 원조격이다. 시원한 말투와 연설 실력은 안 전 지사의 최대 강점이자 매력으로 꼽혔다. 여기에 정의감은 덤이었다. 

그는 자신을 직업 정치인으로 소개하며 국민에게 호평을 받았다. 자신만의 노선과 확실한 캐릭터를 가졌던 셈이다.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며 문 전 대통령을 한때 바짝 추격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민주당서도 안 전 지사를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충남에서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어 2위를 기록해 아쉽게 패배했으나,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편이었다. 보수 세력 역시 안 전 지사를 강력히 견제해야 하는 인물로 여겼다.

한 방에
급몰락

이 전 대통령도 “왜 우리 당에는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민주당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뒤 안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의 볼에 입을 맞췄다. 다음 주자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한 순간이었는데 자연스레 안 전 지사의 역할론도 함께 부각됐다.

문정부 출범 이후 여권에서는 안 전 지사가 민주당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던 안 전 지사가 문 전 대통령의 다음이라는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주변에서는 그가 당 대표에 출마해 민주당의 얼굴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몸값, 이름값이 고공행진 중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논란이 터졌다. 발단은 2018년 3월 정무비서였던 김모씨가 JTBC를 통해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정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성폭행 폭로 날짜는 공교롭게도 안 전 지사가 미투를 지지한 날이었다.

민주당은 긴급회의를 열고 안 전 지사를 출당, 제명 처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사이의 강제추행 4차례 등 검사 공소사실 10건 중 9건을 유죄라고 봤다. 본인도 성폭행을 인정하며 충남도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을 중단하며 정치권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출됐다.

강력한 대권주자가 한순간에 몰락한 순간이었다. 해당 사건은 친노 세력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 전 지사와 30년 지기인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마저 등을 돌렸다. 우 위원장은 안 전지사와 정치적 동지였다. 안 전 지사 결혼 당시 함진아비를 맡았을 만큼 가까웠으며 함께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됐던 전력도 있었다. 

이런 탓에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대권구도도 꿈틀거렸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의원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당시 성남시장을 하다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으며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이 의원 역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문 전 대통령 다음 대권주자로 나서게 됐다.

친노 뭉치면
다시 산다고?


대선 패배 이후 침묵을 지키던 이 의원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현재는 당 대표 출마 선언까지 하면서 자신의 세를 연일 다지는 중이다. 현재 이 의원은 당원 지지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대세다.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불안하다. 

당권을 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고 있는 탓이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을 연일 타격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는 안희정계 의원들이 몇 명 있다. 김종민·박완주·강훈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다만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입지는 견고하지 않다. 박 의원의 경우 안 전 지사처럼 성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다.

3선 중진 의원인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비판받아온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출마에 나선 강 의원의 경우 지지세가 크지 않다. 이 의원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 선언 당시 안 전 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기존 주류 세력이던 친노, 친문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입지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역시 친노의 길을 걸어왔지만, 강원도지사 선거서 패배하며 친노의 세가 약해졌음을 보여줬다. 

그나마 최근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며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안 전 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의 곁을 함께 지켰던 인물이다. 

당분간 지방서 잠행할 듯
이재명도 친노 연일 의식

이렇다고 해도 안 전 지사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앙 정치에 자신의 세력이 없고, 측근 역시 그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인사들 역시 안 전 지사를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의원 역시 안 전 지사 옹호 입장을 내봤자,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뻔하다.

정치 행보 역시 당장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피선거권에 제한을 받는 데다, 끌어안으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정치권 복귀 핵심은 친노 세력의 부활 여부다. 현재 친노 세력은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그러나 친노 카드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잘 먹혀드는 전략이다.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여럿 갖고 있는 덕분이다. 대선 기간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율 하락을 타파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삼기도 했다. 

친노를 강조한 이유는 김해 일대에 포진한 PK 내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할 수 있고, 중도층 역시 공략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애초부터 친노 계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노무현 정신 계승 행보는 최근에 발견됐다. 지난달 17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로 향했다. 추도식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찾았다. 

그는 “노무현의 길을 따라왔다”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을, 이기는 민주당을 제가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 적통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당내 지적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였다. 

현실적으로
재기 불능?

장설청 공론센터 소장은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재기는 당분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귀하기 상당히 어려운 범죄다. 출소해서 바로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한다는 게 국민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며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이 승리한다면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싹이 보이면 사전에 짓밟아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잠룡 김경수 전 지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2017년 주목받던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과 공모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가 불거지며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김 전 지사는 창원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8·15 특별사면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민주당에서는 김 전 지사의 사면 문제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사면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훈식 의원 역시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김 전 지사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출소한다고 해도 5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김 전 지사 사면을 촉구하는 이유는 친문 세력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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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