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을 향한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이참에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청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오너 일가의 지분율 확충이 선결조건이다.
최근 한솔케미칼은 실적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687억원, 영업이익 19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94억원,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5.7%에 달했다.
능력 입증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22억원, 54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5%, 영업이익은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4.6%로 집계됐다.
빼어난 수익성은 재무상태를 튼튼하게 만든 배경으로 작용한다. 2018년에도 77.0%에 불과했던 한솔케미칼의 연결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5.9%로 더 낮아졌다. 적정 수준(200% 이하)을 한참 밑도는 안정적인 수치다.
한솔케미컬의 고공행진을 계기로 한솔그룹 오너 3세인 조연주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모양새다. 박원환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조 부회장은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다.
조 부회장은 미국 웰슬리대를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팅 업무를 익혔으며, 미국 이너웨어 제조사인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그룹 입사 시기는 2014년이다.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듬해 사내이사에 선임, 2020년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역대급 실적 고공행진
성과 인정받는 후계자
조 부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고 주력 사업 재편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조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인수한 자회사 테이팩스는 매년 실적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테이팩스는 스마트폰, 반도체, 2차전지 등에 쓰이는 테이프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특히 2020년에는 영업이익 1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6%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영 일선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최근 조 부회장은 후계자 입지를 더욱 굳혔다.
올해 초 조 회장은 보유 중이던 지분 일부인 31만4000주를 자녀 3명에게 나눠 증여했다. 장녀인 조 부회장에게 15만7446주, 차녀인 희주씨와 막내아들 현준씨에게 7만8500주씩 넘겼다. 이로써 조 부회장은 한솔케미칼 지분 1.42%를 보유하게 됐고, 지분 11.65%를 보유한 부친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한솔케미칼이 홀로서기에 나설 경우 조 부회장을 축으로 하는 경영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솔그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구성된 상태다. 고 이인희 고문의 세 아들 가운데 삼남 조동길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장남 조 회장이 한솔케미칼을 맡는 이원화된 구조다.
쏠리는 힘
다만 계열분리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과는 별개로, 독자경영 체제를 완성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솔케미칼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섣부른 분리 작업이 이뤄질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더 낮아져 오히려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