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넥슨이 가상화폐 가격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가상화폐 가치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재무상태에 흠집이 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13% 내린 2695만원(미화 약 2만67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한 때 6만8000달러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바닥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연말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조정이 이뤄졌고, 지난달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폭락이 가속화됐다.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마저 비트코인 정리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추가 하락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고 강도 높은 통화정책을 감당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질 거란 시나리오마저 제기된 상태다. 지난 22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이안 하넷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 설립자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일종의 유동성 게임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넷은 “유동성이 제거된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1만3000달러 선까지 추락할 것”이라며 “연준과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금알 꿈꿨지만…
어느새 흩어진 800억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테슬라다. 테슬라는 현재 약 3만8000개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당 약 1만2000달러, 전체 손실 규모는 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넥슨의 손실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일본 넥슨 법인은 비트코인 1717개를 투자 차원에서 한화 약 1130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매수 당시 평균 단가는 5만8226달러(약 6580만원)였다.
넥슨 측은 비트코인 투자 규모가 자사 보유 현금·현금성 자산 중 2% 미만 수준이며,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당시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이사는 “자사의 비트코인 매수는 주주가치 제고 및 현금성 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며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인해 넥슨은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손실이 약 8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추정손익율은 -65% 안팎이다.
본전 언제?
그룹 지주사인 NXC 역시 가상화폐 투자에 따른 손실폭이 컸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4월 계열사인 아퀴스코리아가 법인을 청산하면서 NXC는 아퀴스로부터 111억원가량의 가상화폐를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