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퀴어축제 둘러싼 잡음

“게이·트젠은 그냥 걷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내 최대 성소수자 행사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돌아온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밀어 논란이다. 조직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보수 기독교계가 맞불을 놓으며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사 개최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 15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 안건을 수정 가결했다.

혐오 뚫고
행진한다

조직위는 다음 달 12일부터 17일까지 모두 엿새간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위는 다음 달 16일 하루만 사용토록 결정했다. ‘신체 과다 노출과 청소년보호법상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위에서 시민과 충돌 가능성 등을 우려해 사용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며 “조건을 어기면 차기 축제 개최 시 서울광장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주최 측에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직위는 코로나 확산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 축제를 열기 위해 지난 4월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신고서를 제출했다. 조직위는 2020년 오프라인 개최를 취소한 뒤, 지난해까지 행사를 온라인 위주로 꾸려왔다. 


서울시는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서를 즉각 수리하는 대신 시민위 안건으로 상정했다. 서울시는 축제가 처음 열린 2015년을 제외하고서는 줄곧 시민위에 판단을 맡겨왔다. 시민위는 매번 심의를 거쳐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했다.

다만 이번에는 시민위의 판단이 기존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퀴어축제를 승인한 3·4·5기 시민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구성됐으나, 현행 7기 시민위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인 지난 3월 구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조직위는 서울시의 시민위 안건 상정에 반발해왔다. 신고제인 서울광장 사용을 퀴어축제에 대해서만 시민위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차별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조직위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서울시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다시 광장운영위에 안건을 상정한 것은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2019년 이 사안과 관련해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에는 “서울시는 부당한 절차 지연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달 17일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조직위는 “적법하게 진행된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당장 수리할 것”과 “조직위의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허가 신청의 불허를 즉각 취소하고 허가서를 발부할 것”을 요구했다.

3년 만에 7월 중 개최 계획
시, 성소수자 차별 앞장?


조직위는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제인 서울광장을 성소수자 행사에만 허가제로 집행하려는 것은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조직위 주장에 따르면 광장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되는 사례는 퀴어문화축제가 유일하다.

이어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는 규정에 맞게 진행한 절차였으나 이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은 명백하게 조례를 위반하고 있으며, 조례에서 명기하고 있는 시의 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는 “위법하고 무책임한, 자의적 행정을 당장 멈추고 시민의 광장 사용을 보장하라”며 “적법하게 진행된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당장 수리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신고제 전환’을 반대했던 전력을 들어 “여전히 불편한 사안에 대해서는 허가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광장 사용은 ‘허가제’로 시작됐다. 2004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 사용을 위해서는 서울시장의 허가가 필요했다.

오 시장이 이를 적극 활용하면서 일부 시민과 갈등을 빚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맞아 광장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오 시장은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워 시민들의 광장 진입을 막았다. 그다음 달에는 6·10항쟁 기념행사를 개최하려는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했다. 

두 건을 비롯한 여러 신고가 반려됐다. 결국 일부 시민의 주도로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이 시작됐다.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주민발의가 목표였다. 삽시간에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인적사항과 서명이 모였다.

결국 신고제 변경을 담은 조례개정안이 2010년 9월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오 시장은 조례 공포를 거부했다. 이 바람에 서울시의회가 개정안을 직접 공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맛대로
허가 결정

오 시장은 대법원에 ‘서울광장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소송은 오 시장이 물러난 이후인 2011년 12월에야 취하됐다.

서울광장 사용 허가권은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 하지만 시민위에 관한 단서조항이 허가제의 명맥을 사실상 잇고 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서울광장 조성 목적인 건전한 여가 선용 및 문화 활동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시민위의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시민위 임명권은 시장에게 있다. 경우에 따라 시장 ‘입맛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퀴어문화축제는 매번 ‘신고제 속 허가제’라는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예외적인 행사에 해당한다. 서울시 관행이 돼버린 ‘시민위 안건 상정’은 결과적으로 오 시장에게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허가권을 쥐여주는 셈이다.

또한 조직위는 서울시의 조직위 사단법인 설립 불허 처분을 비판했다. 서울시는 조직위의 사단법인 설립 신청에 대해 “서류적 조건을 완비했다”면서도 지난해 8월 불허 처분을 내렸다. 조직위는 이에 대한 행정심판을 진행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소수자를 차별해 그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처분”이라는 서울특별시 인권위원회 지적도 이어졌다. 인권위원회는 서울시에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정심판에서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이 헌법에 어긋나 설립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보충답변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보충답변서에서 조직위 정관을 문제 삼았다. 조직위 정관 3조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영상문화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헌법 핑계로
소수자 차별


서울시는 이 조항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성소수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란 내용이 설립하고자 하는 법인의 목적이라면 이는 “현행 헌법 36조 1항에 합치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 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가 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권리·의무 관계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시는 “정관상 목적의 현행 헌법상 실현 가능성, 퀴어축제 행사의 정관상 목적 관련성, 그간의 행사 경과 및 행사 개최와 법인 설립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익에 따라 판단한 것이므로 적법하다”며 조직위 측의 법인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시의 조직위 사단법인 설립 신청 불허에 대해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조직위는 “서울시는 조례와 시행규칙뿐 아니라 헌법마저도 입맛대로 해석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적극적인 저지 움직임이 포착된다. 교계 각종 단체는 여전히 코로나가 유행하는 상황과 서울광장이 시민 모두의 공간임을 들어 축제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민 모두의 건전한 여가 공간을 음란·퇴폐의 중심지로 변질시키는 데 서울시가 앞장섰다는 점에서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이제라도 1000만 서울시민 앞에 명백히 잘못을 시인하고 즉시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위, 기간 축소하고 조건부 허용
조직위·교계, 각기 반발…충돌 우려

이어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1박2일간의 행사를 허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시민 안전에 대한 몰이해와 경각심 결여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조직위는 행사 준비를 위해 행사 전날인 다음 달 15일에도 광장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은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동성애퀴어행사를 하려는 의도는 명백하다”며 “동성애와 성전환을 정상적인 인권이라 강변하고,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 사람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향후 전국적인 동성애퀴어행사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위원회는 건강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퀴어행사의 정체와 목적을 분명히 깨닫고 이 행사를 절대 허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506개 교계와 시민단체가 모인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상임대표 원성웅 목사는 “아쉬운 결정”이라면서도 “신체 과다 노출이나 음란물 판매 금지 조건 등이 내걸린 것은 우리 쪽에서 강력하게 항의하며 관철한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8월20일쯤 서울시청 인근에서 퀴어축제 반대 성격의 행사를 열고자 준비 중”이라며 “이 행사를 통해 퀴어축제와 동성애 문화를 반대하며, 한국사회에 건전한 성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맞불 집회’를 시사한 만큼, 그동안 행사 당일에 반복돼온 물리적 대치·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직위는 교계 반발을 ‘혐오’로 규정했다. 김유미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QnA)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차별적 행정을 이어가고, 혐오와 차별을 끊어내지 못하는 큰 이유가 교회의 목소리임을 안다”며 “(교계는)우리가 기자회견을 이어가는 이 순간에도 반대편에서 신앙의 언어로 혐오의 말을 뱉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독교 반대
방해 논란도

김 대표는 “저들은 퀴어문화축제가 가정과 교회를 해체한다고 말하지만,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해 차별과 혐오를 반복할 때 (가정과 교회가)해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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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