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침체 분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수년째 계속된 적자 행진을 끊었다는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매각을 원하는 주인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2000년 1월 설립된 에이블씨엔씨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앞세워 저가 브랜드 시장을 열었다. 미샤는 화장품 한 개에 3300원이라는 혁신적인 가격대를 선보이며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접어들 무렵부터 중저가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잘나갔지만…
이런 가운데 에이블씨엔씨 경영진은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2017년 4월 에이블씨엔씨 대표이자 최대주주였던 서영필 회장은 에이블씨엔씨 지분 25.5%인 431만3730주를 자회사인 리프앤바인에 매각했다.
IMM PE가 새 주인으로 나선 모양새였다. IMM PE의 투자회사 비너스원은 리프앤바인 주식 100%를 인수하며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비너스원이 리프앤바인을 활용해 서 회장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IMM PE는 서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1882억원, 에이블씨엔씨의 주식을 공개매수에 1392억원을 투입했다. 인수에 들인 금액만 4000억원대 달했다.
IMM PE 에이블씨엔씨 인수 당시만 해도 성공적인 투자쯤으로 인식됐다. 이 무렵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중국 시장에서 거둔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던 상황이었다.
황금알 꿈꾸며 샀지만…
연이은 적자에 가치 하락
그러나 에이블씨엔씨의 활약은 IMM PE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대외적인 악재와 화장품 유통시장의 변화가 맞물린 영향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된 한한령으로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급감했고, 이는 에이블씨엔씨의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2017년 3733억원이던 매출(연결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2623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감소했고, 같은 기간 24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24억원 손실로 돌아선 상황이다. 2018년부터는 3년 연속 적자라는 점이 뼈아팠다.
그나마 지난해 6월 부임한 김유진 대표의 지휘 아래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64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달성한 흑자 전환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8% 감소했으나 2020년 1분기 연결 매출이 전년비 20% 감소한 것에 비하면 5.2%p 개선됐다.
다만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원하는 IMM PE 입장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투자업계에서는 IMM PE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에이블씨엔씨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지만,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뒷걸음질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IMM PE는 차입금 연장의 조건으로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6~9개월 내에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구두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IMM PE가 비너스원과 리프앤바인 등을 앞세워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 인수에 들인 4000억원대 자금 가운데 1200억원가량이 금융권으로부터 끌어들인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