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 코미플루 기부 후폭풍

도와줬다가 독박 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문의약품 ‘코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인산염)’ 무단 배포 사태에 대해 칼을 뽑아들었다. 식약처가 제조사인 코오롱제약에 대한 현장조사 외에도 제약업계의 의약품 기부 현황을 파악하고 나서면서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어린이집에 무단 배포된 코오롱제약 독감치료제 ‘코미플루’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등 법률 검토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선의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난감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선의가 독 됐다”

지난 3일 식약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달 코미플루 유통 및 회수 조치 현황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지난달 20일 현장조사를 나왔다”며 “코오롱제약은 문제가 된 코미플루를 모두 직접 회수 완료하고, 이를 모두 보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코오롱제약은 지난 4월 초,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의약품을 기부했으나 기부한 의약품이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무단으로 배포되며 문제가 됐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맛있는 소아용 독감치료제’를 각 가정에 배부하겠다고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것.

코오롱제약은 지난 3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로부터 의약품 기부 요청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등 해외에 주로 기부될 것이란 말에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코미플루 1만5000여개와 천식약 540개를 전달했다.


해당 약품은 청소년이나 소아에게 섬망(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혼란)과 자살 등의 정신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과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에 따르면 의약품을 기부받은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서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국사랑나눔공동체 → 제천시 종합사회복지관 → 어린이집원장협의회 → 어린이집 등의 경로로 약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측은 “해당 제품은 코오롱제약 측이 지난 4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해외 기부 목적으로 기부한 1만5000개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용기한이 올해 8월까지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제약에 기부 의약품에 대한 조속한 회수를 요구했다”며 “제약회사·기부단체·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될 시에는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약품의 전량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업체 의약품 기부 행위 시 약사법령 준수 및 기부된 의약품 사용의 적절성 등에 대해 현재 법률 자문 중으로,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과 조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코오롱제약에 대한 조치는 식약처가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사법 시행령 별표 1-2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의 의약품 소매·판매 사유’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약사가 소속된 단체가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이들이 소속된 단체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4조에 따른 사회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로 의약품을 받는 경우에만 의약품 기부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코오롱제약이 의약품을 기부한 행위 자체가 약사법 위반이 아닌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 제약사의 전반적인 의약품 기부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처방 없이 어린이집에?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논란

업계 내에서는 최근 식약처가 날을 세우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간접 수출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이번 사건으로 전문의약품에 확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코미플루가 해외 기부 목적으로 유통 중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의약품 해외 유통망에 구멍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식약처가 최근 지난해부터 업계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간접 수출규제의 잣대를 일반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전문의약품으로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해당 사건이 대금 결제 등 수익성이 발생하는 유통은 아니지만 그간 식약처가 눈여겨 지켜본 해외 수출 의약품에 대한 통제·관리의 부실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 전체로 전문의약품의 기부 행위 과정이 재검토되면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될 수도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선의로 베푼 행위가 독이 됐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기부의 경우 선행의 목적으로 한 것인데, 다들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며 “제약사에서는 의약품 기부 시 심의를 받고 그 내역이 통과돼야 기부가 가능한 만큼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기부 후 그것을 제약사가 모두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의약품 기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식약처와 코오롱제약, 한국사랑나눔공동체 등 각 주체는 전문의약품이 민간시설에 전달된 경위와 의약품 기부 행위의 합법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제약의 의약품 기부 행위가 약사법상 허용되는 경우인지 관할 지방청에 조사를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대한 고발 조치도 시사했다.

깊은 침체기에서 오랜만에 반전을 노리는 코오롱제약에도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코오롱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 14억으로 반등하며 오랜만에 흑자를 맛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식약처 조사를 피할 수 없는 데다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인사권 문제로 인한 노사 대립 격화 등 회사 내부와 외부로 고초를 겪을 확률이 높아졌다.

코오롱제약 측은 이번 사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어린이집이 전문의약품을 개별 가정에 배포할 때까지 어떠한 통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자사는 의약품 기부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며 “회사의 매출과 무관하고 선의로 진행된 기부 사업이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회사도 난처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난감하네

업계 관계자는 “진상규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러 언론 등에서 보도되고 있고 규제 당국도 사건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조만간 관련 사항이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며 “기부라는 특수한 경우에 발생한 일이긴 해도 전문의약품 유통망에 구멍이 뚫린 건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는 의약품 유통에 대한 더욱 강력한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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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